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16:20 (월)
 실시간뉴스
[인간극장]아들은 배, 엄마는 항구…진도 쉬미항 ‘억척엄마’ 김옥순씨&아들 수범씨 이야기
[인간극장]아들은 배, 엄마는 항구…진도 쉬미항 ‘억척엄마’ 김옥순씨&아들 수범씨 이야기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2.14 0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쉬미항에는 엄마가 있다 / KBS ‘인간극장’

 

이번주(2월 14~18일) KBS 1TV <인간극장>은 전라남도 진도의 작은 항구 ‘쉬미항’, 강의만(79)·김옥순(74) 부부의 육남매와 막내아들 강수범(39)씨의 파란만장 이야기를 그린 <쉬미항에는 엄마가 있다> 5부작이 방송된다.

40여 년 전 쉬미항에 닻을 내린 강의만(79) 씨와 김옥순(74) 씨 부부. 옥순 씨는 선술집도 하고 고기도 잡아 장에 팔며 억척스럽게 살아왔다. 그렇게 해서 키워낸 육 남매가 저마다 자리 잡고 살았는데 8년 전 하나밖에 없는 아들 강수범(39) 씨가 돌아왔다. 

엄마의 선술집 자리에 식당을 차린 수범 씨. 엄마는 그런 아들을 돕고 싶어 새벽 4시면 일어나 장사 준비를 하고 아들 곁을 맴돌며 게장에, 전복장에 된장까지 담근다. 옥순 씨에게 수범 씨는 ‘금쪽같은 막내아들’이자 아픈 손가락이기 때문.

옥순 씨는 결혼한 이듬해에 맏딸 선아(51) 씨를 시작으로 줄줄이 딸을 다섯을 낳고, 오기로 아들 수범 씨를 낳았다. 그런데 보기만 해도 아까운 막내아들이 열아홉에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다. 수범 씨는 오른팔의 신경이 세 개나 끊어져 일 년 동안 병원 신세를 졌으나  의사도 독하다고 할 정도로 재활에 힘을 써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그 이후로 수범 씨는 상경해 양식 요리사와 바리스타가 되었는데 어쩐지 쉽게 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래서 보다 못한 큰누나, 막내 남동생을 쉬미항으로 불렀다. 

그렇게 어머니의 바다로 내려온 수범 씨는 도시가 그리웠다. 불빛이 보고 싶은 밤이면 홀로 목포 시내로 탈출했던 수범 씨. 그런 수범 씨를 엄마와 큰누나는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도와줄 테니 양식집 대신 한식집을 열자”라며 수범 씨를 설득했고 두 여인의 도움 속에 수범 씨는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평생을 자식들 잘 되기만을 바라며 살아온 옥순 씨. 그녀에게도 화양연화가 있었을까. 다정한 말 건넨 적 없는 무뚝뚝한 남편과 청춘을 바쳐 육 남매를 키워냈으나 먹고 사는 게 바빠 결혼 50주년 기념일도 지나쳐버렸다. 반백 년을 자식들을 위해 산 어머니, 육 남매는 금혼식을 준비하는데…. 부모님을 위해서라면 열 일 제치고 달려오는 딸들과 어머니의 바다에 닻을 내린 수범 씨가 있기에 옥순 씨의 마음은 바다보다 풍족하다. 누구나 지친 마음 쉬어가는 작은 항구, 쉬미항에는 엄마가 있다.

쉬미항에는 엄마가 있다 / KBS ‘인간극장’

 

◆ 쉬미항의 '억척 엄마', 옥순 씨

진도의 작은 항구 ‘쉬미항’, 이곳에 부지런히 미명을 밝히는 가족이 있다. 어부로는 아직 “유치원생”이라는 아들 강수범(39) 씨와 40년 넘게 배를 탄 베테랑 강의만(79), 김옥순(74) 씨 부부가 함께 고기를 잡는다. 아들 수범 씨는 8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식당을 운영하는데 엄마와 큰누나 강선아(51) 씨가 수범 씨를 도우려 식당에 일손을 보탠다.

