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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일부 집값 하락세 … '자산붕괴' 우려속에 실물경제 타격 불가피
수도권 일부 집값 하락세 … '자산붕괴' 우려속에 실물경제 타격 불가피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1.12.27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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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떨어지는 등 급등세를 이어오던 부동산 시장 상승세가 둔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빚투'로 쌓은 자산가격의 거품이 걷히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취약성이 매우 높은 수준이며 확률은 낮지만 '자산붕괴'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빚투'로 심화된 금융불균형이 급격히 조정될 경우 집값 하락과 부채 축소(디레버리징)가 큰 폭으로 진행돼 가계소비와 기업투자 등 실물경제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금융불균형을 완화하되 자산시장 붕괴나 부채 디레버리징 등에 대한 충격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최근 지방에 이어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값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7%로 전주 0.09% 대비 상승폭이 둔화됐다. 특히 수도권은 0.10%에서 0.07%로, 서울은 0.07%에서 0.05%로 상승률이 낮아졌다. 서울 은평구는 전주 대비 0.03% 떨어지면서 지난해 11월 강남구 이후 약 1년1개월만에 서울 내 하락 전환한 구가 됐다.

경기 화성시는 2주 연속 0.02%의 하락세를 보였고, 경기 수원시 영통구는 2년5개월만에 하락 전환했다. 경기 의왕시 아파트 역시 2년3개월만에 상승세를 멈췄으며, 세종시는 0.57% 하락해 해당 지역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집값 하락이 서울까지 번진 것은 금리인상에 대출 규제가 더해져 매수세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내년 2%까지 오르면 내년말 서울 아파트 가격은 최대 20%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극단적 전망도 나온다. 원리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집주인들이 처분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역시도 입지에 따라 크게 엇갈릴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서울 공급 부족은 내년에도 해소가 어려워 보이는 만큼, 강남권 등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 시점이 부동산 거품이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은 분명하다. 한국은행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융불균형 수위를 나타내는 부동산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올 3분기 100을 기록했다. 이는 지수 범위 상한으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6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FVI는 주택가격 비율과 주택가격 상승률, 중대형 상가임대료 상승률을 고려하는 지수로, 100에 가까울수록 부동산 거품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은은 발생 확률이 10%인 '테일 리스크'(Tail risk)라고 전제하면서도 국내 자산가격 붕괴에 따른 복합 충격이 발생하면 내년 3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0%로 뒷걸음질 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 가격이 급락해 가계 자산이 감소하면 채무불이행 사태가 나오고 그 결과로 소비와 내수시장이 위축되면서 투자 축소, 고용 하락에 외채 상환능력까지 악화하는 연쇄 작용이 우려된다는 경고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행정학과 교수도 "(전세를 안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를 비롯한 부동산 시장 붕괴는 곧 가계부담으로 이어지고 금융불안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집값이 하향안정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짧은 시간에 급락하는 것은 거시경제의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집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락세는 그 자체로는 긍정적이지만 대출을 많이 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충격이 된다"면서 "채무불이행이 연쇄, 장기화되면 심한 경우는 '깡통 주택(집값이 전세 보증금과 대출금을 밑도는 주택)'을 낳고 금융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불안정성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고, 주택공급을 가시적으로 늘리는 등의 정책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박 교수는 "수요는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공급을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라면서 "상황에 따라서는 금융 규제를 한시 완화하는 등의 정책도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공급 정책은 기본이고, 조세·금융·법 개정 등의 '3박자'를 갖춰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비정상적인 조세정책의 완화를 통해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하고, 대출 역시 부분적으로는 완화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여기에 더해 실거주 매수인의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임대차보호법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Queen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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