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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졌다, 그리고 기적처럼 부활했다 ‘청춘합창단’의 인간적인 로커 박완규 프라이버시 인터뷰
잊혀졌다, 그리고 기적처럼 부활했다 ‘청춘합창단’의 인간적인 로커 박완규 프라이버시 인터뷰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1.10.1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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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칭 가수로 불리지만 그 중에서도 로커의 경우 유난히 확고한 자신만의 세계관이 존재한다. 그들의 음악적 고집, 독특한 감성으로 채워진 무대는 그 욕심만큼이나 팬들의 감동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한편으로 너무나도 순수하기에 때론 독선적이라거나 거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오래전 로커 박완규의 첫인상 역시 그랬었다. 빛나지만 왠지 다가가면 날카로운 원석의 날 끝에 베일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최근 그가 변했다. 공공연히 스승이자 인생의 멘토로 언급하는 ‘부활’의 리더 김태원에 손에 이끌려 생전 처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부터다. 그가 처음 〈남자의 자격 - 청춘합창단〉에 등장했을 때만해도 이전까지의 고정관념 때문에 어색함이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그 스스로도 스쳐지나가는 표정 사이로 뭔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 상태로 합창단원 모집을 위한 오디션이 시작됐다. 그런데 지원자들의 갖가지 사연을 접하는 그에게서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그어놓았던 선을 지워버린 듯 때론 눈물을 보였고 때론 감동에 겨운 미소를 스스럼없이 지어보이는 모습. 그것은 그간 대중들의 뇌리에 뿌리박혀 있던 로커 박완규의 이미지를 서서히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인간적인 로커로서의 본 모습을 드러낸 그는 그 옛날 과거보다 훨씬 긍정적이며, 솔직했고 유연해져 있었다.

따스한 손길을 내민 형, 김태원

박완규는 긴 공백의 시간을 뒤로하고 올해 초
‘부활’의 프로젝트 앨범의 타이틀곡 〈비밀〉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다. 1998년 음악적 견해 차이를 이유로 ‘부활’을 떠난 후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이뤄진 반가운 상봉(?)이었다. 그리고 다시 뜻밖의 〈남자의 자격 - 청춘합창단〉 출연. 그는 “이 모두가 태원이 형의 힘”이라고 이야기한다. 괘씸할 법도 하건만 김태원은 10여 년 전 자신을 떠난 뒤로 긴 방황의 그늘 속에서 힘겨워 한 동생을 다시 세상으로 이끌었다.

