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아파트 무순위 청약 조건에서 거주지 제한이 사라진다. 그동안 해당 사안이 무순위 청약 대기자들의 허들로 작용했던 만큼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고금리 상황에서 고분양·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영향이 더 클 수 있는 데다 분양시장 옥석가리기 심화돼 과거와 같은 과열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무순위 청약 자격이 ‘해당 주택건설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세대구성원인 성년자’에서 ‘무주택세대구성원 성년자’로 변경된다. 예비입주자 선정 비율은 ‘가구 수의 40% 이상’에서 ‘가구 수의 500% 이상’으로 확대되고 예비입주자 명단공개기간은 ‘60일’에서 ‘180일’로 연장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순위 청약의 원활한 공급 및 실효성 확보 등을 위해 예비입주자 비율 확대 및 명단공개기간을 연장하고 해당 주택건설지역 외 거주자도 공급대상자에 포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무순위 청약 대부분이 n차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지난 18일까지 서울에서 △신림스카이아파트(14차) △한화 포레나 미아(5차)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2차) △창동 다우아트리체 주상복합 아파트(5차) △신독산 솔리힐 뉴포레(5차)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3차) 등의 무순위 청약이 진행됐다.
서울 용산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 과열에 거주 요건을 만들었다가 시장 침체 상황을 반영해 다시 삭제하는 것”이라며 “거주 요건은 그동안 n차 무순위 단지를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거주 요건 삭제에도 무순위 청약 과열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상황이 좋았다면 무순위 청약의 거주 요건 폐지가 바로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라며 “고금리 등 상황이 복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단지는 서울임에도 외면받고 있는데 이는 고분양가 문제 등에 따른 것”이라며 “분양시장부터 옥석가리기에 들어간 상황인데 미계약 물건인 무순위 물량에 대한 수요가 추가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분양시장에서 매수세는 급감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분석한 결과, 올해(지난 7일 기준)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8.5대 1로 조사됐다. 이는 2014년 평균 6.7대 1을 기록한 이후 8년 만에 한 자릿수 경쟁률이다.
매수심리 냉각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2.1로 전주보다 1.0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부동산원이 2012년 7월 2일 매매수급지수 통계를 발표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5.7에서 64.8로 떨어졌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부동산 매매시장이 침체된 것처럼 청약시장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좋은 입지는 분양에 성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가점도 낮아지고 미분양이 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