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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로 사회문제 인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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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경
  • 승인 2023.01.1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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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Orange is the New Black>
<Orange Is the New Black: My Year in a Women's Prison>


<Orange is the New Black>은 2013년(시즌 1)부터 2019년(시즌 7)까지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드라마로 실존 인물인 파이퍼 커먼(Piper Eressea Kerman)이 감옥에서 직접 겪은 경험을 쓴 회고록 <Orange Is the New Black: My Year in a Women's Prison>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제목의 의미는 직역하면 ‘오렌지 색이 새로운 검정색이야’라는 뜻이지만 패션계에서 the New Black이라는 의미가 ‘가장인기 있는 색’, ‘대세’, ‘가장 핫한 색’ 정도로 해석된다. 그러므로 ‘오렌지 색이 대세야’라는 의미가 되는데 이는 여성 재소자들의 죄수복 색이 오레지 색이므로 이 드라마의 기표와 기의를 드러내는 제목이다.

줄거리는 파이퍼 채프만은 과거 마약을 운반했던 적이 있었는데 전 애인이었던 알렉스에 의해 그것이 밝혀지면서 15개월간 수감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그렸다. 감옥에서 만난 다양한 범죄 경력을 가진 여성들과 만나면서 그들의 억울하고 마음 아픈 사연을 접하게 되고, 리치필도 교도소의 비리와 공권력 남용, 남성교도관들의 (성)폭행 및 추행, 동성애 재소자들에 대한 인식, 인종차별 등을 직간접적으로 겪으면서 사회적 문제에 눈을 뜨게 된다는 이야기다.

<Orange is the New Black>은 여러모로 독특한 드라마다. 그 이유는 첫째, 보통 남성 재소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는 많은 데 비해 여성 재소자들의 그것은 적은 편이라는 점에서 이 시리즈는 소위 니치(niche)한 소재를 다뤘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남성 범죄자의 수가 여성 범죄자의 수보다 많기 때문에 콘텐츠 소재로서도 빈번하게 다뤄져서 시청자들은 그 클리셰에 익숙한 편이다. 반면, 여성 감옥에서 여성 재소자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 남성 재소자와 다른 그들의 갈등은 무엇인지는 잘 알려지지 않는 바, 여기에서 이 드라마의 역할을 공고히 할 수 있다. 둘째, 이 드라마는 대놓고 ‘수감자들의 인권을 보장하라’고 외치거나 ‘~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이 시즌마다 빈번하게 나오기 때문에 언뜻 보면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게 하는 드라마라기보다는 매우 오락적인 드라마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드라마에 과몰입 하다보면 매 에피소드마다 마치 이스터에그를 찾듯이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녹아낸 방식의 탁월성이 이 드라마를 정주행 하게 만드는 매력요인임을 알게 된다. 셋째,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지 구분하기 어렵다. 멀티캐스팅 방식으로 대거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면면이 매우 다양한다. 감옥 안에서도 여전히 몰래 마약을 하지만 동료를 돕는 수감자, 이성애자이지만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 수감자를 보호해주는 수감자, 백인이지만 히스패닉계가 당하는 차별에 함께 저항하는 캐릭터, 살인을 했지만 미혼모의 출산을 돕는 다른 캐릭터, 여성 재소자들을 계속 괴롭히는 남성 교도관과 그런 그들을 감싸주는 여성 교도관, 심지어 주인공인 채프먼은 불법으로 속옷 거래까지 한다.

리치필드 교도소의 비리를 감추려고 하면서도 여성 재소자들의 인권을 보장해 주려는 소장 등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등장인물들로 인해 특정한 캐릭터를 미화시키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현실감있는 드라마다. 넷째, 이 드라마는 책, 드라마, 인터렉티브 웹, 블로그, 이벤트 등의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로 제작되어 다양한 미디어를 가로지르며 사회적 문제를 확장시켰다. 책을 각색하여 드라마로, 인터렉티브 웹(현재 중지)에서는 미국의 여성 교도소 시스템을 가상 지도를 통해 사용자가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게 했다. A의 블로그는 익명의 캐릭터가 부당하게 수감된 친구를 돕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쓴 것으로 고발형 콘텐츠에 해당한다.

이후에 방영된 <13 Reasons Why>나 <When They See Us> 등도 매우 오락적인 재미와 함께 시청자로 하여금 사회적 문제를 인식시키는 데 이바지하는 드라마다. 이왕이면 엔터테인먼트가 +@의 기능을 할 때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다.

글 김희경(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양학과 객원교수)│사진 넷플릭스
 

 

김희경 …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양학과 객원교수,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컬리지 강사,
서울대학교
인문확산지원센터
공동연구원, 재미창작소 소장, 인문콘텐츠학회 및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교육이사로 있다. 저서로
<K-스토리텔링(2022)> <콘텐츠 트렌드(2022)>
<스낵컬처 콘텐츠(2020)>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세계(2015)>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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