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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코미디 채널 ‘숏박스’와 ‘너덜트'
스케치 코미디 채널 ‘숏박스’와 ‘너덜트'
  • 신정아
  • 승인 2023.01.1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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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의 OTT 가이드
너덜트 인스타
숏박스 김원훈, 엄지윤,조진세(사진=숏박스)
숏박스 김원훈, 엄지윤,조진세(사진=숏박스)


2022년 12월 5일 유튜브가 발표한 ‘올해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TOP10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숏박스’와 2위를 차지한 ‘너덜트’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스케치 코미디 채널이라는 점이다. 스케치 코미디란 스케치(sketch)라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10분 이내의 짧은 개그 콘텐츠를 뜻한다. 2021년 10월 30일 첫 업로드를 시작한 ‘숏박스’는 KBS 공채 개그맨 출신 김원훈, 조진세, 엄지윤 등이 의기투합한 채널이다.

‘숏박스’ 콘텐츠의 컨셉은 솔직함과 B급 감성이다. 친구 결혼식장 현금 인출기 앞에서 축의금 5만원과 10만원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 두 친구의 대화(<얼마 할 거야?> 편), 오랜만에 만난 동창생이 기억나지 않아 엉뚱한 질문으로 민망해지는 순간(<뭘 쳐다봐>편), 배달 알바생들이 전하는 진상 고객의 풍경(<오늘 얼마 벌었어요?> 편) 등 일상에서 있을 법한 소심하고 애매한 상황들을 웃음의 소재로 표현해서 호응을 얻었다. 평균 영상 조회 수 400~500만을 기록하던 ‘숏박스’는 2022년 초 연재를 시작한 장기연애 커플 시리즈로 본격적인 인기몰이를 시
작했다. 그중에서도 11주년을 맞이한 커플의 저녁 대화를 묘사한 <모텔이나 갈까?> 편이 1,000만 뷰를 기록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숏박스’와 비슷한 성격의 채널 ‘너덜트’ 역시 코믹숏무비라는 형식의 웹드라마를 생산한다. 아내의 부탁으로 중고거래를 나온 남편들의 리얼한 현실 대화를 표현한 <당근이세요?> 편, 카페에서 공부하는 청년들의 짠내 나는 일상을 다룬 <카페 전기 도둑> 편, 모든 사람을 MBTI로 판단하는 사람들을 풍자한 <너 그거 INFP라 그래> 편과 같이 ‘너덜트’의 콘텐츠는 너무 흔해서 간과하거나 놓치기 쉬운 일상 속 감정과 관계들을 통해 한 번쯤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이처럼 ‘숏박스’와 ‘너덜트’의 콘텐츠는 코미디라는 장르가 오랜 시간 감당했던 풍자와 패러디, 해학과 위트를 그대로 살리면서 이전보다 더 촘촘하고 완성도 높은 구성과 연기로 승부수를 띄운다. 이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계보를 잇는다는 명목으로 KBS가 론칭했던 ‘개승자’(2021년 11월 13일 ~ 2022년 3월 12일 방영)의 저조한 시청률과 낮은 화제성을 떠올려보면 더욱 값진 노력의 결실이다.

일상의 빠른 흐름 속에 놓치기 쉬운 장면을 스케치하여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숏폼 콘텐츠에 탑재하는 기동성과 유연함은 누구보다 무대가 절실했던 연기자들의 열정과 수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2020년 개그콘서트의 종영 이후 무대를 잃었던 개그맨들의 새로운 도전과 변신이 기존의 지상파를 넘어 OTT 플랫폼에서 실현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점이 높다. 수많은 영상 콘텐츠와 경쟁해야 하는 유튜브 플랫폼 안에서 이용자들의 눈과 귀를 붙잡기 위해서는 시각, 청각, 촉각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공감각적 요소가 중요하다. 특히 웹드라마를 많이 보는 MZ세대의 경우 이어폰, 헤드셋 등 자신만의 공간을 채워주는 오디오가 중요하다. 숏폼은 빠른 대화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이용자들의 눈과 귀를 쉴 틈 없이 붙잡아 놓는다.

또한 수많은 영상 목록 중에서 이용자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기 위해서는 영상을 요약한 화면인 썸네일의 디자인과 문구도 직관적이어야 한다. 썸네일의 자막과 이미지만으로 영상을 보고 싶은 욕구를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숏박스’와 ‘너덜트’의 단순하면서도 쉽고, 눈에 잘 띄는 썸네일 역시 이용자들의 호감도를 높이는 긍정적인 요소들이다.

웹드라마는 정형화된 규격이나 장르가 없는 콘텐츠로서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이미 제페토나 이프랜드와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도 아바타를 활용한 웹드라마 제작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어디서나 간편하게 꺼내 볼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몰아서 보거나 골라서 보는 재미를 제공하는 웹드라마는 현대인들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소통의 미디어로 진화하고 있다. 코믹숏무비로 진화한 개그 프로그램의 세계관 확장이 앞으로 어떤 플랫폼과 수용자를 향해 또 다른 항해를 떠나게 될지 궁금하다.

글 신정아(문화콘텐츠 비평가)│사진 숏박스, 너덜트 인스타그램
 

 

신정아 비평가는…
저서로는 <뉴미디어와
스토리두잉>, <문화콘텐츠와
트랜스미디어>, <한중일 영화
속 근대 조선의 풍경>, <AI와
더불어 살기> 등이 있다.
대학에서 문화콘텐츠 기획과
제작, 비평을 강의하고, 연구한다. 약 400여 편의 TV
교양/다큐멘터리를 기획, 집필하였다. 현재 KBS
시청자평가원,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연구이사,
한국문화 콘텐츠비평협회 부회장, 한국방송작가협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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