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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 속 위로금에 이면계약, 급행료까지 … 부총리마저 위로금 줘
전세난 속 위로금에 이면계약, 급행료까지 … 부총리마저 위로금 줘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0.11.03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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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부가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며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보호법을 시행(7월31일)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전세난은 갈수록 심화하고 갖가지 부작용이 속출해 논란을 낳고 있다.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주요 커뮤니티 등에는 임대차법에 대한 집주인, 세입자, 중개업자의 편법 꼼수 대응과 이로 인한 피해 사례가 연일 올라오고 있다. 집주인은 세입자를 내보내거나 전세금을 최대한 받기 위해, 세입자는 버티기 위해 각종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달 30일 '홍남기 부총리님의 퇴거 위로금은 얼마입니까'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임대차법의 설계자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입자에게 위로금을 줘 내보내기로 한 것을 비판하며, '임차인 위로비'가 일반화될 것을 우려했다.

관가에 따르면 경기 의왕시 아파트와 세종시 분양권을 보유한 홍 부총리는 의왕 아파트를 처분하려 했으나,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매각이 가로막혔었다. 홍 부총리는 우여곡절 끝에 세입자에게 이사비 명목의 위로금을 주고 세입자를 내보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 책임자가 정책에 역행하는 꼼수 선례를 남긴 것이다.

청원인은 "부동산 시장에도 엄연히 규칙이 있는데 근시안적인 정책 남발로 휘저어 놓으시더니 급기야 세입자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법도 상식도 아닌 선례를 몸소 보이셨다"며 "부총리님이 보여주신 부동산 정책의 실천, 대체 얼마를 주면 세입자가 수긍하고 집을 비우는 건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어 "이는 개인 호기심이 아니며, 대한민국 수장으로서 보여준 '퇴거위로금'은 민간시장에서 또 다른 정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대체 퇴거위로금이란 정체 모를 수단까지 생겨난 현실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해당 글은 청원 시작 3일 만에 동의 인원 1000명을 넘어섰다.

임대차법 꼼수 대응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월세 상한제로 전셋값 인상에 제동이 걸린 집주인들 사이에선 이면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이 공유되고 있다. 정식 계약서에는 전·월세를 법정 상한인 5%만 올리기로 한 뒤, 또 다른 계약서를 통해 추가 월세를 받는 방식이다. 이를 거절하면 집주인이 실거주를 주장하며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어, 세입자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깔세'도 등장했다. 집주인이 전세 만기 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때, 주변 반전세 시세에 맞춰 일부를 떼어낸 뒤(일시납 월세) 돌려주는 것이다. 전세난으로 전세 매물이 귀해지자 '관람료'를 받고 집을 보여주는 사례도 등장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세입자 입장에선 임차 권리를 지키기 위해 집주인에게 거액의 위로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집을 비우거나 새로운 전셋집을 얻는 조건으로 많게는 수천만원의 위로금을 요구하는 것이다. 세입자의 이사비를 챙겨주는 것도 일반적인 일이 됐다.

중개업계에선 일부 업자들을 중심으로 '급행료'란 용어가 생겨났다. 전셋집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지자, 좋은 전셋집을 먼저 얻기 위해 중개업자에게 급행료(촉진비)를 따로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임대차법에 이어 가을 이사 철까지 겹쳐 전세난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어, 이러한 편법 꼼수 대응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된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전국의 전세수급지수는 지난달(187.0)보다 4.1포인트 상승한 191.1로 집계됐다. 2001년 8월(193.7) 이후 19년2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수 범위가 0~200인 것을 고려하면 전세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을 보여준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1% 올라, 70주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다. 상승 폭도 전주(0.08%)보다 확대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정부는 임대차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며 임대차법을 내놓았지만,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각각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꼼수 대응이 만연해지는 것 같다"며 "당분간 전세난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같은 편법 대응으로 시장은 더 혼탁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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