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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전북 완주 너멍골, 진남현·황포도 귀농부부 ‘인생의 봄’ 
[인간극장] 전북 완주 너멍골, 진남현·황포도 귀농부부 ‘인생의 봄’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1.04.12 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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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너머 봄이 오네 / KBS 인간극장
재 너머 봄이 오네 / KBS 인간극장

이번주(4월12~16일)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전북 완주, 재 너머 너멍골로 6년 전 귀농한 진남현(33), 황포도(37) 씨 부부 이야기를 그린 ‘재 너머 봄이 오네’ 5부작이 방송된다.

◆ 조선에서 온 농부, 진남현

바야흐로 완주 너멍골에서 여섯 번째 봄을 맞는 청년 진남현(33) 씨. 외딴 산골짜기에서 집 짓고 농사를 짓던 남현 씨는, 작은 다큐 영화제에서 만난 아내와 결혼해 함께 땅을 이롭게 하는 농사를 짓겠다는 포부를 실천하고 있다. 작년 가을에는 토끼 같은 딸, 보리도 얻어 금은보화를 메고 달리는 기분이라는데, 그야말로 인생의 봄이다!

6년 전, 배낭 하나에 단돈 백만 원을 쥐고 연고 없는 완주, 외딴 너멍골로 찾아든 남현 씨. 농부가 되면 ‘밥’은 굶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농부를 꿈꿨다. 역사를 공부하다 대학교를 그만두고 귀농한 땅에서 이웃 할머니가 낙엽을 밭에 뿌리면 따라서 뿌리고 토종 씨앗 모임에도 나가고, 공동 농사도 지어봤다. 농사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보고 일지도 꾸준히 써왔다. 밤이면 <임원경제지>라는 조선시대 백과사전을 읽으며 농사의 기본을 공부하는 게 재미있다는 21세기 농부다.
 
호주머니 털면 나오는 게 시간이라며 맨몸으로 분주히 집을 짓고 부수고 다시 짓고 보리가 태어나면서는 전에 없던 아궁이에 구들을 놓고 따뜻한 아기의 방을 만들어냈다. 아르바이트 갔다가 한 번 쓰고 버려진 석쇠를 가져다 닭 울타리를 치고 마을 어르신이 주신 대나무로 말뚝을 박는다고 분주한데….

1,800평(약 6000제곱미터)의 땅을 혼자 쇠스랑으로 일구고 삽을 파서 배수로를 만들며 ‘되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될 때까지 한다’는 남현 씨다. 길을 가로막는 두 산을 옮기겠다는 구순 노인을 꼭 닮은 젊은 농부 남현 씨. 남들이 뭐라 해도 묵묵하고 우직하게 산을 옮긴 ‘우공이산’ 그러고 보니 남현 씨의 고집스러운 농사는 21세기 우공이라 할 만하다.

재 너머 봄이 오네 / KBS 인간극장
재 너머 봄이 오네 / KBS 인간극장

◆ 너멍골 로맨스, 황포도를 만나다

‘삶이란 무엇인가’를 찾아 헤맸다는 도시 아가씨, 황포도(37) 씨. 자연주의 삶을 살고 싶었던 그녀,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시간을 내 팜스테이를 하며 농촌 체험을 했었다. 그러다 우연히 남현 씨네 밭에서 열리는 다큐 영화제에 자원봉사자로 오게 되는데….

외딴 산골에서 혼자 집 짓고 농사지으며 사는 너멍골 청년이 딱 봐도 ‘된 사람’이었단다. 삭막한 터를 문전옥답으로 일궈 내는 모습에 같은 지향점까지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가 찾던 ‘이성 도반’이었다.

다음 해 5월, 들꽃처럼 예쁜 연인은 집 앞 보리밭에서 소박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 후, 기계도 쓰지 않고, 밭고랑에 비닐도 안 덮고 오롯이 두 사람의 힘만으로 건강한 먹을거리를 만들겠다는 농부 부부가 됐다. 물론, 주변에서는 ‘저리해서 어찌 먹고 살까’ 걱정도 많지만, 굴하지 않고 부부일심동체, 꿋꿋하게 농사를 짓고 있는데….

세탁기가 자주 얼어서 손빨래를 해야 하고 좁은 욕실에서 살림까지 하는 게 불편해 보이기도 하는데…. 우문현답인가, 포도 씨는 ‘깨어 있는 삶’이란다. 이제 5개월 된 딸을 돌보며 틈틈이 혼자 일하는 남편에게 새참을 내가는 아내. ‘지행합일’하는 남편을 볼 때마다 더없이 든든하다. 

재 너머 봄이 오네 / KBS 인간극장
재 너머 봄이 오네 / KBS 인간극장

◆ 초보 엄마아빠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보리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으로 남해의 보리암을 다녀왔던 부부는 불교에서 ‘깨달음’이라는 의미의 ‘보리’로 딸의 이름을 지었다.

