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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변호사 시험 합격한 오승훈 MBC 아나운서 인터뷰
제11회 변호사 시험 합격한 오승훈 MBC 아나운서 인터뷰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2.07.23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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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진행자가 되기 위한 행복한 여정
제11회 변호사 시험 합격한 오승훈 MBC 아나운서
제11회 변호사 시험 합격한 오승훈 MBC 아나운서

 

이 남자. 더 깊고 넓은 바다를 꿈꾼다. 좁은 호수나 강에 머물러 있지 않고 자유로운 바다를 향해 늘 나아간다. 공부는 그에게 방송이라는 넓은 바다에서 자유로운 진행자가 되기 위한 행복한 여정이다.

 

전문지식에 대한 갈구로 시작한 법 공부
 

MBC 오승훈 아나운서가 로스쿨 졸업 후 제11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현직 아나운서로 변호사 자격증을 따낸 일은 최초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로스쿨을 다니기가 쉽지 않은데 회사에 자비 연수 휴직제가 있어서 그것을 십분 활용해 공부했다고 한다. 남들이 보기엔 아나운서라는 직업만으로도 선망의 대상인데 왜 굳이 변호사 시험을 보기로 한 것일까?

“입사하고 타부서에 근무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땐 아나운서로 다시 돌아갈 생각을 늘 했고 다시 돌아오면 내적으로 더 갖추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러려면 내면의 성장이 필요하니 공부를 해야겠다 싶었는데 그럼 무슨 공부를 할까 하다 당시 세월호 사건부터 탄핵 사태까지 법 이슈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래서 법을 공부하면 사회적 이슈를 이해하고 전달하는데 유리하겠다 싶었죠. 우리나라에도 로스쿨이라는 제도가 자리 잡았으니 아예 전문가적인 역량을 키워 보자 해서 법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렇게 타 부서에 있는 동안 휴직을 한 오 아나운서는 지난 2017년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며 법 공부를 시작했다. 휴직 후 로스쿨 공부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나자 회사에서 오 아나운서에게 복귀를 요청했다. 아쉬웠지만 그는 1학년을 마치고 2018년 다시 방송 현장에 복귀해 마이크 앞에 앉았다.

그런데 다시 로스쿨에서 법 공부를 더 확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일이 있었다.

“복직 후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특보방송을 맡게 됐어요. 그런데 제가 법 지식이 부족해서 기자에게 의지하면서 진행을 하게 되더라구요. 그때 진행자에게 전문지식이 있다면 질문 요지부터 스스로 판단이 가능할 텐데 기자가 정해놓은 틀 안에서만 방송하는 제 모습이 보였어요. 그때 진행자로서 더 발전하려면 로스쿨을 마치고 돌아와야겠다고 결심했죠.” 이렇게 그는 2020년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 로스쿨에 복학했고 다시 공부에 매진하게 됐다.
 

아내의 배려 없이 이룰 수 없었던 성과
 

오 아나운서는 2013년 결혼해 슬하에 다섯 살 딸을 두고 있다. 그가 로스쿨에 복학했을 때 아내도 박사과정을 밟고 있어서 친정이 있는 부산에서 지내며 육아와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는 회사의 휴직기간이 정해져 있어 단 한 번 만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야 하는 상황. 그러자 아내가 자신을 양보하고 최대한 남편이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었다.

“아내도 박사 논문을 써야 해서 힘든데 오롯이 혼자서 육아를 전담했어요. 제가 잠깐 딸과 놀고 싶은 마음이 생겨도 ‘공부하러 가세요. 제가 혼자 다 케어 할 수 있어요.’ 하면서 제 등을 떠밀었어요. 제가 공부에만 전념하도록 육아를 모두 혼자서 감내했죠.”

아내의 배려와 내조 덕에 오 아나운서는 아침 일찍 독서실에 가서 공부하고 집에서 잠깐 저녁 먹고 다시 독서실에서 밤 12시 반까지 공부하는 생활을 계속했다. 아내의 희생과 내조, 그의 대단한 집중력이 힘을 발휘해 그는 다행히 한번 만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제가 한 번에 합격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아내 덕이며 아내가 아니었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일이었죠.”

 

제11회 변호사 시험 합격한 오승훈 MBC 아나운서
제11회 변호사 시험 합격한 오승훈 MBC 아나운서

 

 

전무후무한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아나운서
 

오승훈 아나운서의 이력은 특이하다. 일반적인 공채가 아닌 2011년 'MBC 일밤'의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 '아나운서 공개채용 신입사원'을 통해 MBC에 입사했다. 오디션이라는 제도로 아나운서를 뽑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으며 아마 앞으로도 그런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당시 프로그램 출연 때부터 오 아나운서는 카이스트에서 항공우주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공학도 출신으로 화제가 됐다. 이공계 출신의 전도유망한 그가 아나운서가 되기로 한 결심한 이유가 궁금했다.

