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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헌 문인사예(文人四藝) 차회②-복이 오고 액은 물러나길 바라며
청명헌 문인사예(文人四藝) 차회②-복이 오고 액은 물러나길 바라며
  • 김홍미 기자
  • 승인 2022.03.24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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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련된 찻자리의 귀한 기물들. 특히 하늘색 유리유가 입혀진 청나라 중기의 자사호는 전세계적으로 희귀하다.
오늘 마련된 찻자리의 귀한 기물들. 특히 하늘색 유리유가 입혀진 청나라 중기의 자사호는 전세계적으로 희귀하다.

 

 

문인사예의 두 번째 찻자리는 새해맞이 그림과 꽃과 기물을 감상하며 복을 빌고 나쁜 것을 물리치기를 바라는 옛사람들의 바람과 정신을 기억하며 진행되었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찻자리, 모든 사람의 평안과 행복을 기원한다. (퀸 2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중국 송나라 때 문인들이 갖추어야 하는 네 가지 교양으로 차(점다, 點茶), 향(분향, 焚香), 그림(괘화, 掛畵), 꽃(삽화, 揷花)를 말하는 문인사예. 향을 피우고 꽃과 그림을 감상하며 차를 마시는 시간을 통해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고 고(古)기물을 감상하며 미술에 대한 미감과 안목을 키우는 시간으로 이번 모임에는 곧 설날을 맞아 새해맞이 그림과 새해맞이 꽃과 기물이 준비되었다.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 포차법(泡茶法)
 

포차법은 뜨거운 물을 부어 차를 마시는 방법이라는 뜻으로 명나라 시대부터 성행한 차법이다. 잎차에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내는데 녹차, 발효차 등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차법이기도 하다. 이날 준비된 차는 총 세 가지인데 그 중 하나는 일본 옥로차. 일본 사람들은 최고급 녹차를 옥로라고 부른다. 1980~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차에 습관적으로 옥로라는 이름을 썼다고 한다. 그만큼 옥로라는 단어에는 최고의 차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 하나의 차는 우리나라 구증구포덖음차인데, 구증구포는 차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다. 각기 차를 몇 번 덖어내었느냐가 그 차의 품질을 나타낸다. 차의 단점을 보완하고 정화, 숙성하는 과정을 거쳐 우리 몸에 더 유익하게 작용하도록 만드는 방법으로 높은 온도로 아홉 번이나 덖어낸다. 그렇게 정성을 다해 만든 차의 맛은 담백하고 구수하며 향이 은은하다. 끓는 물에 여러 번 우려 마셔도 그 향이 오래 지속된다. 세 번째는 중국의 봉황단총으로 복잡하고 긴 과정을 통해 만든 우롱차로 향기가 진한 것이 특징이다.

 

1 차를 따를 때는 마치 눈물이 똑똑 떨어지는 것처럼 한두 방울이 겨우겨우 찻잔에 담긴다. 2 중국풍의 옥기들이 인도에서 많이 만들어져 신장을 통해 중국에 들어왔다. 인도의 옥기는 옥을 만드는 돌이 중국과 확연히 다르고 문양이 세심하고 볼륨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3 눈 속에 피어난 빨간 동백을 형상화한 동백다식이다. 4 말차 몽블랑 파르페는 머랭-바닐라 크림-푀이유틴-말차젤리-진한 말차 화이트 초콜릿 케이크-바닐라 아이스크림-말차 몽블랑 크림-아몬드 튀일 순으로 쌓아올려 진한 말차의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br>
1 차를 따를 때는 마치 눈물이 똑똑 떨어지는 것처럼 한두 방울이 겨우겨우 찻잔에 담긴다. 2 중국풍의 옥기들이 인도에서 많이 만들어져 신장을 통해 중국에 들어왔다. 인도의 옥기는 옥을 만드는 돌이 중국과 확연히 다르고 문양이 세심하고 볼륨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3 눈 속에 피어난 빨간 동백을 형상화한 동백다식이다. 4 말차 몽블랑 파르페는 머랭-바닐라 크림-푀이유틴-말차젤리-진한 말차 화이트 초콜릿 케이크-바닐라 아이스크림-말차 몽블랑 크림-아몬드 튀일 순으로 쌓아올려 진한 말차의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옥로 한 방울을 입에 머금다
 

포차법이 등장하면서부터 다구도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이번 찻자리에서 선보인 다구들은 특히 보기 드문 희귀하고 귀한 기물들이다. 특히 차의 정수를 가장 잘 뽑아내는 자사 자기와 200년 이상 된 옥으로 만든 잔을 사용했다. 찻물의 온도를 확 낮추어 55도에서 60도 정도에 맞춰 차를 우린다. 차를 따를 때는 마치 눈물이 똑똑 떨어지는 것처럼 한두 방울이 겨우겨우 찻잔에 담긴다. 그래서 ‘눈물차’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고 한다.

