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1:20 (토)
 실시간뉴스
[동행] 반지하 집에서 종일 엄마를 기다리는 민서
[동행] 반지하 집에서 종일 엄마를 기다리는 민서
  • 김경은 기자
  • 승인 2022.08.20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엄마의 24시간 앞치마’
[동행]‘엄마의 24시간 앞치마’


오늘(20일) 저녁 6시 방송 KBS’동행‘ 371화에서는 ’엄마의 24시간 앞치마‘ 편이 방송된다.

 

√ 엄마의 앞치마

하루 12시간, 숯불갈비 집 종업원으로 일하는 엄마 한유희 씨에겐 떼려야 뗄 수 없는 옷이 있다. 외출할 때도, 심지어는 잘 때도 벗지 않는 천 앞치마. 유희 씨는 앞치마를 매고 있는 시간이 좋다. 두 딸을 키우며 가정주부로 살던 유희 씨가 식당 일로 홀로 생계를 꾸려온 건, 3년 전. 남편이 갑작스러운 익사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부터였다. 하지만 남편을 잃은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혹독한 현실과 마주해야 했던 엄마. 남편이 생전에 진 빚 때문에 한순간에 신용불량자 신세가 된 엄마는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압류통지서와 채무자들의 빚 독촉을 받으며 생계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앞날이 보이지 않았던 지난 3년. 하지만, 당장 먹이고 입혀야 할 어린 딸들이 있기에 무너질 수 없었던 엄마다. 앞치마를 할 때면, 아이들을 위해 일할 수 있음이 감사하고 자랑스럽다는 유희 씨. 두 딸은 엄마가 더 굳세게 앞치마를 둘러매야 할 이유가 돼줬다.
 

[동행]‘엄마의 24시간 앞치마’

√ 엄마바라기 민서

8살 민서가 매일 걷는 길. 엄마를 만나러 집에서 5분 거리 식당으로 향하는 길이다. 온종일 엄마와 함께 있고 싶지만, 민서가 깨어있는 시간은 온통 식당에서 일하느라 바쁜 엄마. 그런 엄마가 보고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식당을 찾는 민서다. 하지만, 엄마와의 달콤한 시간은 너무 짧다.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손님에 엄마를 양보하고 혼자 엄마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엄마가 식당에서 일하고부터 늘 늦은 끼니를 식당에서 챙기게 된 민서. 그마저도 손님이 많아 자리가 없는 날에는 그냥 집으로 돌아오곤 한다. 바깥 구경도 쉽지 않은 반지하 집에서 종일 엄마 없는 하루를 보내는 민서.

아빠가 돌아가신 후, 사춘기에 마음의 문까지 닫아버린 언니가 방에만 틀어박혀 지내다 보니 외로울 때가 많다. 바쁘게 일하는 엄마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빨래를 개고, 혼자 인형 놀이를 하며 허전한 시간을 채워가는 민서. 힘들게 일하는 엄마를 보면 속상하고 슬프다는 민서의 가장 큰 바람은 엄마가 딱 하루만 더 쉬는 것이다.
 

[동행]‘엄마의 24시간 앞치마’

√ 딸 둘 엄마의 다짐

남편을 먼저 보내고, 일터에서 혼이 빠지게 일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엄마. 밀린 집세며 남편의 빚을 메꾸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도중,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아빠를 보내고 큰 충격을 받은 첫째 딸에게 사춘기가 찾아온 것이다. 엄마가 혼자 우는 모습을 본 뒤로, 엄마 앞에선 아빠 이야기를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큰딸. 늦은 밤에서야 겨우 얼굴을 볼 수 있는 엄마와 큰딸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먹고 사느라 아이들 마음의 상처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남편 몫까지 채우느라 정작 엄마 노릇은 뒷전이었다는 후회. 제대로 끼니도 못 챙겨주고 장난감 하나, 옷 한 벌 사줄 수 없는 형편에 엄마는 온전히 엄마로서만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 무너지고 싶을 때마다 엄마를 바로 세우는 아이들.

엄마라서 버텨온 게 아니라 두 딸이 엄마를 위로하고 지탱해준 힘이었음을 알았다. ‘아이들을 다 키울 때까지는 앞치마를 벗지 않겠다’고 말하는 유희 씨. 자랑스러운 훈장 같은 앞치마는 유희 씨가 살아가야 할 길이다.

 

KBS1TV ‘동행’은 우리 사회가 가진 공동체의 따뜻함이 불러오는 놀라운 변화를 통해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되짚어보는 프로그램이다.

[Queen 김경은 기자] 사진 KBS1TV’동행‘

 

Tag
#동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