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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그래도 고향서 엄마와 함께”…25년만에 귀향, 정수영씨 산골일기
[인간극장] “그래도 고향서 엄마와 함께”…25년만에 귀향, 정수영씨 산골일기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9.2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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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9월 20~24일) KBS 1TV <인간극장>은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현계산 산자락, 떠나고 싶었던 고향에 다시 돌아와 어머니와 함께 자신만의 삶터를 가꿔가고 있는 정수영 씨(53)의 즐겁고 유쾌한 산골 일기를 들여다보는 ‘그래도 고향에서 엄마와 함께’ 5부작이 방송된다.

고향으로 회귀하려는 본능은 연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닌가 보다. ‘가난’과 ‘고생’이 뭔지 알게 된 어린 시절부터 어떻게든 떠날 궁리만 했던 남자, 정수영 씨(53) 역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의 고향은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의 현계산. 예로부터 골이 깊고 나무가 울창해서 멀리서 보면 검게 보인다고 하여 ‘검은 계곡의 산’, ‘현계산(玄溪山)’이란 이름이 붙은 곳이다. 

그 산자락 깊숙이 자리 잡은 집에서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수영 씨. 가난한 산골의 삶이란, 7살이 되면 작은 지게를 선물 받고 초등학생이 되면 친구들과 놀기 전에 자기 몫의 땔감을 먼저 준비해야 하는 것이었다. 어른이 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삶이 싫고 떠나고 싶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열심히 노력해서 국립대에 입학하고 집을 떠날 때만 해도 뒤도 돌아보지 않으리라 결심했었다. 하지만 청운의 꿈을 안고 맞닥뜨린 세상은 녹록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해야 할 시기에 IMF가 터졌고 먹고살기 위해 뭐라도 해야 했다. 경매사로, 자영업자로, 전기 기술자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지만 모진 풍파에 늘 무릎이 꺾였다. 그럴 때마다 수영 씨는 자꾸만 고향이 생각나고 고향이 그리웠다.

결국 귀향을 결심한 수영 씨는 8년 전, 산양삼 농사꾼으로 고향에 돌아왔다. 어릴 적 나고 자란 현계산 자락, 옛 집터와 가까운 곳에 오두막을 짓고 어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뇌졸중을 앓고 난 후 거동이 불편해져 요양원에 있던 이순옥(83) 할머니는 덕분에 일 년의 절반은 아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사소한 일로 날마다 티격태격 하지만 실없는 농담을 할 땐 죽이 척척 맞는 어머니와 아들이다.

그렇게도 떠나고 싶었던 고향에 다시 돌아와 자신만의 삶터를 가꿔가고 있는 수영 씨. 어머니와 함께하는 그의 즐겁고 유쾌한 산골 일기를 들여다본다.

‘그래도 고향에서 엄마와 함께’ / KBS 인간극장
‘그래도 고향에서 엄마와 함께’ / KBS 인간극장

◆ 현계산에 살어리랏다

새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산속,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한 남자. 나무와 나무를 연결해 직접 집라인을 만들었다는 정수영 씨(53)다. 잠시 걸터앉아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그네 역시 그의 작품. 집안 선산으로, 외부인들의 출입이 제한돼있어 호젓한 산은 그야말로 수영 씨의 놀이터다. 

고향으로 돌아온 지 8년째. 산골 생활이 이리도 재미있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산양삼 농사를 짓고 있다 보니 배수로 관리하랴, 산짐승 퇴치하랴 해야 할 일도 많지만 복잡하고 버거웠던 도시의 삶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산더덕에 버섯, 각종 약초까지 계절마다 시시때때로 자연의 선물을 받아 밥상에 올릴 때면 인생사 이만하면 됐지, 싶다. 

물론 날이 가물면 우물이 말라 물이 끊기고, 방안에선 인터넷을 쓸 수 없고, 집 앞까지 택배를 받을 수 없는 등 여러 가지 불편함도 있지만 그 정도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방이 한 칸뿐인 까닭에 매일 어머니와 한방에서 먹고 자는 수영 씨. 처음엔 어색했지만 덕분에 이젠 까까머리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모자 관계도 가까워졌다.

