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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펀드 생존기(生存記)
우먼펀드 생존기(生存記)
  • 이복실
  • 승인 2022.11.1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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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금융시장에 우리나라 최초로 우먼펀드가 탄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가치투자 펀드인데, 한마디로 여성 친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이다. 성 다양성과 형평성이 상대적으로 잘 이루어진 기업 중 재무구조가 우량한 기업을 선별하여 장기 투자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이고 여성 인력의 활용을 확대하는 선순환을 이루자는 것이 펀드의 목표이다. 지금이나 그때나 우먼펀드라는 이름은 생소하고 낯설지만,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는 ESG의 투자전략과 맞물려서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시판되고 있었다.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이다.

이 펀드가 나오게 된 배경은 이렇다. 5년 전,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1주년 포럼에서 당시 일본 국민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히로 미즈노 씨를 초청하여 여성의 경영 참여 확대에 관한 포럼을 개최하였다. 이날 초청 연사로 방한한 미즈노 씨는 일본의 최대 연기금인 GPIF에서 MSCI 'Japan Empowering Women Index'를 개발하여 여성 인력지수가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일본의 사례를 소개하였다. 그는 "지금까지 성 다양성 지수를 높이기 위해 상당한 투자를 시도했지만, 가치투자는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 성과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날 포럼에 참석한 세계여성이사협회 회원들이 우리나라도 우먼펀드를 만들자고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아이디어만 가지고는 펀드를 만들 수는 없었다. 실제로 운용할 자산운용사를 찾아야 했다.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거절하였지만,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만이 유일하게 우리의 제안을 받아주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우먼펀드는 세상에 나왔고, 시판된 지 벌써 4년이 되어 간다.

지금 우먼펀드는 어떤 상황이 되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몇 달 전 보도된 경제 신문 기사에 나와 있다. ‘메리츠자산운용의 '더우먼펀드’가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롱런하고 있다. 한때 설정액이 5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규모 펀드로 지정되는 위기를 딛고, 국내 최초 양성평등 펀드로서의 명성을 우직하게 이어가고 있다.’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초기에는 소규모 가치 펀드인 우먼펀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펀드를 둘러싼 금융시장의 불안도 한몫했다. 이런 우려에 대하여 박정임 더우먼펀드 운용 매니저는 지난 3월 여성의 날 기념 이벤트에서 “시장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아직 의미 있는 증가는 아니지만, 공모 펀드의 설정액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시장에서 더우먼펀드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도 다른 펀드에 비하여 수익률은 선방하고 있는 편이라는 것이다. 지난 3월 기준으로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시장 폭락 시기에서도 평균을 상회하는 투자수익률을 기록했다.

기업이 선정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펀드의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답이 나온다. 펀드를 만들기 위하여 제일 먼저 한 일은 기업을 선별하는 일이었다. 기업선정을 위하여 여성 인력 비율, 여성 임원 수, 남녀 임금 비교 등 정량적 지표와 정성적 지표를 토대로 평가지표를 만들었다. 평가지표와 함께 재무구조와 영업이익을 살피고 전망을 분석하여 우먼펀드에 포함될 20~30개 기업을 선정하였다.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우먼펀드에 편입된 기업은 조직문화를 리딩하는 기업이므로 성과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우먼펀드의 안착에는 우먼펀드를 운용하는 담당자들의 열정과 진정성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은 진심으로 우먼펀드에 편입되는 기업의 성공을 믿고 있다.

필자는 지난 3월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메리츠자산운용에서 준비한 우먼펀드 이벤트에 참석하였다. 우먼펀드에 가입하고 있고, 가입을 원하는 분들이 한자리에 다 모였는데 현장의 열기에 깜짝 놀랐다. 놀란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참여자들의 반은 남성이었다. 참석자들이 다 여성일 것으로 생각했던 것은 나의 고정관념이었다. 우리 사회에 여혐 남혐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그날 우먼펀드 이벤트에서는 남녀가 함께 모여 우먼펀드에 대해서 공부하고 한마음으로 발전을 기원하였다. 아직 짧은 4년의 기록이지만, 남녀가 함께 참여한다는 점, 다양성이 경쟁력으로 연결되고 그것이 주가의 이동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은 우먼펀드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한다. 남녀가 함께하는 사회를 위하여, 뒤에 오는 여성들을 위하여 앞으로 우먼펀드가 더 성장하고 발전하기를 기원하는 마음 가득하다.

글 이복실(전 여성가족부 차관) 
 

 


이복실은…

전 여성가족부 차관,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를 졸업,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교육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여성으로서 네 번째 행정고시 합격자이다. 30년간 중앙부처에 재직했으며,
2013년 여성가족부가 설립된 이래 최초 여성 차관으로 임명됐다.
저서로는 <여자의자리 엄마의 자리>, <나는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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