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05-22 15:50 (일)
 실시간뉴스
미래의 법률가에게 양성평등이란 무엇인가
미래의 법률가에게 양성평등이란 무엇인가
  • 전현정
  • 승인 2022.01.18 09: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즈음 여러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양성평등센터가 올해의 심포지엄 주제로 ‘변호사 업무와 양성평등’을 정하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신규 변호사들을 상대로 양성평등 문제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이 문제는 하나의 정답을 찾는 것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모아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성격이 강하다. 늘어나는 코로나 확진자 숫자를 보면서 비대면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할지를 놓고 고심해야 했지만, 사람들이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0월 6일 열린 심포지엄에서 내실 있는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고, 사람이 모여 의논을 하며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작업의 가치를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회의의 유용성을 알게 되었지만, 사람이 직접 만나 소통하는 것은 여전히, 그리고 당연히 중요하다.

청년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변호사업계에서 신규 변호사들도 마찬가지이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래 변호사 수가 늘어나면서 청년 변호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지만, 취업을 하는 것도 어렵고 취업 이후에 법률전문가로서 경력을 탄탄하게 쌓는 것도 쉽지 않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경쟁을 거쳐 로스쿨에 입학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그리고 6개월 동안 실무수습 과정을 밟아야 변호사로서 활동할 수 있다. 그런데 변호사 실무수습기간 동안에 저임금, 고용불안과 부당한 대우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번 설문에 응답을 한 총 450명의 변호사 중 과반수가 남녀를 불문하고 실무수습 과정에서 월 200만 원 미만의 급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실태조사에 응답한 5년차 이하 변호사 450명 중 30%에 해당하는 131명이 실무수습 당시 성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한 남성 응답자는 16%에 그친 반면, 여성 응답자는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38.5%에 이르렀다(『실무수습기간 변호사 29%, 성별 스트레스 경험』, 법률신문 2021년 10월 7일자 3면). 신규 변호사가 이직을 하는 과정, 그리고 직장에 근무하면서 성별에 따른 차별을 경험하였는지에 관해서도 여성 변호사가 차별을 더욱 의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호사 업계의 남성 중심적 문화와 편견, 그리고 임신·출산·양육의 문제가 차별의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변호사 세계는 매우 치열하고 경쟁적인 곳이다. 법원이나 검찰과 같은 공적 영역에서는 어느 정도 일이 공평하게 주어지만, 변호사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어떤 사람은 일이 많고 어떤 사람은 한가하다. 신규 변호사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형태의 차별은 법률 전문가로서의 능력, 그리고 변호사들 사이의 급여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채용 단계의 차별은 아예 일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더 큰 문제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신규 변호사들에게 어려운 고민거리이다. 소규모 사무소에서는 여성 변호사의 출산으로 인한 공백을 여전히 꺼린다. 남성 변호사의 육아휴직은 공무원과는 달리, 대형 로펌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육아휴직에 관한 내부 규정조차 변호사 업계에서는 미비한 상태이다.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돌봄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인간은 돌봄을 주고받아야 하는 존재이며 육아 문제와 함께 앞으로는 부모 돌봄도 문제 될 것이라는 어느 토론자의 말이 인상 깊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기조연설에서 호주 여성 변호사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호주에서 여성 변호사의 숫자가 획기적으로 늘어나면서 전문직 여성의 출산과 양육 문제 해결을 호주 여성 변호사들이 이끌어냈다고 한다. 여성 변호사가 자신들이 개인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사회 전체의 돌봄 노동을 체계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제도를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젊은이가 우리의 미래이듯이, 신규 변호사는 법률가의 미래이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법률가의 미래상을 결정한다. 신규 변호사의 양성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그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신규 변호사의 양성평등 문제에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거울처럼 반영되어 있다. 젊은 변호사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에 관한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설문조사를 하고 심포지엄을 준비하였지만, 그러한 문제까지도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하였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전현정 변호사(법무법인 케이씨엘)
 



전현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3년간 판사로 일하다
서울중앙지법부장판사를 끝으로 2016년 법원을 떠났다.
현재는 법무법인 KCL 고문변호사다.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대한변협 양성평등센터장으로 활동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엄유정 2022-01-19 15:33:13
지성과 미모, 실력을 겸비한 멋진 리더!!
바름과 도덕적가치관으로 한평생 올곧은 길을 걸어가는 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