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30 07:25 (화)
 실시간뉴스
중소기업 절반이 '좀비기업' ... 영업해서 이자도 못 번다
중소기업 절반이 '좀비기업' ... 영업해서 이자도 못 번다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1.08.11 0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뉴스1)
(사진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빚으로 연명하고 있다. 영업을 해봤자 이자도 못갚는 중소기업들이 태반이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중소기업 1244개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비중은 50.9%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47.0%에 비해서 3.9%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 비율이 1보다 낮으면 영업이익만으론 이자를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중소기업 절반이 이자비용도 벌어들이지 못한 '좀비기업'으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다. 대기업을 포함한 2520개 기업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비중은 39.7%를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치명상을 입은 관광, 숙박, 외식, 항공, 교육 등의 업종은 매출 부진, 수익성 악화에 시름하고 있다. 

서울에서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사업을 하는 C기업의 한 관계자는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출금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라며 "최대한 구조조정을 하며 고정비를 줄였으나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어 깜깜하다"고 하소연했다.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빚으로 연명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8월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이자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7월말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531조2420억원으로 전년 동기(477조5109억원)에 비해 50조원 넘게 증가했다. 2019년 7월(431조3909억원)과 비교하면 100조원 이상 급증했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지난 7월 기준 40.3%로 상승했다. 이 수치가 40%를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년 만이다.

중소기업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거 은행에 손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중소기업을 상대로 금융지원책을 집중한 점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다른 문제는 한계 상황에 직면한 중소기업들의 위기가 은행권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 이자 갚기에도 빠듯한 중소기업들은 그야말로 다중고를 겪을 수밖에 있다. 금융권에선 내년 상반기까지 누적으로 기준금리가 최소 0.5%p, 최대 0.75%p 오를 수 있다고 본다.   
지난 6월말 기준 전 금융권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를 연장해준 규모는 204조2000억원에 달한다. 아직 수면으로 올라오지 않은 대규모 잠재 부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오는 9월말 종료 예정인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재연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은행권에선 이자라도 내도록 해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을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자조차 못내는 한계기업들을 이제는 걸러내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은행들이 좀비기업을 걸러내는 데 있어 전문성이 있는 만큼 은행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