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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의 『자유론』
밀의 『자유론』
  • 전현정
  • 승인 2023.03.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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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법

사람들은 자유를 추구한다. 꽉 짜인 현실 속에서 벗어나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와 같은 자유로운 영혼을 동경한다. 그러나 자유롭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이는 것에 마냥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는 무엇이고, 경계하는 자유는 무엇일까?

우리말로는 다 같이 자유(自由)라고 하지만, 영어에서는 ‘freedom’과 ‘liberty’를 구분한다. freedom이 자연적 자유, 즉 자유롭게 행동하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을 가리킨다면, liberty는 법적인 권리로서 자유를 가리킨다. 국어사전에 자유의 의미에 관하여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와 “법률의 범위 안에서 남에게 구속되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행위”라는 두 가지 설명이 있는 것도 자유의 두 어원과 관련이 있다.

자유에 관한 최고의 고전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On Liberty)이다. 160여 년 전인 1859년에 출간되었다. 밀은 1806년 영국이 나폴레옹과 전쟁을 시작한 직후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대에 태어나 대영제국의 최전성기였던 빅토리아 여왕시대의 전반부까지 살았다. 그러나 자유에 대한 심오한 성찰을 담고 있는 이 책은 공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나가던 영국이라는 시대적, 공간적 배경을 훌쩍 뛰어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밀은 자유에 대해 신념을 가진 사상가였다. 자유론에서 다루는 것은 시민적 자유와 권력으로부터의 자유이다. 그는 개개인이 가진 자유를 다음과 같이 단호하고 설득력 있게 옹호하였다. “한 사람만을 제외한 모든 인류가 같은 의견인데 단 한 사람이 그것에 반대의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인류가 그 한사람을 침묵하게 하는 것이 부당하다. 이는 한 사람이 힘을 가지고 있어서 인류를 침묵하게 하는 것이 부당한 것과 똑같다.”

인간의 본성 자체에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속박하려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지배자의 위치에 있을 때는 물론이고 단순히 시민의 입장에 있을 때에도 인간에게는 자기의 의견이나 기호를 다른 사람에게 강제하려고 한다. 이러한 성향을 억제하기가 어렵다. 인간의 감정에 의해 강력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해악이 매우 크다. “진리의 반쪽이 소리 없이 억압되는 일이야말로 가공스러운 해악이다. 사람들이 쌍방의 의견을 공평하게 들을 수 있을 때에는 언제나 희망이 있다. 최악의 상태는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사악하고 부도덕한 인간이라는 오명을 씌우는 일이다.”이 말은 자유로운 토론에 익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편을 나누어 다른 의견을 극단적으로 몰아붙이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인간의 자유는 어떻게 보장해야 할까? 자유롭게 의견을 형성하고 그 의견을 거리낌 없이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자신에게만 관계되는 영역에서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양심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가 그것이다. 언론의 자유와 토론의 자유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권리이다. 다만 자유에는 한계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그 유명한 해악 원칙(harm principle)이다. 결국 자유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개인의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만 제한될 수 있다.

자유는 개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내 개성을 실현시키도록 한다.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인간의 불완전한 의견과 행동도 바로잡을 수 있다. 개개인이 가진 다양성은 창의의 원천으로서 국가의 진보나 발전을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민이 개성을 잃고 일률적으로 통제되면 잘 나가던 국가도 어느새 진보를 멈추고 정체의 길에 들어선다. 자유의 효용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해악을 끼칠 자유는 없다. 자신의 발언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유의 의미를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자유는 소중한 가치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허구의 사실을 마구 쏟아 부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밀은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유해한 행위를 적극적으로 선동·교사하는 것과 같은 사정이 있으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권리를 잃게 된다.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는 어떤 종류의 것이든 적극적인 간섭에 의해 억제되어야 한다. 개인은 다른 사람에게 방해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다른 의견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자신의 자유와 타인의 자유를 똑같이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자유의 진정한 가치를 되새기고 누구라도 그 소중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 전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케이씨엘)
 

 

전현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3년간 판사로 일하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2016년 법원을 떠났다. 현재는 법무법인 KCL 고문변호사다. 한국여성
변호사회 부회장,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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