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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성장시키는 결혼의 조건
서로를 성장시키는 결혼의 조건
  • 이복실
  • 승인 2023.03.1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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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셨어요?”라는 그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이다. 결혼 이 일과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결혼 여부에 관심을 두게 되 는 것 같다. 가족학자들은 본인이 출생한 가족을 떠나 배우자와 함께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므로 결혼을 제2의 탄생이라고도 한다. 과거에는 나이가 들면 결혼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였으나 지금 은 그렇지 않다. 결혼을 인생의 필수요건으로 생각하지 않는 젊은이들 도 점점 늘고 있다.

결혼하는 이유도 각양각색이지만 결혼하고 싶지 않 은 이유도 더 다양하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작년 결혼 건수는 19만 2509건으로 처음으로 20만 건 이하로 떨어졌다. 1983년과 비교하면 거 의 반 수준이다. 이러한 통계는 청년들의 의식조사에서도 여실히 나타 난다. 작년에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결혼의향에 대해 부정적인 응답률은 여자 30.0%, 남자 18.8%로 나타났다. 여성들이 왜 더 결혼의향에 대하여 부정적일까? 결혼으로 인한 가정생활이 성 역할 고정관념을 강요하는 것도 주요 원인일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사랑을 받는 두 여성,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 비와 미국의 긴즈버그 대법관의 삶을 봐도 확연하게 알 수가 있다. 모두 고인이 되었지만, 워낙 관심과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기에 그녀들의 일과 삶에 관한 영화와 다큐멘터리가 여럿 제작되었다.

그녀들의 인생 에서도 결혼은 큰 영향을 미쳤지만, 무척 대조적이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21세에 남편 마틴 긴즈버그와 결혼했다. 한 해 뒤 첫 딸도 출산했다. 남편 마틴은 1950년대에 결혼한 사람 중 드물게 가사와 양육 에 적극적이었다. 결혼 당시 그 역시 학생이었지만 아내의 로스쿨 진학 을 독려했다. 1950년대에 만났을 때부터 이미 성 역할 고정관념이 없었 던 마틴과 같은 파트너가 없었다면, 자신이 대법관으로 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루스 긴즈버그는 회고했다. 또, “내게도 뇌가 있다는 것을 존중해 준 사람”이어서 남편에게 매력을 느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녀는 1993년엔 빌 클린턴 대통령 지명으로 연방 대법관이 되었고 유명한 어록인 나는 반대한다(I dissent)를 남겼다. 남편 마틴은 생전 인터 뷰에서 “나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아내가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이라고도 했다. 긴즈버그 부부는 친구이자 지지자이자 동반자 였다. 공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가정생활에서도 양성평등을 실천하였고 서로에 대한 헌신적 지원은 부부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본인도 행복하지 않을뿐더러 서 로를 파괴하는 결혼도 있다.

세기의 결혼이라며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결혼이 그렇다. 그녀에게도 결혼은 인생 의 이복실은… 전 여성가족부 차관,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서울 시립대 도시행정학과를 졸업,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에서 교육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여성으로 서 네 번째 행정고시 합격자이다. 30년간 중앙부처에 재직했 으며, 2013년 여성가족부가 설립된 이래 최초 여성 차관으로 임명됐다. 저서로는 <여자의자리 엄마의 자리>, <나는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싶다> 등이 있다포인트였다. 다이애나의 남편은 그녀에게 연인도 아니고, 동반자도 아니고, 지지자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인형처럼 웃고만 있지 않았다. 자신을 향한 세상의 주목을 소외된 사람을 위한 메시지로 바꾸 고자 노력했다. 사람들이 꺼리는 일도 과감하게 실천했다. 에이즈 환자 와 직접 악수하고, 지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뢰밭을 직접 걸었 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헌신과 지지와는 거리가 멀었던 것으로 보인다. 굴곡진 삶을 살다가 아쉽게도 36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주변의 결혼에서 보듯이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녀를 막론하고 배우자의 선택이다. 어떤 배우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삶이 많이 달라지지만, 서로를 성장시키는 행복한 결혼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양성평등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결혼생활의 양성평등이 중요한 것은 나를 성장시키고 행복하게 해주는 인생의 지렛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가족학자인 올슨은 행복한 부부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의 하나로 양성 평등한 역할을 들었다. 행복한 커플 은 책임과 권력 간의 균형을 잘 유지하며,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며 평등하고 개방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긴즈버그 부부는 결혼생 활에서 양성평등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제 사례로 보여 주었다. 양성평등의 실천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내 옆에, 내 가정에 존재한 다. 많은 가족학자는 결혼의 효과에 대하여 정서, 재정, 도움, 건강 측면 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하지만 긍정적인 동기에 의하 여 결혼할 때 이런 효과들이 나타날 것이다. 결혼하든 하지 않든 장단점은 존재하고, 이것은 본인의 선택이며 책임이다. 하지만 행복한 결혼을 꿈꾸는 미래 세대에게 꼭 이 말을 해주고 싶다.

“가정 내 양성평등으로 서로를 성장시키세요.” 

글 이복실(전 여성가족부 차관)
 

 

이복실은…
전 여성가족부 차관,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서울 시립대 도시행정학과를 졸업,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에서 교육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여성으로서 네 번째 행정고시 합격자이다. 30년간 중앙부처에 재직했으며,
2013년 여성가족부가 설립된 이래 최초 여성 차관으로 임명됐다.
저서로는 <여자의자리 엄마의 자리>, <나는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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