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7:35 (토)
 실시간뉴스
김민정 대표, 집에 옷을 입히다
김민정 대표, 집에 옷을 입히다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2.10.15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워팰리스, 한남 더힐, 나인 원...국내 최고의 집을 꾸며온 홈드레싱 디자이너
타워팰리스, 한남 더힐, 나인 원...국내 최고의 집을 꾸며온 홈드레싱 디자이너-김민정 대표, 집에 옷을 입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이라는 공간이 더욱 소중한 의미로 다가왔다. 집이 바뀌면 사람들의 라이프도 바뀔 만큼 우리에게 집은 단지 거주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런 집의 분위기를 새롭게 연출해가는 홈 드레싱 디자이너 현우디자인 김민정 대표를 만나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패브릭의 무궁무진한 세계에 빠져 들다
 

김민정 대표는 지난 20여 년 인테리어디자인에서 패브릭의 중요성과 가치를 일깨우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공간을 만들어 온 디자이너이며 스타일리스트다. 대학에서 섬유예술을 전공한 그녀가 이 길에 들어서게 된 계기는 패브릭 수입업체에서 인턴 시절 우연히 보게 된 샘플링 북 때문이다.

“패브릭을 수입하는 업체에서 인턴을 하는 동안 썬더슨, 로라 애슐리 등 당시 해외 유명 패브릭의 샘플 북을 우연히 보게 됐어요. 그때 패턴도 컬러도 우리가 학교 때 다 배운 내용인데 이런 걸 이렇게 상품화해서 할 수도 있구나, 이런 분야도 있구나 처음 알게 됐고 놀라웠죠.”

샘플링 북을 보고 페브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그녀는 대학원생 시절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하임텍스타일 전시에서 더 큰 영감을 얻게 됐다. 전시장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패브릭과 인테리어 트렌드를 보고 이 분야가 무궁무진한 세계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우리는 천, 원단 이렇게 쉽게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컬러가 어떤지 어떤 의미인지 스토리텔링처럼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제가 당시 패브릭이라는 걸 잘 모를 때 독일의 전시회에서 새로운 컨셉을 설명하는 연세 많은 분들이 스토리텔링과 함께 자신의 패브릭을 만드는 걸 보게 됐어요. 패브릭과 그분들과 브랜드의 분위기가 너무 잘 어울려서 이게 정말 품위 있고 좋은 일이라는 인상을 깊게 받았어요. 나이 들어서도 멋있게 할 수 있는 일 같았죠. 그래서 저도 이 일을 해보고 싶었고 어차피 패브릭을 전공했으니까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시작하게 됐어요.”
 

친정집을 개조한 논현동 사옥
 

현우디자인은 2017년 신사동 시대를 접고 지금의 논현동 자리로 옮겨 와 제2의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논현동 사옥은 사무실이라기보다 집이다. 그가 어린 시절 20여년을 살아왔던 3층 빨간 벽돌집을 원형을 그대로 살려 조금만 개조해 사무실로 쓰고 있다. 어릴 적 가족들과의 추억이 있고 마당엔 아버지가 심어 놓으셨던 꽃과 나무도 그대로다. 친정집을 사옥으로 쓰는 이유가 궁금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형제들도 출가하고 나니 어머니가 혼자 남으셨는데요. 혼자 계시기엔 집이 커서 관리도 안 되고 어머니가 여기 오래 살아 여길 떠나길 싫어하시니 집을 옮겨 드릴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계시는 동안 자주 문안도 드리고 어차피 내가 하는 일이 집에 관한 것이니 집에서 보여주는 것도 좋겠다 싶어 사무실을 옮겼어요. 마침 지하엔 아버지가 쓰시던 연구실도 있어서 사무실로 쓰기에 적합했죠.”

사옥을 옮기면서도 김 대표는 어릴 적 추억이 있는 옛 집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고 싶었다. 그래서 전체적인 구조와 계단, 마당의 나무도 그대로다. 가족들이 늘 모이던 사랑방 같은 공간도 그대로 살려 상담실로 쓰고 있고 그녀가 쓰던 방도 자신의 작업실로 쓰고 있다. 이렇게 따뜻한 추억이 있는 공간에서 일하는 것은 회색빛 도시의 콘크리트 빌딩에서 일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일 것이다.

“우리가 집이라는 공간을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만드는 일을 하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집이라는 공간에서 일한다는 것이 참 좋아요. 직원들도 다 저의 제자이거나 후배들인데 경직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패브릭에서 영감을 얻어 토탈 인테리어 완성
 

김 대표는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패브릭을 먼저 결정하고 가구, 조명, 바닥재 등을 결정한다.