요즘 활동을 보면 박완규라는 가수가 저렇게 대중들의 관심에 목마름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지난 1월에 태원이 형은 〈비밀〉이라는 곡으로 바닥에 쓰러진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몇 개월에 걸쳐 한발 한발 걷게 만들었다. 실제로 그때까지 무대 위에서 노래는 불러도 움직이지를 못했다. 명색이 가수라면서 무대가 감옥같이 느껴졌다. 어두컴컴한 지하 감옥의 문을 열어줬는데도 못나오고 있는 것을 태원이 형이 빛 아래로 질질 끌고 나온 거다. 그럼에도 처음에는 눈이 부셔 도저히 햇빛을 감당 못하는 상황이었다. 자신이 없었으니까. 목소리도 ‘예전만큼 안나온다’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사실 지금도 과로로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지만 그때보다 〈비밀〉을 더 잘 부를 수 있다. 사실 아픈 정도가 아니라 노래를 하면 안 될 상황이었다. 실제로 의사 역시 말조차 해서도 안 된다고 했을 정도니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더라. 수술밖에는 도리가 없다고…. 수술은 치료가 아니라 성대 자체를 초기화하는 것이었다. 결국은 염증만 가라앉히기로 하고 치료를 시작했다. 그런 상태가 6개월 동안 이어졌다. 그러다가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태원이 형이 “이제 조금 노래가 나오는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도 난 자신이 없었다. 결국 형이 생각한 방법이 〈남자의 자격〉 출연이었다.
〈남자의 자격〉에서 보컬트레이너로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모습이 참 색다르게 다가 왔다.
맞다. 너무 다행인 게 어르신들이 계시니까 그 자리가 정말 푸근하게 느껴졌다. 태원이 형의 계획대로 된 것인지 형 역시도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승부를 걸어 본 것인지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형이 나를 이끌어서 만든 시너지는 사람들에게 ‘박완규가 저렇게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코드가 있었네’라고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결국은 태원이 형의 선택이 맞았다. 나 역시도 어르신들과 함께하며 그간 상처받고 곪았던 부분들이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 나한테 〈남자의 자격 - 청춘합창단〉은 갱생 프로그램이었던 셈이다(웃음).
알면 알수록 박완규에게 김태원은 참 특별한 존재 같다. 그런데 오래전으로 돌아가 보자. ‘부활’에 있던 시절 김태원과는 애증(?)의 관계라고 할 수 있지 않았나.
1997년 ‘부활’의 5집은 〈불의 발견〉이라는 타이틀로 나왔다. 이를 테면 불은 나였던 셈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태원이 형도 불이었다고 생각된다. 불과 불이 만난 거지. 서로 의견이 너무 첨예하게 달랐다. 음악이 부딪혔고 라이프스타일이 부딪혔고 가치관조차 달랐다. 부활을 나올 때 형에게 “돈이면 돈 음악이면 음악, 형님이 한길만 택한다고 하면 배고프다고 해도 음악을 할 것이고 손가락질을 받는다고 해도 돈을 쫓겠다. 양다리는 싫다. 부활이 상업밴드인지 아닌지 정체성을 확실히 해 달라”고 했다. 그때 형이 한 말은 “상업성은 우리가 구별한다고 구별 되는 게 아니다. 넌 아직 어리다”였다. 더 무슨 말이 필요했겠나. 그렇게 나왔다.
그 뒤로 <천년의 사랑>을 발표했다. 그런데 처음 생각대로는 안 된 것 같다. 홀로 세상에 섰을 때의 심정은 어땠나.
괴로웠다. 첫 무대부터 그랬다. 태원이 형과 그렇게 다투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부르는데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안 순간 두려움이 몰려왔다. 태원이 형이 나를 보내며 한 말이 있다. “가고 싶으면 가라. 그런데 앞으로 너의 한쪽으로 치우치는 성격이 그대로 노출되고, 사기꾼들로 인해 상처받고 방황할 것이 보여 걱정된다”였다. 그 말이 1년 후 그대로 현실이 됐다. 그 이후로 세월을 흘려보내는 것 밖에 답이 없었다.

변한 것과 변치 않은 것

10년이라는 긴 세월 속에서 그는 적잖은 좌절감을 맛봤고 외로움을 겪어야 했다. 때론 그런 운명에 몸을 맡긴 채 목을 혹사시키며 자학하기도 했다. 다시 빛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지금. 그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바꾸지는 않은 듯하다.

이번 싱글은 〈천년의 사랑〉을 작곡한 유해준 씨의 곡이라고 들었다. 좀 아이러니한데.
솔직히 이번 싱글이 흡족한 것은 아니다. 사실 〈천년의 사랑〉 같은 느낌의 곡을 다시 부르고 싶지는 않았다(그는 종종 그 이유를 〈천년의 사랑〉을 부를 당시가 가장 불행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라 했다). 또 음악적으로도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사랑이 아프다〉가 그랬다. 타이틀곡인 〈사랑하기 전에는〉의 경우는 나쁘지 않았지만…. 어쨌든 〈천년의 사랑〉을 좋아해준 팬들도 있으니 지금은 숨고르기라고 생각한다.
그간 사정도 있었지만 데뷔 이후 꽤 오랫동안 박완규라는 가수는 노래 외에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을 어색해 하는 듯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유연해진 것 같다.
세상을 알게 되니까 변했다고 할까. 아니 그보다는 진화했다고 하는 편이 맞는 것 같다. 사실 태원이 형이 나한테 변화를 요구한 부분도 있다. 내가 아는 것들이 안에서만 맴돌다 사라지기 전에 세상과 접목시킬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라는 거였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접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부분들이
〈남자의 자격〉에서 발견되는 것 같다.
변하지 않은 것은 뭐라고 생각하나.
보면 알지 않나. 딱딱한 말투, 여전히 조금은 거친 느낌…. 그런 건 안 변하는 것 같은데(웃음).

아프고도 애틋한 사랑

시기적으로 박완규에게 올해는 희비가 교차되는 일이 이어졌다. 새로운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그간 힘든 시간을 함께 했던 아내와 끝내 헤어짐이라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조금은 조심스러운 질문…. 하지만 그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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