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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트로트가수 남편 임흥순·소리꾼 아내 김정화, 육십에 꽈배기 장수된 까닭
[인간극장] 트로트가수 남편 임흥순·소리꾼 아내 김정화, 육십에 꽈배기 장수된 까닭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1.01.25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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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인간극장 신년특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4편 – ‘육십, 다시 시작이다’
KBS 인간극장 신년특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4편 – ‘육십, 다시 시작이다’

KBS 1TV <인간극장>은 2021년 신축년 신년특집으로 어려운 시대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편을 준비했다. 이번주 마지막 제4편이 방송된다.

이번주(1월 25~29일) 인간극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네 번째 주인공으로 충남 당진 시골 마을, 꽈배기 장수로 변신한 트로트 가수 남편 임흥순(60), 소리꾼 아내 김정화(60) 씨 부부 이야기를 그린 ‘육십, 다시 시작이다’ 편이 방송된다.

◆ 육십, 늦었다고 생각하기엔 이른 나이

충남 당진의 시골 마을, 고소한 꽈배기 냄새가 퍼진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 꽈배기를 꼬는 임흥순, 김정화 부부는 올해로 육십을 맞았다. 자식들 다 키워놓고 한숨 돌려도 좋을 나이인데 한겨울에 꽈배기 장수로 나선 부부. 꽈배기 기름내 맡은 지 이제 겨우 넉 달 됐단다. 

난생처음 길 위에서 하는 장사, 짧은 시간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대충 꼬면 되겠지 싶었던 꽈배기인데 처음엔 기름에 넣기만 하면 꼬인 매듭이 풀려서 진땀을 뺐고 호객은 또 왜 이리 어려운지 부끄러워 목소리가 기어들어갔었다. 눈길을 헤치며 달려온 날엔 기름이 얼어서 당황하는 부부, 나이 육십에 세상을 새로 배우는 중이다. 

부부는 농협 근처의 주차장에서 농협의 허락을 받고 장사를 했는데 꽈배기 트럭에 단속반이 와서 차 빼라 요구에, 주차장 자리 차지 말라는 주민들 민원도 부지기수다. 정해진 자리 없이 이리저리 쫓겨 다니는 신세, 어느 날은 매 주말 장사하던 서울의 산책로가 난데없이 공사 중이질 않나, 쫓겨나 찾아간 호숫가 낚시터엔 기대와 달리 파리만 날린다. 

나이 육십에 거리에서 코로나 칼바람을 견디는 부부. 꽈배기 트럭에서 노래 한 자락 함께 부르며 시름을 떨쳐보는데…. 꽈배기 장수로는 초보라지만 이 부부, 사실은 30년 경력의 가수! 남편 흥순 씨는 트로트 가수로, 아내 정화 씨는 소리꾼으로 평생을 무대 위에서 살아왔었다. 

KBS 인간극장 신년특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4편 – ‘육십, 다시 시작이다’
KBS 인간극장 신년특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4편 – ‘육십, 다시 시작이다’

◆ 육십, 마이크 대신 꽈배기를 잡다

어릴 때부터 트로트가 좋았다는 흥순 씨는 행사장을 다니는 생계형 가수였지만 실력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9년 전 방송국 노래자랑에서 상까지 받았던 숨은 실력자다. 아내 정화 씨도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몸, 서도 소리를 시작으로 가야금 병창에 경기민요까지 두루 섭렵한 소리꾼이다. 

그러나 작년 초부터 코로나 칼바람에 무대가 모조리 사라졌다. 공장엘 나가볼까, 운전사로 취직을 해볼까, 여기저기 기웃거렸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하기야 직장을 다녔어도 퇴직을 앞둔 나이, 있는 건 평생을 노래해 마련한 시골집 한 채. 집 살 때 받은 대출금과 당장의 생계를 위해서 부부는 거리로 나서야 했다. 

빈 거리에 대고 “꽈배기 사세요” 목청을 높이다 보면 코로나만큼 매서웠던 지난 세월이 스쳐 지나간다. 사실 부부는 서로에게 두 번째 인연. 지역 축제에서 초대 가수로 노래하다 만났다. 흥순 씨는 사별의 아픔을 겪었고 정화 씨는 결혼해 아들딸 낳았지만, 이혼하고 혼자 된 지 오래였다. 

그 무렵 흥순 씨의 사업실패로 빚더미에 앉았던 부부. 차디찬 공연장 바닥에서 잠을 청하면서 월세방 얻을 돈을 모았고 판자촌에 겨우 방 하나 얻었을 땐 주인집 할머니가 주신 김치 덕에 살았단다. 어떻게 버텨온 세월이던가. 부부는 평생을 그래왔던 것처럼 두 손 맞잡고 이 고비도 이겨내리라 다짐한다. 

