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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잃어버리고 보낸 한 달
반려동물을 잃어버리고 보낸 한 달
  • 이복실
  • 승인 2022.10.1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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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은 우리 가족에게는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그날 저녁에 7년간 집안에서 키우던 고양이 ‘둘리’를 잃어버렸다. 잃어버린 장소는 집 근처가 아니었다. 서울에서 양평으로 가는 양평읍의 낯선 마을이었다. 잃어버린 순간, 다시는 둘리를 못 볼 것 같은 두려움에 가슴이 철렁했다. 둘리는 우리 가족에게 어떤 존재였나? 떠나고 나니 그 존재가 명확해졌다. 한 지붕 안에 같이 산 식구였다. 7년 전 엄마를 잃었는지 혼자 울고 있는 어린 길고양이를 구조하여 키운 고양이가 바로 둘리이다. 고양이를 키워보니 고양이는 참 평화로운 동물이다. 내가 아픈 것도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사람의 마음을 느낄 줄 안다. 처음에 우리 집에 왔을 때 둘리는 450g이었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너무 귀엽다고 딸이 만화영화에 나오는 둘리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둘리 실종은 정말 상상하지도, 예측하지도 못한 갑작스러운 사고이었다. 돌이켜보니 둘리는 내 인생에 선물처럼 왔다가 연기처럼 가버렸다.

그날 이후 우리 가족의 생활은 완전히 바뀌었다. 모든 일이 둘리를 찾는 일에 집중되었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 둘리 사진을 올리고 전단을 배포하였다. 최대한 많은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는 작업을 병행하며 둘리를 찾으러 다니고 있는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그동안 양평 이곳저곳을 다니며 많은 주민을 만났다. 고양이를 찾는다고 말하면 반응이 다양하다. 그 과정에서 상처도, 위로도 많이 받았다. 아직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생각하고, 함께 산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 보였다. 왜 괭이를 찾냐고 묻는 분, 그렇게 소중한 고양이를 왜 잃어버렸느냐고 지적하는 분, 고양이가 비싼 고양이라서 찾느냐고 묻거나 고양이는 찾기 어려운 동물이니 찾지 말라고 충고하는 분도 계셨다. 소수이지만 비슷한 고양이를 보았다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서 제보해주거나 심지어 포획 틀을 우리 집까지 직접 가져다준 고마운 분도 계셨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이 저조한 데,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에서도 마찬가지임을 확인하였다. 모든 사람이 나의 감정과 고통에 공감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삶의 방식의 다름에 대해 인정과 존중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고단한 길고양이의 삶

둘리를 찾으러 다니면서 눈에 띈 것은 길고양이의 삶이다. 혹시나 우리 아이가 아닐까 하는 마음에 자세히 길고양이들을 살펴보게 되었다. 모든 마을에는 길고양이가 있었다. 길에서 태어났거나 주인에게 유기되어 길에서 살게 되었을 것이다. 하나같이 삶이 고단해 보였다. 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사람도 있지만, 차별하거나 학대하는 사람도 있다. 무서운 사람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녀야 한다. 피해야 하는 것은 사람뿐이 아니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서 자기 영역을 침범하면 전쟁을 치르듯이 서로 치열하게 싸운다. 고양이 밥을 챙겨주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영역과 먹이 경쟁을 하므로 다툼이 빈번하고, 사나운 애들은 정말 무섭게 새로운 고양이를 공격하고 다치게 한다고 했다. 식량을 위해, 영역을 위해 싸워야 하는 것이 길고양이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우리 둘리도 길에서 태어났고, 길고양이와 비슷한 생김새이다. 하지만 둘리가 길에서 산 것은 7년의 삶 중 한 달도 안 되었다. 길고양이의 삶을 경험하지 못했다. 평생 집에서만 자란 둘리가 길에서 생활한 고양이들에게 밀릴 것이고, 먹이를 구하려다가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나를 힘들게 한다. 고양이는 언제부터 사람과 같이 살았을까? 역사를 보면 꽤 오랜 시간 사람과 같이 살았지만, 사람과의 평화로운 공존은 여전히 숙제처럼 보인다.

고양이 집사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내가 경험을 하고 보니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께 안전불감증을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사건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예방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 사랑과 관심만큼 내 반려동물의 안전은 책임감의 기본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사랑은 주지만 안전에 대해서 생각보다 소홀히 하거나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고양이나 강아지 등 반려동물의 일반적 특성을 아는 것 외에 각 각의 성격 및 특성을 고려해서 안전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도움이 될까 하고 고양이를 잃어버렸다는 글들을 찾아서 읽어보았다. 집에서 고양이가 자발적으로 나갔다는 경우가 가장 많았지만, 산책하거나 마당을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키우거나, 같이 캠핑이나 여행을 가서 잃어버리는 경우도 꽤 있었다. 특히 이동할 때 조심하고 주의를 해야 한다. 전문가들도 어쩔 수 없는 외출 이외에 산책이나 여행 등은 고양이와 함께하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우리 고양이는 사람 잘 따르니까 또는 산책하는 고양이니까 괜찮을 거야 하는 생각이 반려동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돌이킬 수만 있다면 4월 1일로 돌아가고 싶다. 자동차 창문에 잠금장치를 했더라면, 창문을 열지 않았더라면, 차 안에 페인트를 싣지 않았더라면. 우리 아이는 똑똑하니 괜찮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좀 더 조심했더라면 하는 후회들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하루하루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보다는 절망이 더 커진다. 지금 둘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다시 만난다면 지난 7년간 우리와 함께 살아주어서 행복했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이 말도 전하고 싶다.

“둘리야, 잃어버려서 미안해.”

글 이복실(전 여성가족부 차관) 
 

 

이복실은…

전 여성가족부 차관,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를 졸업,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교육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여성으로서 네 번째 행정고시 합격자이다. 30년간 중앙부처에 재직했으며,
2013년 여성가족부가 설립된 이래 최초 여성 차관으로 임명됐다.
저서로는 <여자의자리 엄마의 자리>, <나는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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