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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배럴당 130달러 돌파 ... 정유·항공·해운업체 등 '초비상'
국제유가 배럴당 130달러 돌파 ... 정유·항공·해운업체 등 '초비상'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2.03.08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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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14년 만에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하면서 유가에 영향을 크게 받는 기업들은 초비상 상황이다. 

당장 정유와 석유화학 업체는 물론 항공, 해운 업체 등의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다. 나머지 업체도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이 커졌다. 일부에서는 국제유가가 100달러 후반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기업들은 대책을 고심 중이다.

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139.13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130.50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하기는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유럽 동맹국들과 함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JP모건은 러시아의 원유 공급이 계속 차질을 빚을 경우 올해 말까지 국제유가가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185달러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경제 원유의존도가 1위다. 국제 유가 상승 시 상대적으로 비용 상승 압력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를 분석했을 때 광산품(석유·석탄·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10% 오르면 국내 기업의 생산 원가는 약 0.8% 상승한다. 유가가 오르면 소비자 물가 상승은 물론 기업들의 원가 상승 요인이 되는 셈이다. 

국제유가에 민감한 정유업체는 불안감을 호소했다. 유가가 오르면 일시적으로 재고 평가 이익이 발생하지만,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면 정제마진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초 배럴당 7.5달러였던 정제마진은 이달 초 5.7달러로 낮아졌다.

대응책으로 국제 유가 모니터링 늘리고, 시나리오에 따른 액션 플랜 검토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정유사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급격히 오르면 정유사도 좋지 않다"며 "유가가 높아질 때 소비 위축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 섞인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석유화학 업체도 직격탄을 맞았다. 나프타 가격 등이 따라 오르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이달 4일 기준 톤당 1023.13달러로, 지난해 말(748달러)보다 36.7% 상승했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나프타 대신 액화석유가스(LPG)와 셰일가스를 에틸렌 생산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설비 확대를 추진 중이다.

항공과 해운업체도 비상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연간 유류 소비량이 약 3000만 배럴이다. 유가가 1달러 오르면 약 3000만달러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지난해 4분기 대한항공의 연간 연료비는 5880억원이다. 올해 1분기에는 비용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HMM은 지난해 연료비로 약 7600억원을 사용했지만, 올해는 1조원 넘게 쓸 전망이다. 지난해 벙커C유의 연평균 가격이 톤당 419달러였지만, 지난 4일 기준 톤당 612달러까지 오르면서 비용이 가파르게 늘었다. 

HMM 관계자는 "유가가 높아질수록 비용 부담이 커지고, 고유가가 장기화 될 경우 부담이 가중된다"고 토로했다. 

나머지 업체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직접적 영향에서는 비켜있어도 물류비 상승, 원가 부담 증가 등의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업체는 신제품 가격을 두고 고심 중이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원가 증가와 물류비 등을 가격에 얼마나 반영할지 논의 중이다. 마케팅비 축소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가격에 대해 고심을 하는 폭이 예년보단 깊은 것 같다"며 "유가 상승으로 인한 후폭풍"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가가 추가 상승한다면 수익성 악화는 뻔한 일"이라며 "많이 팔아도 남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Queen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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