부부 둘만 살 때는 난로가 난방의 전부였다. 아기를 위해 초보 아빠는 작년에 창고였던 공간에 거금 200만원을 들여 방을 들이고, 아궁이를 놓았다. 온수용 아궁이, 난방용 아궁이... 매일 수시로 장작을 패고 불을 넣으면서도 허허실실. 딸 보리를 얻고, 매일이 금은보화를 메고 달리는 기분이란다.  

자연분만을 계획했지만 예정일보다 한 달 양수가 빨리 터져 대학병원에서 응급 제왕절개로 태어난 보리. 엄마아빠를 마음 졸이게 만들었지만 어느새 5개월, 보리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신생아 정기 검진이 있던 날, 토싵토실한 아기와 의사 선생님이 만나고, 오랜만에 승용차까지 빌려 나왔으니,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비오는 날 차 안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에 호젓한 분위기에 젓는 낭만부부다. 

어느 날 보리가 아침부터 울고, 분유가 그만 똑 떨어져 급히 달려 나갔지만 마을 큰 마트에 분유가 없다! 아빠의 마음은 타들어가는데…. 

올해는 보리까지, 식구가 늘어 감자와 고추 농사를 더 늘릴 생각이라는 아빠 남현 씨. 어찌나 딸 사랑이 지극한지 토종 고추에 ‘보리초’라고 딸 이름을 붙였다. 농사 중의 제일은, 자식 농사라~, 부부는 오늘도 사랑하는 보리와 희망의 봄을 마중한다. 

재 너머 봄이 오네 / KBS 인간극장
재 너머 봄이 오네 / KBS 인간극장

◆ 꽃피는 너멍골, 재 너머 봄이 온다

귀농한 첫해부터 매년 집 앞에 매화를 심어 온 남현 씨. 올해도 어김없이 매화가 봉오리를 틔운 날, 보리를 데리고 부부는 산책길을 나서고. 가장이 된 농사꾼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봄 농사를 준비한다.

새로 육종하는 토종 씨앗으로 고추 농사를 짓고, 처음 감자도 심어 볼 계획인데. 열아홉 마리 닭들도 잘 키워, 달걀을 더 많이 얻어 많이 팔아볼 요량이다. 육아로 농사는 잠시 쉬고 있지만, 어서 빨리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짓고 싶은 포도 씨다. 주요 작물인 고추 씨앗을 뿌리는 날, 남현 씨가 고사상을 차리고 축문을 써내려간다. 참으로 별난 농부다.

그런 사윗감이 들어오는 순간, 반해버렸다는 장모님과 맨몸으로 땅을 일구며 사는 사위가 깨어있는 삶을 사는 고급인생이라는 장인어른이 계시니 얼마나 든든할까. 봄을 맞아 너멍골에 오신 어른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외손녀도 보고 그저 흐뭇한데. 

오랜만에 외딴 너멍골 집이 3대로 가득하고, 남현 씨는 아궁이에 불을 더 피워내며, 그리도 소망하던 가족을 이뤘다는 사실에 뭉클해진다. 남들 시선 아랑곳 않고, 서툴지만 자신들의 농사를 지어가던 부부….

그러던 어느 날, 남현 씨를 찾아 산골을 헤맸다는 귀농 40년 차라는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이 찾아오는데 일면식도 없는 어르신은 왜 그토록 남현 씨를 만나고 싶었던 걸까? 

인생에 정답이 어디 있을까? 해마다 무너지기를 반복하는 배수로를 5년 동안 쉼없이 팠고, 그렇게 논을 밭으로 만들겠다는 남현 씨. 그리고 그런 남편과 같이 발 맞춰 가는 포도 씨. 이 봄, 스스로 일군 너멍골 터전에서 오늘도 부부는 땀 흘리며 삶을 일궈간다. 청매와 홍매가 부풀고, 수선화가 피는 봄날, 재 너머 찬란한 봄이 온다. 

오늘(12일) 인간극장 <재 너머 봄이 오네> 1부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전라북도 완주, 재 너머에 있는 골짜기 너멍골. 6년 전, 혈혈단신으로 귀농한 남현 씨가 아내 포도 씨와 함께 자연주의 삶을 살고 있다.

작년 가을에 엄마아빠가 된 두 사람, 5개월인 딸 보리를 함께 씻기고 교대로 밥을 먹는다. 보리가 잠이 들자 포도 씨는 진돗개 항우와 함께 산책을 나가고…. 

아내가 돌아온 오후, 이웃에게 얻어 온 대나무 지주대로 닭장 울타리를 박던 남현 씨. 그만 망치가 부러져 버리는데….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KBS 인간극장, ‘재 너머 봄이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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