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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 만에 처음으로 드라마 출연 ‘한국의 그레고리 펙’ 남궁원 컴백 인터뷰
52년 만에 처음으로 드라마 출연 ‘한국의 그레고리 펙’ 남궁원 컴백 인터뷰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1.08.1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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훤칠한 외모와 신뢰가 가는 목소리, 안정된 연기력으로 ‘한국의 그레고리 펙’으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화배우 남궁원. 그가 데뷔 52년 만에 처음으로 TV 드라마에 출연한다. 지난 7월 23일에 첫 방송된 SBS 주말극 <여인의 향기>에서 딸 임세경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 남자 주인공 강지욱을 철저히 응징하는 냉혹한 재벌회장 임중희 역을 맡은 것. 임 회장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하는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로 남궁원 특유의 위엄 있고 품격 높은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그는 1959년에 영화 <독립협회와 청년 이승만>으로 데뷔한 뒤 30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해왔다. 대종상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도 여러 차례 수상했던, ‘한국 영화계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2002년 영화 <싸울아비>이후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고, 그 사이
‘국회의원 홍정욱’의 아버지로 더 유명세를 탔다.

마지막 순간까지 배우로 살고 싶은 꿈
“오랜만에 연기를 하니 긴장이 많이 돼. 신인으로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지. 첫 촬영할 때 배우부터 스텝까지 모두 모여달라고 부탁한 다음 많이 도와달라는 의미로 큰절을 했어. 그러니 젊은 아이들이 저 뒤에서 숙덕숙덕해. 매니저에게 전해듣기론 ‘역시 원로 배우는 다르다. 멋지다’라고 하더래(웃음). 뭐 그렇다고 칭찬 들으려고 절했던 건 아니고, 말 그대로 난 신인이야. 오랜 기간 연기를 쉬었고 더욱이 드라마 연기는 처음이니까. 첫 촬영을 하고 나서 묘한 쾌감을 느꼈어. ‘역시 연기자는 연기를 하며 살아야 하는구나’ 생각했지. 그동안 어떻게 참았나 몰라. 뭔가 후련한 느낌도 들고, 연기자로 생을 마감하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도 했어.”
지난 세월 동안 연기 활동이 아니어도 브라운관을 통해 그를 만날 기회는 있었다. 유명한 아들을 둔 덕에 인터뷰 요청도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모두 고사했다. 정치인인 아들과 자신은 별개이지만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던 것. 작품 활동은 하고 싶었지만 워낙에 방송 인터뷰를 거절하니까 TV에는 출연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났는지 대본도 많이 들어오지 않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스스로도 연기에 대한 부담이 생겼다.
“작품이 하고 싶어도 대본이 안 들어오면 어쩔 수 없는 거잖아. 이 나이에 감독들 만나러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그냥 기다렸지. 들리기로 이번 드라마의 작가와 감독이 새로운 얼굴의 중년 배우를 찾고 있었대. 그게 나였던 거지(웃음). 얼마 전 첫 촬영을 마쳤는데 끝나고 보니 역시 배우는 내 천직이다 싶어. 젊은 사람들과 연기하다 보면 마음도 젊어지고 활력소가 되거든. 사실 내 나이가 되면 집에 가만히 있거나 친구들과 골프 치러 가는 게 일과의 전부인데 요즘에는 대사 외우랴, 촬영장 가랴 바빠. 심지어 자면서도 대사를 중얼중얼 거렸다더군. 아내는 그게 좋아 보이나봐. 온 가족이 격려해줘서 열심히 하고 있지.”
그토록 하고 싶던 연기였지만 드라마 제작사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고 수락하기까지는 가족회의를 열 정도로 고민이 많았다. 특히 아들인 홍정욱 의원이 크게 말렸다. TV 드라마는 영화보다 촬영 템포도 빠르고 낯설 텐데 아버지가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아들은 ‘아버지가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에 누가 될까봐 걱정된다’며 염려했어. 하지만 아내는 ‘멋지게 한번 해보라’며 격려해주었지. 평생을 지켜봐준 아내의 말 한마디에 용기를 얻을 수 있었어. 결정이 난 후에는 아내뿐 아니라 아들과 딸들이 얼마나 응원해주었는지 몰라. 이번 역할로 ‘남궁원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말 한마디 들으면 나는 성공이라고 생각해.”

세 명의 자녀 모두 엘리트로 키워낸 아버지
남궁원은 세 명의 자녀 모두를 엘리트로 키워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외아들인 홍정욱 의원은 미국 하버드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며 그해 23세의 나이로 자서전 <7막 7장>을 출간해 10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이후 언론사 CEO,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부러워할 이력으로 주목받으며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청년의 롤모델로 부상했다. 홍 의원의 누나 성아 씨 역시 미국의 명문대학 콜롬비아대를 졸업했을 정도로 수재이고 여동생 나리 씨도 독일 베를린 음악아카데미에 최연소로 합격해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세 자녀 모두 글로벌 리더로 키운 그는 자녀와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자주 가졌다. 특히 아들에게는 자신감을 길러주려고 노력했는데, 그는 미국 유학 시절의 홍 의원에게 유엔본부 앞에서 “나는 하버드를 정복할 것이다”라고 함성을 지르게도 했다. 그는 아들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병역의무를 마친 후에는 대한민국의 지도자로 성장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홍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며 아버지의 그 꿈을 이뤄주었다.
“아들이 나랏일을 하다 보니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지만 그런 모습을 보며 자랑스러움을 느껴. 많이 배운 만큼 사회에 환원하기를 바라왔었거든(웃음).”
그는 연기 활동을 재개하면서 자신의 나이에서 서른 살을 뺐다. 40대 중반처럼 노련하면서도 뜨겁게 살고 싶은 바람에서다. 마지막으로 Queen 독자에게 오랜만에 컴백하는 소감을 전했다.
“오랜만에 시청자와 Queen 독자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참 기쁩니다. Queen 독자 중에는 제 나이 또래도 있을 텐데요. Queen 독자도 그리고 저도 건강하고 기운차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더 건강하고 멋있는 남궁원이 되도록 노력할 테니 끝까지 지켜봐주세요(웃음).”

 

 

 

 


 

 

 

 

 

 

드라마 <여인의 향기> 촬영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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