“2005년 무렵 밤새우며 석사 논문 쓸 때 라디오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많이 들었는데 당시 황우석 사건에 대해 방송하는 걸 듣게 됐어요. 방송을 듣다 언론사가 이공계의 논문에 대해 평가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을 처음 가지게 됐죠. 그런데 손석희 선배님께서 진행을 정말 잘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오만했구나’ 생각하고 언론이 전문적인 분야도 파고들 수 있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서 비판할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나도 이런 진행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죠.”

그렇게 1년 반 정도를 고민하다 결국 새로운 꿈에 도전하기로 결심하고 학교를 그만두고 해군 장교로 가서 틈틈이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했다. 제대 후 아나운서 시험에 도전했고 두 번의 낙방 후 세 번째 도전에서 마침내 아나운서의 꿈을 이뤘다.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도 걸었다
 

쟁쟁한 경쟁률을 뚫고 많은 시청자들과 방송계의 관심을 받으며 화려하게 아나운서로 출발했지만 오 아나운서에게 꽃길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입사 후 7개월 만에 MBC의 파업사태가 시작됐고 힘든 시간이 이어졌다.

“입사 5개월 만에 930뉴스 단독앵커를 맡아 나름 꿈에 부풀어 있었고 잘해보자는 의욕이 강했어요. 그런데 진행 2개월 만에 방송에서 내려와 파업에 참여하게 됐죠. 제가 좋아하는 선배들이 타 부서에 가고 퇴사를 하고 너무 힘든 시기였어요. 당시 새벽 10분짜리 뉴스를 하는데 연습을 안 하니 당연히 못하고, 못하는 나를 보면서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지금 잘해서 뭐하나 하는 생각에 연습을 안 하게 되고... 그런 시간이 길게 이어졌죠. 2015년에는 저도 어린 연차지만 타 부서에 발령을 받았고 그때 고민이 많았어요.”

꿈이 가득한 신입사원에게 파업 사태와 그 여파는 너무 길고 혹독한 시간이었다. 아나운서가 마이크 앞에 앉지 못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으니 그 심정이 어땠을까. 하지만 그는 어려운 시기를 자신의 내면을 더 충족시키는 기회로 삼기로 마음먹고 로스쿨에 진학했다.

“뭔가 계획해서 그렇게 인생이 흘러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잖아요.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저는 내면을 채우고 성장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이 공부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공부를 선택한 것이지 제가 특별히 도전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남들이 보기엔 대단한 일을 성취했지만 정작 본인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의 선택이었다고 겸손히 말한다.
 

실패한 후에 더 성장하더라
 

카이스트 항공우주학 박사 과정 수료에 아나운서, 변호사. 남들은 하나도 이루기 힘든 일을 세 가지나 이룬 그를 보면 거침없이 성공가도만 달려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오 아나운서도 실패와 인고의 시간이 있었다.

“군대 3년 동안 열심히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해 저는 자신이 있었어요. 그런데 1차 카메라 테스트에서만 두 번을 낙방했죠. 정말 그땐 당황스러웠어요. 1차는 외적인 비주얼과 오디오만 평가하는 아나운서의 기본 중의 기본인데 거기서 떨어졌다는 것은 나는 기본도 안 돼 있다는 얘기거든요.”

자신의 예상과 달리 1차에서 두 번이나 떨어진 그는 크게 낙심해 꿈을 접어야 하나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회사에 들어가 연구원 생활을 시작했는데 연수를 끝내고 부서를 발령받은 지 한 달 만에 <일밤 신입사원>이라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당시 원석을 찾는다는 광고를 보았어요. 거의 꿈을 접고 있었는데 문득 내가 원석일 수 있겠다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세 번째 도전을 했는데 합격을 했어요. 저도 나름 실패하고 좌절한 시간이 있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 같아요. 뜻밖에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초반부터 관심을 받는 아나운서로 출발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거죠.”
 

꿈을 접은 사람들에게
 

꿈은 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어려워 접고 사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없는지 그에게 들어보았다.

“당장은 형편이 어려워서 하고 싶은 것을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꿈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뭔가 선택해서 도전하고 있는 분들에겐 이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저도 아나운서 도전할 때 늘 되뇌던 손석희 선배님의 말씀인데요. ‘치열하게 고민하고 선택하세요 선택했다면 내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 보이십시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선택하고 도전한 뭔가가 있다면 그것을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타인들에게도 내가 해냈다는 걸 증명해 보이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그 결과물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시길 바랍니다.”

모든 사람들이 도전한다고 다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는 친절하게도 또 그런 사람들을 위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제 경험을 비추어 말씀드리자면 실패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노력을 했다면 그 노력한 시간은 나를 이미 성장시켰을 것이고 그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닐 거예요. 언젠가 훨씬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테니 지금 당장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시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꿈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걸어 온 그가 앞으로 또 도전해보고 싶은 뭔가가 있는지 궁금했다.

“지금까지 나를 채우는 시간이 방송한 시간보다 더 길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도전이라기보다 지금까지 채워왔던 것들을 방송을 통해 잘 녹여 내고 발휘할 수 있는 진행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취재 김은정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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