‘그래도 고향에서 엄마와 함께’ / KBS 인간극장
‘그래도 고향에서 엄마와 함께’ / KBS 인간극장

◆ 25년 만의 귀향

수영 씨가 태어난 집은 읍내인 부론에서도 걸어서 2시간은 족히 걸어 들어가야 하는 첩첩산중이었다. 버스는 고사하고 길도 제대로 없는 산길을 걷고 걸어 학교에 다녔다. 가난하고 힘든 산골 생활이 싫었던 수영 씨는 늘 떠나기를 꿈꿨다. 방법은 공장 취업과 대학 진학, 두 가지뿐이었다.

수영 씨는 공부를 택했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결국 강원도의 국립대학에 진학했다. 집안의 유일한 대학생으로 기대 속에 대학에 갈 때만 해도 인생이 장밋빛 같았다. 하지만 없는 살림에 집에서 대학생 뒷바라지를 해주기 어려운 건 당연지사. 매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수영 씨는 학군단에 지원했고, 그로 인해 졸업 후 6년 4개월간 군 복무를 하고 나왔더니 IMF가 터졌다.

다들 있던 직장도 쫓겨나는 마당이니 당연히 취업이 되지 않았다.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경매사를 하면서 남는 시간을 쪼개 생활용품점을 열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태풍 루사가 찾아왔고 추석 대목을 앞둔 물품 창고를 휩쓸어 가면서 큰 빚만 남겼다.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결국 아내와도 헤어지게 됐다. 다시 전기기술을 배워 공사 현장을 찾아다니던 수영 씨, 문득 고향이 떠올랐다. 한 번 두 번 고향을 찾아가는 횟수가 늘었고, 돌아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도 고향에서 엄마와 함께’ / KBS 인간극장
‘그래도 고향에서 엄마와 함께’ / KBS 인간극장

◆ 또 하나의 고향, 나의 어머니

수영 씨 기억 속에 어머니는 언제나 씩씩한 여장부였다. 화천이 고향인 이순옥(83) 할머니는 전쟁이 터지자 피난길에 올랐다가 원주에 정착했다. 집도 절도 없는 피난민 처지라 그저 밥 굶지 않게 해 준다는 말에 소아마비가 있던 남편에게 시집을 오게 된 어머니. 

이후 어머니의 삶은 고생뿐이었다. 일을 할 수 없는 남편을 대신해 변변치 않은 농사 몇 가지를 짓고 산더덕을 캐서 팔며 시부모를 봉양하고 5남매를 키웠다. 어릴 적엔 남들만큼 뒷바라지를 해 주지 못하는 어머니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이젠 지팡이 없이는 걷기 힘들 정도로 쇠약해진 모습이 안쓰럽기만 한 수영 씨. 

고향에 돌아온 후, 하루라도 더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수영 씨는 요양원에 계셨던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왔다. 스무 살에 어머니 품을 떠났던 수영 씨는 그렇게, 25년 만에 다시 어머니의 품으로 귀향했다. 얼굴만큼 고집 센 성격도 꼭 닮아서 날마다 티격태격 하지만 모자는 서로를 의지하며 오늘도 다정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고향에서 엄마와 함께’ / KBS 인간극장
‘그래도 고향에서 엄마와 함께’ / KBS 인간극장

20일 방송되는 인간극장 <그래도 고향에서 엄마와 함께> 1부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강원도 원주, 산양삼 농사를 지으며 산을 놀이터마냥 즐기는 그는 정수영 (53) 씨다. 식사 시간이 되면 어머니를 위해 산에서 캐온 식재료로 밥상까지 뚝딱 차려낸다.

그날 저녁, 어머니인 이순옥(83) 할머니와 김치 담그기에 여념 없는데…. 서로의 의견이 맞다며, 고집부리는 두 사람이다. 다음날, 수영 씨는 급히 차를 몰고 어디론가 향하는데….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광희 기자] 사진 = KBS 인간극장 ‘그래도 고향에서 엄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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