“저는 집을 연출할 때 영감을 패브릭에서 얻어요. 집을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 때 물론 구조적인 것도 생각하지만 그 안에 들어갈 재료가 중요하거든요. 마루 색깔, 벽색깔, 가구 등 저는 그런 걸 처음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다 생각하면서 작업을 해요. 의뢰인의 취향을 알기 위해 쓰고 있는 물건들, 그림들 같은 것도 보고 거기에 맞는 패브릭을 보면 굉장히 많은 텍스처가 있거든요. 그런 걸로 영감을 받아서 타일 하나, 플로링 하나도 전체적으로 어울리게 하죠. 어찌 보면 거꾸로 일을 하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김 대표는 집이나 별장 같은 개인 프로젝트도 하지만 기업을 상대로 대형 프로젝트도 한다. 개인 프로젝트는 굉장히 섬세한 일이어서 의뢰인을 위한 적절한 분위기를 찾기 위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개인 프로젝트에선 교감이 중요해 취향과 라이프를 다 알아야 해요. 우리가 옷 하나 신발 하나 사는 것도 신중하게 하는데 더군다나 집을 꾸미는 일은 인생에 몇 번 안 되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아주 섬세한 일이고 정말 신경 써서 하죠. 그렇게 진행을 해 공간이 바뀌면서 라이프도 바뀌는 걸 보면 참 재미있고 보람도 있어요.”

저는 집을 연출할 때 영감을패브릭에서 얻어요. 집을 새로운공간으로 만들 때 물론 구조적인 것도생각하지만 그 안에 들어갈 재료가중요하거든요. 마루 색깔, 벽색깔,가구 등 저는 그런 걸 처음부터마지막 단계까지 다 생각하면서작업을 해요. 의뢰인의 취향을 알기위해 쓰고 있는 물건들, 그림들 같은것도 보고 거기에 맞는 패브릭을 보면굉장히 많은 텍스처가 있거든요
김민정 대표는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패브릭을 먼저 결정하고 가구, 조명, 바닥재 등을 결정한다. "저는 집을 연출할 때 영감을패브릭에서 얻어요. 집을 새로운공간으로 만들 때 물론 구조적인 것도생각하지만 그 안에 들어갈 재료가중요하거든요. 마루 색깔, 벽색깔,가구 등 저는 그런 걸 처음부터마지막 단계까지 다 생각하면서작업을 해요. 의뢰인의 취향을 알기위해 쓰고 있는 물건들, 그림들 같은것도 보고 거기에 맞는 패브릭을 보면굉장히 많은 텍스처가 있거든요."

 

반면 건설사 등 기업과의 일은 유행을 반영해야 하고 스피디하게 일을 해야 한다. 현우디자인이 오픈하고 얼마 안 되어서 입소문이 나 삼성건설 측에서 타워팰리스 모델하우스 일을 제안해왔다.

모델하우스는 특히 분양의 성패를 좌우하는 큰일이어서 부담도 되었지만 그녀는 선뜻 하겠다고 했다.

“건설사 일 처음 시작할 때 저는 패브릭 전공이어서 도면도 볼 줄 모르는데 타워팰리스 모델하우스 전체를 꾸미는 일을 맡게 되었어요. 모델하우스 일은 처음이어서 삼성건설 측에서도 ‘할 수 있겠냐’ 조심스럽게 물어 보는데 ‘하겠다’ 했고 ‘열심히’ 했죠. 다행히 반응이 좋아서 그 이후로 건설사들과 모델하우스 일을 엄청 많이 했어요.”

김 대표는 타워팰리스 외에도 나인 원, 한남 더힐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고 이 분야의 독보적인 디자이너로 인정받고 있다.

“개인프로젝트와 기업프로젝트는 성격이 다르지만 둘 다 나름 재미있고 의미 있는 작업이에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스타일이 다르고 라이프가 다르기 때문에 참 무궁무진하고 창의적인 일이어서 저는 제 일이 참 좋아요.”
 

집은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이어야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 집을 꾸미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더군다나 갈수록 팍팍해져가는 국내외 상황에서 삶에 휴식이 필요할 때 따뜻함과 행복을 표현하는 컬러를 이용하면 공간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공간에 따라 라이프가 달라져요. 요즘처럼 삶이 힘들 때 어떤 공간에서 생활하고 어떻게 보호받느냐는 느낌이 굉장히 중요해요. 거창하게 인테리어를 하지 않아도 쿠션 하나, 플로링 하나 등 작은 것들을 활용해서도 집안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고 위로와 치유를 받을 수 있어요.”
 

현우디자인 논현동 사옥은 사무실이라기보다 집이다. 김민정 대표가 어린 시절 20여년을 살아왔던 3층 빨간 벽돌집을 원형을 그대로 살려 조금만 개조해 사무실로 쓰고 있다.

 

무더운 여름에는 집안에 어떤 변화를 주면 좋을지 팁이 궁금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듯이 계절적인 변화에 따라 삶을 살아야 해요. 기존에 갖고 있는 것들이 너무 무거워 보이거나 더워 보이는 것들은 다음 계절에 쓰도록 보관을 하고 가볍고 시원해 보이는 소재들을 적절히 활용하면 쾌적한 공간으로 연출할 수 있어요”.

20여년간 집을 디자인하고 꾸며 온 스타일리스트에게 집과 인테리어는 어떤 의미일까?

“집은 아늑하고 편안한 나의 안식처가 되어야 하죠. 내가 밖에서 일을 하느라 고단한데 집안에서까지 스트레스 받고 경직되어 살 순 없잖아요. 그래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거창하게 하는 인테리어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 안락함을 느끼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연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 김은정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