KBS 인간극장 신년특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4편 – ‘육십, 다시 시작이다’
KBS 인간극장 신년특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4편 – ‘육십, 다시 시작이다’

◆ 엄마니까 할 수 있어

정화 씨를 거리에 나서게 한 또 다른 힘은 바로 딸이다. 첫 번째 결혼에서 아들딸을 낳았지만, 이혼을 하면서 아홉 살 여덟 살 남매를 두고 나와야 했다. 늘 죄인의 마음으로 살았던 정화 씨 그런데 흥순 씨와 재혼 할 무렵, 중학생이 된 딸이 함께 살고 싶다며 엄마를 찾아왔다. 흥순 씨도 친딸처럼 아껴주며 도란도란 살았는데, 그 딸이 10년 전, 서른을 코앞에 두고 림프종을 선고받았었다.

어떻게 하면 딸을 살릴까? 서울살이 정리하고 공기 좋은 당진의 산골로 급히 들어왔다. 텃밭 딸린 집을 구해 신선한 채소 기르고 달맞이꽃에 개복숭아에, 온갖 약초들을 효소로 만들어 딸에게 먹였다. 

그 덕인지 딸은 건강해져서 제 짝도 만나고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는데…. 정화씨 부부, 시골집을 급히 구하느라 무리해 얻은 빚이 아직도 남아 있다. 무대 위에서 노래해 천천히 갚으면 되겠지 했는데 반년이 넘게 수입이 없다 보니 그야말로 생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안 그래도 미안한 자식들에게 손을 벌릴 수는 없는 노릇. 산골 집에 들어앉아 가슴만 치고 있다보니 우울증까지 왔었다는 정화 씨. 차라리 꽈배기를 팔고 나니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단다.  

“세상만 탓하고 앉아있을 필요가 없어요. 자식들한테 손 안 벌리려면 움직일 수 있을 때 벌어야 해.” 자식 둔 부모의 심정으로, 그렇게 부부는 무대 대신 거리 위에 나섰다.

KBS 인간극장 신년특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4편 – ‘육십, 다시 시작이다’
KBS 인간극장 신년특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4편 – ‘육십, 다시 시작이다’

◆ 사람에게 기대어 다시 일어서다

마이크 대신 꽈배기를 잡은 부부, 꼬마 손님이 오면 귀엽다고 덤을 얹고, 노인분들 만나면 부모님 생각이 난다며 꽈배기 한 봉지 쥐어드린다. 그 마음 고마워 다시 찾아왔다는 할아버지 손님에 추위에 고생한다며 쌍화탕 데워오는 단골도 있다. 

그동안 잘 살아온 덕일까, 친한 이웃들도 이리저리 부부를 도울 방도를 찾는다. 장사 일찍 마치고 들어가라며 남은 꽈배기를 다 사주고 추운 날엔 사람 없으니 오늘은 쉬라는 전화를 해주고 아는 사람들 총동원해 장사하기 좋은 자리도 잡아다 준다. 

나이 육십에 거리 위로 나서보니 새삼 주변을 돌아보게 됐다. 이 고마운 마음을 어찌 갚을까, 궁리 끝에 ‘기부 항아리’를 마련했다는 부부. 매일 번 돈에서 조금씩 항아리에 모았다. 이 추위를 견디고 있을, 어려운 이들에게 전해졌으면…. 새해를 맞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달라 면사무소에 봉투를 건네고는 부끄럽다 줄행랑을 치는 부부다. 

코로나 칼바람을 맞으며, 무대가 아닌 거리로 나온 흥순 씨와 정화 씨. 긴 인생에 넘어져 보지 않은 이가 어디 있으랴. 그럼에도 부부는 말한다. “나이 육십에도 못 할 게 뭐가 있나,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오늘(25일) 인간극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4편, 꽈배기 장수로 변신한 트로트 가수 남편 임흥순(60), 소리꾼 아내 김정화(60) 씨 부부 이야기를 그린 ‘육십, 다시 시작이다’ 1부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트럭에서 꽈배기를 튀긴지 이제 넉 달째에 접어든 흥순 씨, 정화 씨 부부, 코로나19의 칼바람으로 나이 육십에 거리로 나섰지만 아내는 소리꾼으로 남편은 트로트 가수로 30여 년을 무대에 섰었다. 

당장의 생계를 위해,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노점을 시작했다. 고정된 자리가 없어 장사에 나설 때마다 긴장을 하는 부부에게 단속반이 찾아오는데….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KBS 인간극장, ‘육십,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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