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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60년 해로’ 함양 박차영·박정희 부부 ‘떠돌이 무군쟁이의 동화 같은 사랑’
[인간극장] ‘60년 해로’ 함양 박차영·박정희 부부 ‘떠돌이 무군쟁이의 동화 같은 사랑’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0.10.12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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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10월12일~16일)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경상남도 함양 지리산 자락에서 60년째 해로 중인 박차영(84), 박정희(79) 노부부, 그리고 고향집을 떠난지 20년 만에 돌아온 네 딸들의 이야기를 그린 ‘부모님의 시간을 걷다’ 5부작이 방송된다.

KBS 인간극장 ‘부모님의 시간을 걷다’
KBS 인간극장 ‘부모님의 시간을 걷다’

◆ 떠돌이 무군쟁이의 동화 같은 사랑

젊은 시절 종이 기술자로 여러 동네를 전전하던 박차영(84)씨. 동네 사람들은 그를 이름이 아닌 무군쟁이라고 불렀다. 없을 무(無) 마을 군(郡), 떠돌아다니며 기술로 벌어먹는 사람. 차영 씨의 떠돌이 생활은 14살의 나이에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부모님을 여의고 어린 동생들 부양을 위해 맨발로 나무를 하러 다녔던 차영 씨, 주인집에서 도시락을 싸주면 집에 들러 동생들에게 도시락밥 반을 덜어주고 가느라 늘 먼 길을 돌아 나무하러 가곤 했다. 하지만 끝내 동생 둘을 먼저 떠나보내며 긴 슬픔에 잠겨야 했다.

이후 우연한 기회에 닥종이 뜨는 기술을 익힌 차영 씨는 한 종이 공장에 취직하면서 주인집 딸인 박정희(79)씨를 만나게 되었다. 첫눈에 반한 사랑, 남들은 ‘오르지 못할 나무’, ‘하늘과 땅’이라고 했지만 젊음의 패기와 서로의 향한 마음 하나로 두려울 게 없던 두 사람. 급기야 야심한 밤 사랑의 도피까지 하며 마을을 떠났고, 첫째 박현순(56)씨를 낳은 후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잘나가던 마을 유지의 장녀이면서 아름다운 외모에 그 시절, 중학교까지 나왔던 어머니 박정희 씨는 무학자에 무군쟁이였던 아버지 박차영 씨를 만나 슬하에 1남 5녀를 낳고, 60년째 살고 해로 중이다.

KBS 인간극장 ‘부모님의 시간을 걷다’
KBS 인간극장 ‘부모님의 시간을 걷다’

◆ 딸들이 돌아왔다                                     

장성한 자식들을 출가시키고 고향 집에는 부부만이 남았다. 한때는 지리산 함양 인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열렬한 사랑을 했던 두 사람. 하지만 그 뜨거운 사랑이 무색하게 부부는 평생을 앙숙처럼 살았다. 

그렇게 적막과 냉랭함이 감돌던 집안은 20년 만에 돌아온 딸들로 인해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준비한 농사의 꿈을 펼치기 위해 고향 집에 내려온 둘째 박정순(55)씨. 그녀를 시작으로 첫째 박현순 씨도 동생을 돕겠다고 내려와 같이 친정살이를 하게 되었다. 언니들의 뒤를 이어 셋째 박인순(53)씨와 넷째 박해순(50)씨도 새벽부터 진주에서 함양까지 출근하며 일손을 보탰다.

평소 ‘용호상박’이라고 불리며 매사 부딪히던 첫째 현순 씨와 둘째 정순 씨. 농사에서만큼은 놀라운 단합력을 보여주며 환상의 짝궁이 되었다. 큰 딸인 현순(56) 씨의 통 큰 진두지휘와 둘째 딸 정순 씨가 그리는 농사의 큰 그림이 합쳐져 초보 농사꾼들에게도 수확의 계절이 찾아왔다.