사실 수범 씨가 운영하는 식당은 40년 전 일찌감치 어머니가 터를 잡은 곳. 옥순 씨, 어린 육 남매 키우려 쉬미항에 선술집 열고 남편과 고기 잡느라 억척 엄마가 되었다. 고기 잡다가 남편의 손가락이 롤러에 끼여 가슴 철렁한 적도 있었고 40년 넘게 배를 타니 안 아픈 곳이 없으나 이젠 저마다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가는 자식들은 부부의 보람이었다.

그런데 “바다가 싫다”라며 떠났던 막내아들이 돌아와 곁에서 식당 일은 물론이고, 부모님을 도와 바다에서 힘쓰는 일을 도맡는다. 옥순 씨, 그런 아들이 마음 쓰여 종일 아들 곁을 맴돌며 일을 찾아내는데…. 아들 식당의 수조를 청소 해서 고기 잡아 넣어주고 전복장, 게장에 된장까지 담그고도 다음날이면 새벽잠을 깨우고 일어나 아들 식당의 장사 준비를 돕는다. 그러면서도 옥순 씨, 자나 깨나 아들이 힘들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쉬미항에는 엄마가 있다 / KBS ‘인간극장’

 

◆ 아들은 배, 엄마는 항구

옥순 씨는 가난했던 집안의 8남매 중 맏딸로 태어났었다. 시집가기 싫어 봤던 맞선만 무려 스무 번, 스물셋에 중매로 진도 총각 강의만 씨와 결혼했다. 이듬해 큰딸 강선아 (51)씨를 낳았을 때 옥순 씨는 ‘딸 둘에 아들 하나 낳으면 딱 좋겠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줄줄이 딸 넷을 더 낳았고 다섯째 딸을 낳고는 눈물도 안 나왔더랬다. 그렇게 자존심 때문에 오기로 낳은 아이가 막내아들 수범 씨이다.

그런데 옥순 씨에게 아들 수범 씨는 유달리 아픈 손가락. 보기만 해도 닳을까 아까웠던 막내아들이 열아홉에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오른팔에 있는 신경이 세 개나 끊어지고 쇄골은 으스러졌었다. 수범 씨는 병실을 지키며 남몰래 눈물 훔치던 엄마를 위해서라도 힘을 냈고 의사도 혀를 내 두를 정도의 독한 재활 끝에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수범 씨, 회복 후엔 쉬미항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이 알고 싶어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도 갔었고 도시에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요리사로, 커피숍 사장으로도 일했었다.

늘 쉬미항을 떠나고 싶었던 수범 씨가 ‘배’라면, 엄마는 아들을 기다리는 ‘항구’였다. 옥순 씨는 객지에 나간 아들이 다쳤던 팔 때문에 힘들까 또 팍팍한 도시 생활에 상처받지는 않을지 항상 걱정이었다. 그런 엄마가 마음에 걸렸던 맏딸 강선아(51) 씨. “어머니의 식당을 네 것으로 만들어봐라”라며 막내 남동생을 쉬미항으로 불렀다.

쉬미항에는 엄마가 있다 / KBS ‘인간극장’

 

◆ 수범 씨의 두 女子

수범 씨, 마침 인천에 있던 가게를 정리하고 큰누나 말을 듣고는 고향에 숨돌리려 내려왔었다. 그런데 쉬러 왔던 것이 한 달, 두 달 흘러가더니 어느새 8년. 고향으로 돌아와 연로해진 부모님 모습을 보니 떠날 수 없었다. 그렇게 엄마의 바다에 닻을 내리게 된 아들. 수범 씨는 어머니의 선술집 자리에 파스타 식당을 열고 쉬미항하고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커피머신도 가져다 놓았었다.