진정으로 차를 좋아하는 일본의 차인들은 아침에 옥로를 준비해서, 딱 한 모금을 입안에 머금고 출근을 한다고 한다. 한 잔도 아니고 한 모금이다. 그렇게 하면 한 모금의 옥로가 하루 종일 입 안에 향을 남기고 지친 몸을 다시 일어서게 하는 에너지가 된다고 한다.

차를 우려내는 차호는 자사에 하늘색 유리유를 입힌 것으로 아주 희귀한 것이다. 주석 잔 받침은 청나라 초기 심존주가 주석으로 만든 것으로 무른 성질을 가지고 있어 잔을 훼손시키지 않는다. 자사 차호에 주석 잔받침, 청화백자 잔을 쓰는 것이 최고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찻자리는 정초의 의미를 담아 일부러 옥잔을 사용했다.

차를 대하는 마음과 자세
 

좋은 차는 잘 만든 찻잎을 제대로 잘 우리고 마시는 사람이 그 맛과 향을 제대로 음미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모든 조건이 자연스럽게 잘 맞아 떨어져야 좋은 차가 된다. 오랫동안 차를 연구해온 원행스님은 차 맛은 계속 변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같은 차라도 계절에 따라, 물에 따라, 다기에 따라, 우려내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맛이 바뀐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차와 다기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 놓고, 타인에게 자신의 기준을 강요하기도 한다. 이 차는 이런 맛이어야 하고, 저 차는 저런 맛이어야 하고, 이 차는 이런 도구를 써야 되고, 저 차는 저런 도구를 사용해야 되고. 또 가끔 차를 자기 과시의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생각과 태도로 차를 대하는 것은 바르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차와 함께 하는 다식의 기품

 

5 정초에 거는 대표적인 세화 중 하나인 표작도. 좋은 기운을 받아들이고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느낌이 있다.6 조선시대 오동나무로 만든 처용탈. 처용은 잡귀를 몰아내는 뜻을 가지고 있어 예부터 정초에 많이 걸어두었다.7 1920년대 향로를 올리기 위해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서 만든 향탁이다. 우리나라 기법이지만 무늬는 일본인의 도안으로 화려하다.
5 정초에 거는 대표적인 세화 중 하나인 표작도. 좋은 기운을 받아들이고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느낌이 있다.6 조선시대 오동나무로 만든 처용탈. 처용은 잡귀를 몰아내는 뜻을 가지고 있어 예부터 정초에 많이 걸어두었다.7 1920년대 향로를 올리기 위해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서 만든 향탁이다. 우리나라 기법이지만 무늬는 일본인의 도안으로 화려하다.

 

차를 마실 때 곁들이는 일본의 화과자가 있듯이 우리나라에도 차를 마실 때 함께 먹는 차과자가 있다. 특히 차과자는 삼국통일 후 불교문화가 융성하면서 함께 발달했던 차 문화와 그 맥을 같이 한다. 차는 우리 몸에 이롭지만 빈속에 차를 많이 마시거나 몸이 찬 이들은 속이 냉해지는데, 이를 보하기 위해 차과자를 곁들인다.

그래서 차과자를 차약(茶藥)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번 문인사예 차회에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차과자 사계’에서 다식을 준비했다. 그 날 마시는 차와 잘 어울리는 차과자를 준비하는 것은 사계 노정아 대표의 몫이다.

이번 찻자리에서 처음에 준비된 차과자는 눈속에 피어난 빨간 동백을 형상화한 동백다식. 사계의 다식은 차향을 해치지 않고 주인공이 차가 되도록 은은한 맛과 향을 낸다. 간도 세지 않게 하고 인위적인 향은 지양한다. 디저트 다식으로는 진한 말차의 풍미가 있는 말차 몽블랑 파르페가 선보였다. 곁들이는 말차 케이크에는 30g에 달하는 말차가 들어가나 화이트 초콜릿과 어우러져 씁쓸함 없이 촉촉함만이 남아있는 것이 특징. 또한 상단의 말차 몽블랑 크림에는 두 종류의 밤 크림과 밤 페이스트, 럼이 들어가 꾸덕 하면서도 달지 않은 진한 풍미를 자랑한다.

