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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국가대표 탁구선수를 꿈꾸는 창우와 섬마을 할머니의 꿈
[동행] 국가대표 탁구선수를 꿈꾸는 창우와 섬마을 할머니의 꿈
  • 김경은 기자
  • 승인 2022.12.17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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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섬 소년과 탁구채


오늘(17일) 저녁 6시 방송 KBS’동행‘ 386화에서는 ’섬 소년과 탁구채‘ 편이 방송된다.

 

√ 섬 소년 창우와 할머니

경남 통영에서 배로 약 15분을 들어가야 닿는 섬, 곤리도. 70가구도 채 안 되는 작은 섬마을에 열네 살 소년 창우와 할머니가 산다. 엄마, 아빠도 또래 친구도 하나 없는 곳이지만, 창우는 섬이 좋다. 5살 때부터 할머니와 단둘이 동고동락해온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작년까지 전교생 2명인 섬마을 초등학교 분교에 다녔던 창우. 중학생이 된 올해부터는 배를 타고 육지의 중학교로 통학하기 시작했다. 배편도 하루에 7개뿐인 섬. 지각하지 않으려면 새벽부터 일어나 배를 타고, 버스로 15분, 걸어서 10분을 더 가야 하기에 늘 1등으로 학교에 도착한다. 그마저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배가 뜨지 않아 결석도 여러 번. 남들보다 고된 등굣길이지만, 창우는 이렇게라도 학교에 다닐 수 있음에 감사하다. 할머니가 자신을 이만큼 가르치고, 길러내기까지 얼마나 애썼는지 알기 때문이다.
 

[동행]‘섬 소년과 탁구채

√ 할머니의 소원

열아홉 살에 시집와 섬사람으로 60년 가까이 살아온 할머니. 어려운 형편에 평생 손에 흙과 물 마를 날이 없었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 허리 협착증에 골병이 든 몸이지만, 지금껏 산꼭대기 텃밭에서 일손을 놓을 수 없는 건, 구멍가게조차 없는 섬에서 손주 밥상에 반찬 하나라도 더 놓아주고 싶어서다.

할머니가 창우를 맡아 키우게 된 건, 9년 전. 이혼한 아들이 돈 벌러 타지로 떠나고부터다. 섬에서 할머니 혼자 어린아이를 키우기란 녹록지 않은 일. 그런데도 악착같이 뱃삯을 모아 창우를 업고 뭍의 어린이집을 다닌 건, 먹고 사느라 제대로 못 가르친 탓에 막노동하며 힘들게 사는 아들처럼 창우가 살지 않기를 바라서다. 하지만, 할머니가 지금 해줄 수 있는 건, 삼시세끼 따뜻한 밥과 한 달에 2만 원 남짓인 뱃삯뿐. 수급비와 노령연금으로 생활하는 형편에 정작 교육을 위한 뒷받침은 꿈같은 일이다. 육지에 방 한 칸이라도 얻어 남들처럼 학원도 보내고, 기죽지 않게 해주고 싶은 것도 늘 마음뿐인 것이 미안하다.
 

[동행]‘섬 소년과 탁구채

√ 탁구채에 실린 꿈

초등학교 분교 6년 생활도, 매일 배로, 버스로, 도보로 이동하면서도 창우가 학교 가는 일이 즐거운 건, 바로 탁구 때문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선생님이 손에 쥐여준 탁구채로 시작한 탁구. 친구도 놀거리도 없는 섬에서 창우를 유일하게 즐겁게 해 준 취미였다. 그런데 작년에 처음 참가한 도 대회에서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후로 창우는 국가대표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탁구선수가 되어 키워주신 할머니께 보답하고 싶다는 창우.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조급해진다. 졸업한 초등학교 분교에서도, 중학교 탁구 동아리에서도 창우를 위해 선생님들이 연습 상대를 해주긴 하지만, 전문적인 교육은 받을 수 없는 상황. 한창 실력을 쌓아야 할 시기에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 같아 초조하다. 게다가 창우의 보물 1호인 탁구채도 5년을 쓰다 보니 접착제로 보수할 수밖에 없는 형편. 꿈을 향해 달려가고 싶지만, 할머니에게 부담을 줄 수도 없어 늘 속으로만 삭이는 창우. 창우의 고민이 깊어만 간다.

 

KBS1TV ‘동행’은 우리 사회가 가진 공동체의 따뜻함이 불러오는 놀라운 변화를 통해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되짚어보는 프로그램이다.

[Queen 김경은 기자] 사진 KBS1TV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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