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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 없는 평범한 아빠가 영재를 만들다 독학으로 15개국 언어 깨친 열 한 살 어린이 김재형
가진 것 없는 평범한 아빠가 영재를 만들다 독학으로 15개국 언어 깨친 열 한 살 어린이 김재형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1.05.1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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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한 사교육으로 억지로 만들어진 영재 아닌 영재가 많은 요즘,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그 흔한 학원 한번 다녀보지 못한 재형이는 그야말로 타고난 영재다.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글자에 관심이 많고 책을 좋아해서 다른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책을 가지고 놀던 아이였다. 생후 17개월 때부터 혼자 힘으로 한글을 깨쳤고, 20개월부터는 집에 있는 모든 책을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형편이 어려워 일일이 책을 사줄 수 없었음에도 아이는 서점에서 책을 읽거나 고물상에서 주워온 책을 읽곤 했다. 어느 날에는 버려진 폐지 중에서 <처음 배우는 러시아어>라는 책을 주워오더니 이 책 하나로 닷새 만에 러시아어 원리를 깨쳤을 정도다. 그후로 부모도 모르는 사이 재형이는 다양한 국가의 언어를 스스로 습득하기 시작했고, 현재 읽을 수 있는 언어가 영어와 중국어를 포함해 일본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베트남어, 터키어 등 15개에 이른다.

카이스트 영재교육원에 합격하다
그후 재형이는 언어영재로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등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학교장과 교육감의 추천으로 카이스트 글로벌 영재교육원에 응시하게 되었다. 사실 카이스트 영재교육원은 초등학교 3학년 이상 학생에게만 입학 자격이 주어지는데, 재형이의 영재성을 높이 본 카이스트 측에서 시험을 허락했고, 26 대 1 정도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다.
카이스트 영재교육원은 1년 과정이기 때문에 1년이 지나면 해마다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재형이는 꾸준히 시험에 합격했고 특별전형이 있었던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영재교육을 받았다. 지금은 일반 초등학교에 자신의 학년보다 2년 앞선 5학년에 재학 중이다. 재형의 아버지 김정호 씨는 가난한 환경에서도 아이가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그만의 눈물겨운 사랑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무리 타고난 영재라 할지라도 10년이라는 기간 이상으로 잠재력을 키워주지 않으면 결국 평범한 아이와 같아진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제가 부모로서 재형이에게 자신 있게 해줄 수 있었던 것은 아이와 사랑으로 교감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었어요. 경제적으로 받을 수 있는 교육적 혜택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많이 부족할 텐데, 재형이가 이렇게 올바른 방향으로 잘 자라주고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죠.”

가난하지만 사랑이 넘치는 아빠
재형이의 부모는 대학 근처에 가보지도 못했다. 아버지 김정호 씨는 언어지체장애 1급인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어려운 가정형편에 중학교를 마친 후 사회에 진출했으며 그후에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막상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난 후에도 배운 것이라고는 기술밖에 없었기에 건설현장에서 전기공으로 일하며 재형이를 포함한 4남매와 아내까지 여섯 식구를 부양하느라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을 수도 없이 겪었다.
“둘째 재형이가 태어난 후에는 아이들에게 좀 더 많은 것을 해주고 싶은 욕심에 사업을 시작했어요. 근데 사업이라는 것이 철저한 준비와 노하우 없이 무턱대고 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결국 큰 손해를 보고 저와 아내는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집 안 물건에 빨간딱지가 붙는 상황까지 간 적도 있었죠.”
결국 가족은 반지하 월세로 급하게 집을 옮겼고, 재형이 부모 역시 닥치는 대로 일해서 생활비와 교육비를 충당해야 했다. 누가 봐도 경제적으로 무척 힘든 상황임이 분명했지만 가족은 오히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더욱 똘똘 뭉쳤다. 단칸방에 살면서도 아이들과 종일 붙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어렸을 때부터 분명한 문장으로 아이들과 자주 대화했다. 또한 아이들이 책을 읽고 싶어할 때면 서점에 데려가서라도, 폐지를 주워와서 그것을 소독한 후 말린 다음에라도 책을 읽게 했다. 그런 부모의 노력이 있어서였을까. 둘째 재형이가 영재 판정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첫째 딸 지연이도 다섯 살 때 영재 판정을 받았다.
“부모님이 모두 청각장애 1급이어서 저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대화를 해본 기억이 전혀 없어요. 어린 날의 기억이라고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후 자식들의 생계를 위해 일하고 돌아온 어머니가 밥상을 차려주시고, 식구들은 말없이 밥을 먹는 장면뿐인 걸요. 그래서 그런지 저 역시 완벽한 의사소통에 대한 끊임없는 갈증이 있었어요. 가정을 꾸리게 되면 내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다짐했고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대화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정확한 단어를 사용해 아이와 대화를 나눠라
맘마나 까까 같은 유아어는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재형이 부모는 아이가 유아기 때부터 정확한 단어를 사용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가령, 아이가 ‘밥’을 달라고 하면 “배가 고파서 밥을 달라고 하는 것이니?”라고 되물었던 것. 또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때는 일정한 법칙이 있었다. 꼭 아이의 말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아이가 부모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면 그 즉시 공감한다는 걸 보여주는 식이다. 이렇듯 자신의 말에 항상 귀 기울이는 부모에게 신뢰를 느끼면 아이는 말을 할 때도 막힘 없이 할 수 있게 된다.
생활 속에서 쓰고 설명하는 연습을 하게 하는 것도 좋다. 가령 유치원이나 학교 친구들의 장점을 적어보게 하고, 그것에 대해 설명하게 하는 것은 느낀 점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다른 이들의 장점을 파악하고 인정하며 그것을 배울 수 있는 태도까지 길러준다. 이것 외에도 재형이는 네 살 때부터 날마다 하루 일과를 기록하는 일기를 썼다. 그날의 느낌 그리고 그날 새롭게 알게 된 지식에 대해 다시 한 번 회상하는 시간을 가지며 자연스럽게 복습을 했던 것이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대화나 쓰기로 언어지능 발달은 물론 언어의 원리를 이해하는 능력도 향상되는 것 같아요. 재형이가 그 많은 외국어를 독학으로 습득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쓰기와 읽기를 통해 발음기호와 철자를 저절로 익힘으로써 언어의 원리를 이해했기 때문이에요.”
재형이가 많은 외국어를 익힐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공부할 때마다 큰소리로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인 영향도 있다. 재형이는 공부를 할 때면 늘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크고 분명하게 반복적으로 책을 읽는다. 서점에서는 최대한 작은 소리로 책을 읽게 하지만 집에서만큼은 우렁차고 큰소리로 책을 읽게 했던 것. 책을 소리내어 읽음으로써 보고 듣고 읽는 학습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서점에서 책을 읽는다는 재형이. 그동안 읽은 책의 종류도 다양하다. 외국어 관련 서적뿐 아니라 <동의보감>, <해부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그때그때 흥미를 느끼는 책을 읽었다. 
“사실 저와 아내는 재형이가 읽어주는 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때도 많아요. 하지만 부모가 할 일은 그저 아이가 행복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아이 말에 귀 기울이며 함께 교감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죠.”

아이 스스로 꿈에 날개를 달다
외국어에 유독 관심이 많다 보니 재형이는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가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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