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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집 나간 엄마 대신 아빠에게 든든한 딸이 되고 싶다
[동행] 집 나간 엄마 대신 아빠에게 든든한 딸이 되고 싶다
  • 김경은 기자
  • 승인 2022.07.23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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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마을 빨간 대야 소녀’
[동행]‘땅끝마을 빨간 대야 소녀’


오늘(23일) 저녁 6시 방송 KBS’동행‘ 367화에서는 ’땅끝마을 빨간 대야 소녀‘ 편이 방송된다.

 

√ 빨간 대야 소녀, 보명이

읍내에서도 30km 넘게 떨어진 땅끝 해남의 한 마을. 세 살 때부터 이곳에서 자라온 열네 살 보명이에겐 소중한 친구가 있다. 바로 빨간 대야. 어릴 때부터 놀이터 삼아 뛰어놀던 바닷가나 밭을 갈 때면 보명이는 빨간 대야와 한 몸처럼 붙어 지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몸집보다 큰 이불 빨래를 할 때도 농사일을 거들 때도, 새참을 나를 때도, 갯벌의 생물을 채취할 때도 그만큼 쓰임새 좋은 물건도 없기 때문이다. 한창 외모에 신경 쓸 나이지만, 보명이가 투박하고 색바랜 빨간 대야를 들고 다닌 건, 하나뿐인 가족인 아빠의 일을 거들어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혼자서 자신을 키우느라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작은 체구로 바지런하게 일하는 아빠를 볼 때면 항상 미안하다는 보명이. 오랜 시간 빨간 대야가 보명이의 친구가 돼줬듯, 보명인 아빠의 짐을 빨간 대야에 나눠지는 아빠에게 든든한 딸이 되고 싶다.
 

[동행]‘땅끝마을 빨간 대야 소녀’

√ 금쪽같은 외동딸

보명이가 두 살 무렵 베트남 출신 아내는 집을 나갔고,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부터 조선소며 건설 현장 등 일터마다 보명이를 데리고 다녀야 했던 아빠. 아내가 떠난 후 얻은 공황장애에 일손을 놓게 되면서 형편은 기울었고, 결국 살기 위해 고향인 해남으로 돌아와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지인의 사기로 수천만 원의 빚을 지게 됐다. 결국 일정치 않은 농사 수입은 매달 고스란히 빚 갚는데 급급한 실정. 내 일, 남의 일 가리지 않고 찾아서 하다 보니 정작 제대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하는 동안 딸 보명인 친구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고 말았다. 쥐가 들끓고 화장실도 부엌도 제 역할을 못 하는 낡은 흙집. 남의 집을 빌려 살다 보니 수리는 언감생심. 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어 아빤 늘 죄인이 된 기분이다. 보일러도 안 되는 집. 매일 산에서 장작을 구해와 딸의 씻을 물을 아궁이에 데워주는 아빠. 딸에겐 턱없이 부족한 아빠라 너무 미안하다.

[동행]‘땅끝마을 빨간 대야 소녀’

√ 땅끝에서 피어나는 꿈

1년 중 가장 뜨거운 7월의 여름. 보명이와 아빠에겐 가장 바쁜 시기다. 바로 고추 수확 철을 맞았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아빠의 일터를 따라다니며 아빠가 하는 일이라면 안 해본 일 없던 보명이. 품앗이하러 온 어르신들의 새참을 챙기는 건 물론 가뭄이 들면 고수레까지 하며 아빠의 일을 물심양면 돕기에 분주하다. 어릴 때 헤어진 엄마, 그래서 누구에게도 배워본 적 없는 집안 살림에도 손끝이 야물었다. 반찬거리가 없으면 갯벌에 나가 고둥, 바지락 등을 캐서 밥상에 올리며 아빠의 걱정을 덜어주는 보명이. 혼자 씩씩하게 닥친 일들을 감당해내지만, 많은 시간을 홀로 보내왔던 터라 사실 보명인 외로울 때가 많다. 그간 쌓아온 외로움과 어렴풋이 짐작하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바다에 쏟아내며 다시금 마음을 붙들곤 하는 보명이. 땅의 끝에선 뭐든 새롭게 시작할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KBS1TV ‘동행’은 우리 사회가 가진 공동체의 따뜻함이 불러오는 놀라운 변화를 통해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되짚어보는 프로그램이다.

[Queen 김경은 기자] 사진 KBS1TV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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