 

새해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표작도(豹鵲圖)
 

표범이 단골로 등장하는 그림이 있다. 소나무가 있고, 가지 위에는 으레 까치가 앉아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 표범 한 마리가 그려진 그림이다. 중국어로 표범 표(豹)는 소식을 알린다는 보(報)자와 같이 발음된다. 까치는 한자로는 작(鵲)인데, 보통 까치가 울면 기쁜 소식이 온다고 해서 희작(喜鵲)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까치와 표범이 만나면 보희(報喜), 즉 기쁜 소식을 알린다는 하나의 문장이 된다. 그래서 표작도는 보통 새해에 대문 앞에 한 해 동안 기쁜 소식이 많기를 바라면서 붙이던 그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호랑이를 더 길하게 보아 표범 대신 호랑이 그림이 그려진 것도 있다. 새해에 함께 차 마시는 이들에게 좋은 소식이 계속 들려오길 바란다는 의미로 표작도를 걸었다. 이 날 자리에 걸린 그림은 17~18세기 조선시대 목판에 새겨 찍은 것으로, 원행 스님이 새롭게 장황( )하여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삽화, 분향, 괘화를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 보물찾기 하듯, 수수께끼 하듯 덕담을 나누는 송대 문인들의 이야기를 이 곳에서 들을 수 있다.
삽화, 분향, 괘화를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 보물찾기 하듯, 수수께끼 하듯 덕담을 나누는 송대 문인들의 이야기를 이 곳에서 들을 수 있다.

 

‘소나무, 매화, 대나무’를 일컫는 세한삼우(歲寒三友)
 

추운 겨울철에도 제 모습을 간직하는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를 추운 겨울의 세 가지 벗이라고 하여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한다. 선비란 지조와 절개를 중시해 상황이 변해도 한결같은 인격을 갖추고 있다는 뜻에서 이런 표현이 생겨났다.

오늘 찻자리의 삽화는 소나무와 매화나무 분재이다. 오늘 찻자리에 놓은 소나무 분재는 문인목이라고 불리는 형태로 세월에 찌들어 나무껍질이 거칠고 굽이굽이 물결치듯 가지가 돋아나 있다. 숲을 이루듯 잎이 풍성하기보다 들판이나 바위틈에 고고히 서 있는 한 그루 나무 같은 느낌의 자태가 바로 문인들이 좋아하는 나무라 하여 문인목이라 불리는 것.

매화도 소나무처럼 추위에 굴하지 않는 절개와 기개를 상징한다. 특히 안쪽은 고목으로 다 썩었는데도 생명력을 피우고 있다. 한쪽에서는 썩어들어가도 한 쪽에서는 꽃을 피우는 매화.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토양 좋은 곳에서 큰 풍성한 나무보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꿋꿋하게 자란 것을 더 귀하게 여겨왔다. 물론 매화는 봄이 오는 걸 기다리는 의미도 있다. 지금이야 온실에서 사시사철 온갖 꽃이 쏟아져 나오지만 옛날에는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동지섣달에 꽃을 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오죽하면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라는 노랫말이 있을까. 차를 마시며 감상하는 매화는 더없이 우아하고 아름답고 향기롭다.
 

솥 안에 풍년이 들어야 세상이 편안해진다
 

향은 차와 마찬가지로 옛 사람들의 일상 속에 깊숙이 스며 있던 문화이다. 때로는 심신을 치료하는 약으로, 때로는 문인들의 벗으로, 때로는 조상과 신명에게 올리는 공양물로 사용되었다. 향을 피우는 것은 단순히 코를 즐겁게 하기 위함이 아니다. 향으로 나쁜 냄새를 제거하여 공간을 정화한다는 의미와 함께 향이 자신을 태워 향기를 뿜어내듯 나와 남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마음과 행동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오늘 향을 피운 향로는 세발달린 솥을 형상화한 원나라 때 청백자 역향로다. 솥은 먹을 것이 나오는 곳으로 솥 안에 풍년이 들어야 세상이 편안해진다고 한다. 또한 솥은 왕에겐 권력을 상징하고 백성들에게는 경제적 풍요로움을 일컬었다. 솥을 상징하는 역향로에 향을 피움으로써 올 한 해 찻자리에 참석한 모두가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본다.

취재 김홍미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 도움말 청명헌 | 참고 자료 다반사 (원행스님, 하루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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