KBS 인간극장 ‘부모님의 시간을 걷다’
KBS 인간극장 ‘부모님의 시간을 걷다’

◆ 가을, 부모님의 기억을 걷는 시간

결혼 후 사이좋게 1남 1녀를 낳아 다 키우고 20년 만에 돌아온 고향 집, 자식을 낳아 키우고 보니 어려서는 잘 몰랐던 부모님의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난에서 벗어났지만, 마음이 궁핍했던 아버지 차영 씨와 그런 아버지의 각박함에 상처받았던 어머니 정희 씨. 제사 음식을 준비할 때면 어김없이 싸움으로 번지기 일쑤였다. 이웃들과 나눠 먹을 생각으로 늘 통 크게 상을 차리던 아내, 가난 때문에 두 동생을 떠나보내야 했던 남편은 그런 아내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도 두 사람은 서로가 살아온 세계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애증의 세월을 보냈던 부부. 어린 나이에도 그런 부모님을 보며 ‘어떻게 하면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줄까’라는 생각뿐이었다는 딸들…. 큰딸 현순 씨는 본인과 동생들의 용돈을 모으며 여름에 고사리를 꺾고 싸리나무를 한 돈을 모아서 어느 날, 장에 나가 어머니가 갖고 싶던 밥상을 사서 등에 둘러메고 왔단다. 또 가족이 함께 잘 수 있는 집을 가지고 싶어서 11살 나이에 읍내에 나가서 주택복권을 사 오기도 했었다.

이런 딸들을 위해 부부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6남매를 키웠다.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어보겠다고 30여년을 멀리 외딴 섬까지 다니며 닥종이를 팔면서도 항상 집에 올 때는 양손 무겁게 들고 왔던 아버지와 농사로 몸이 고된 와중에도 자녀들을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알록달록 다양한 반찬으로 도시락을 싸줬던 어머니,

부부는 오랫동안 묵혀둔 삶의 이야기를 딸들에게 털어놓고, 네 자매는 부모님이 걸어온 시간을 더듬어 보며 추억하는데….

KBS 인간극장 ‘부모님의 시간을 걷다’
KBS 인간극장 ‘부모님의 시간을 걷다’

◆ 부모님의 사랑에 큰절을 올리다

올봄 고추 5천 주와 더불어 고구마밭도 일군 네 자매. 봄에는 고사리 꺾고, 모종 심는 재미로 한철을 보냈다. 기나긴 장마와 태풍으로 힘들었던 여름을 지나 가을이 왔다.

초보 농사꾼인 네 자매를 위해 아버지와 어머니도 딸들의 농사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나이 60이 넘어 운전면허를 따 폐지와 고물 줍는 일을 시작한 아버지, 항상 고물을 싣던 트럭은 이제 딸들이 수확한 농산물을 싣고 달린다. 거기에 베테랑 농사꾼으로 항상 일손을 보태주는 어머니가 있어 첫 수확임에도 네 자매의 농사는 풍년을 맞았다.

부모님이 있어 어린 시절처럼 다시 모일 수 있게 된 네 자매. 부모님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큰절을 올린다. 그리고 고대하던 농산물 창고 개관식 날, 딸들은 그동안 기록한 부모님의 인생을 사진으로 편집해 보여드린다. 세상 모든 자식은 감히 가늠할 수 없는 ‘부모님의 시간’, 그 시간을 함께 걸어 본다.

오늘(12일) KBS 인간극장 <부모님의 시간을 걷다> 제1부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지리산 자락 함양, 고향 집을 떠난 지 20년 만에 돌아온 네 자매. 딸들이 농사를 시작하고 처음 맞는 수확. 초보 농사꾼이었던 자매들은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회상한다.

부모님 곁에서 농사를 지으며 어려서 몰랐던 부모님의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태풍이 지나간 후 함께 버섯을 따러 산에 간 자매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가는 곳 마다 허탕인데….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KBS 인간극장 ‘부모님의 시간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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