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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있는 「내부통제시스템」, 어떻게 가능할까?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시스템」, 어떻게 가능할까?
  • 전현정
  • 승인 2022.12.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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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든 사회든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은 외부적 원인과 내부적 원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람들은 외부적 위험에는 철저하게 대비하면서도 내부적 위험에는 소홀한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인류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내부 부정은 그가 속한 조직을 무너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번듯한 회사가 내부 부정으로 커다란 타격을 입고 휘청대기도 한다. 외부적 원인으로 인한 사고보다 내부적 원인으로 인한 사고가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연초부터 오스템임플란트 직원이 1,880억 원을 횡령하였다는 보도가 있었고, 연이어 우리은행 직원이 7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횡령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런 사고가 터질 때마다 회사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일반 회사도 아니고 돈을 다루는 유수 금융기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놀라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10월 중에 금융사의 내부통제 개선안을 최종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내부통제’의 반대말은 ‘외부통제’라고 할 수 있다. ‘외부통제’는 강제적이고 비자발적 통제인 반면, ‘내부통제’는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통제방법이다. 자기가 자기를 통제하는 것이 가능할까?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왜 주식회사에서 내부통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일까? 외부통제는 작동하기 어렵다. 외부통제는 주로 사후적으로 문제된다. 주식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을 외부에서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부통제는 사고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이후에 비로소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 사고가 난 다음에 사후적으로 형사처벌을 한다든지 행정적 제재를 한다든지, 아니면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는 경우에 주식회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의사결정과정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이것이 아주 비효율적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주식회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주식회사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잘 안다. 미리 사고를 예방하고 자율적으로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는 것이 내부통제의 기초이다. 이것을 어떻게 실효성 있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문제이다.

주식회사의 입찰담합과 관련하여 이사의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화제를 끌었다. 입찰담합으로 회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되자, 주주들이 회사를 대표하여 대표이사나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하였다. 대표이사나 이사들이 감시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입찰담합이라는 행위가 있었고 그로 인해 회사가 과징금을 부과받는 손해를 입게 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이다. 대표이사가 개별 공사의 입찰 업무에 관여하거나 직접 보고를 받은 적은 없더라도, 입찰담합을 막을 수 있도록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거나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관리하지 않았다면,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4대강 사업 입찰담합에 관한 사건에서는 이사의 감시 의무 위반을 이유로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사내·외 등기 이사들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제도가 도입되었다. ‘comply’는 ‘준수하다’라는 뜻이다. ‘컴플라이언스’란 법ㆍ규칙ㆍ사내규정 등을 준수하는 준법경영활동을 말한다. 요즘에는 웬만한 규모의 회사라면 ‘컴플라이언스 팀’을 두고 있다. 그러나 컴플라이언스 팀을 두었다고 해서 내부통제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고 관리하였다고 인정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체적인 모습은 어떤 것이어야 할지 궁금해진다.

2022년 7월 감사위원회 포럼의 주제는 ‘내부통제시스템’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횡령이나 배임이 공시되는 건수가 1년에 50∼60건 정도가 된다. 횡령이나 배임은 액수 여하를 떠나 그러한 사건이 발생하였다는 것 자체가 취약점이 된다. 큰 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Y한영의 2022년 ‘회계감사와 디지털 감사 인식’설문조사에 따르면 ‘횡령 또는 부정의 주된 발생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내부통제시스템의 부재’라는 답변이 54%였다.

리스크의 정도에 맞는 내부통제가 필요하다.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두었다든지, 윤리규정을 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사외이사 제도나 감사 제도를 둔 것만으로도 안 된다. 회사 내부적으로 끊임없이 감독하고, 보고하고, 시정하는 3박자가 잘 돌아가야 한다.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되, 자기 회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부정에 대하여 분야별로 나누어 리스크를 점검하고 그에 걸맞게 내부통제를 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내부통제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통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영진의 자발적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외부에서 요청하기에 어쩔 수 없이 흉내만 내려고 해서는 아무런 성과를 거둘 수 없다. 모든 통제에는 비용과 시간, 노력이 든다. 그러나 문제가 터진 후에 사태를 되돌리는 데 들여야 하는 비용과 시간, 노력을 생각할 때, 사전 내부통제는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이런 인식이 회사 내부는 물론 사회 전반에 확산될 때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시스템이 자리를 잡을 것이다.

글 전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케이씨엘)
 

 

전현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3년간 판사로 일하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2016년 법원을 떠났다. 현재는 법무법인 KCL 고문변호사다. 한국여성
변호사회 부회장,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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