수범 씨, 나름 쉬미항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자 애를 썼으나 손님이 다 떠나고 난 밤이면 적막함이 밀려왔다. 해만 지면 암흑천지로 변하는 항구, 깜깜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화려한 네온사인과 매일 만나던 친구들이 그리웠다. 그럴 때면 홀로 쉬미항을 탈출해 목포 시내로 달려나간 적도 있고 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식당 문을 닫고 두문불출했었다.

그래서 보다 못한 엄마와 큰누나가 의기투합해 “양식집 말고 한식집을 열어 같이 가게를 꾸려보자”라며 수범 씨를 설득했고 2년 전, 과감하게 파스타 대신 한식으로 업종 변경을 했다. "반찬 만드는 것은 자신 있으니 우리가 도와주마"하고 소매를 걷어붙인 모녀 그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든든한 수범 씨의 좌청룡, 우백호다.

그렇게 엄마는 새벽 4시면 출근해 아침 장사 준비를 하고 큰누나 선아 씨는 “설거지 아줌마”를 자처하며 동생의 일을 돕는다.  큰누나와 엄마가 옆에서 힘껏 도와주니 마음을 다잡게 된 수범 씨. 어머니에게 게장과 전복장 담그는 방법도 배워 혼자 조리법을 정리해보고 인터넷으로 장어탕과 전복장 판로도 물색해본다.

쉬미항에는 엄마가 있다 / KBS ‘인간극장’

 

◆ 50년, 금혼식을 맞은 엄마의 봄날

옥순 씨의 꿈이 있다면 바로 자식들이 잘 되는 것 그중에서도 막내아들 수범 씨가 쉬미항에 닻을 내려 잘 정착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식들을 위해 사는 것이 나를 위해 사는 것”이라는 옥순 씨였으나 남편은 함께 자식들 키우는 세월 동안 다정한 말 건넨 적 없다. 종일 서서 일하느라 "발가락이 아프다"라는 옥순 씨의 말에 "나는 온몸이 아프다"고 대답하는 무심한 사람 이렇듯 무뚝뚝한 남편과 함께 청춘을 바쳐 육 남매를 키워내니 어느새 결혼한 지도 반백 년이 넘었다.

그렇게 결혼해서 엄마로 산 세월 또한 반백 년. 그동안 자식들을 위해 열심히도 살아왔다. 수범 씨는 그동안 받았던 엄마의 사랑을 돌려드리고 싶어 부모님 몰래 누나들을 호출해서 금혼식 준비를 한다. 수범 씨, 막내 누나 강미애 (42)씨를 호출해 사진관도 알아보고 금은방도 들려본다. 금혼식 준비에 오히려 더 들뜬 육 남매. 엄마에게 '드레스를 입혀드릴까', '반지는 어떤 것으로 맞춰드릴까' 하며 즐거운 궁리를 해본다.

부모님을 위해서라면 열 일 제치고 달려오는 딸들, 그리고 이제는 어머니의 바다에 닻을 내린 수범 씨가 있어 엄마의 마음은 바다보다 풍족하다. 누구나 지친 마음 쉬어가는 작은 항구, 쉬미항에는 엄마가 있다.

오늘(14일) ‘인간극장’ <쉬미항에는 엄마가 있다> 1부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진도의 쉬미항에서 부모님과 함께 고기 잡는 수범 씨, 8년 전에 엄마의 바다로 돌아와
작은 밥집의 주인장이 되었다.

그런 아들을 돕겠다고 늘 일거리를 찾는 어머니 옥순 씨. 수범 씨는 육 남매 중 하나밖에 없는 아들 인데다 열아홉에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더욱 애달픈 자식인데….

이른 아침, 새까맣게 타버린 수조를 발견한 수범 씨.아까운 전복을 다 잃게 생겼다.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광희 기자] 사진 = KBS 인간극장 ‘쉬미항에는 엄마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