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설날 보다 더 큰 명절로 여겨졌다는 정월 대보름엔 특별히 챙겨 먹는 명절 음식들이 있다. 오곡밥과 건나물 그리고 부럼까지, 알고 보면 건강 효과 최고인 데다 완벽한 비건식인 보름 절식들과 정월 대보름 이야기.
그해 농사를 가늠하는 대 명절
음력으로 1월 15일은 정월 대보름이라 불리며 설날을 비롯해 단오, 추석 등과 함께 4대 명절로 꼽힐 만큼 우리 민족에게 큰 명절이었다. 오랫동안 농업 위주의 농경사회였으므로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수확을 가늠해 볼 수 있었던 정월 대보름은 큰 의미를 가졌던 것이다. 조상들은 이날 뜨는 보름달의 상태를 육안으로 관찰해 보고 흉작과 풍작을 예측했다고 한다.
[오곡밥]
오곡밥에서 찰밥까지
보름에 먹는 오곡밥은 보통 찹쌀과 팥, 콩, 차조, 수수 등의 5가지 곡식을 넣고 짓는 것이 일반적이나 오곡의 종류는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다섯 가지 곡식을 넣어 지은 밥을 오곡밥이라 부르고 보름날 먹는 밥으로 여기지만 현대에 와서는 찹쌀에 팥, 콩 등 정도만 넣은 찰밥에 보름 건나물들을 함께 먹곤 한다.
풍년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오곡밥을 대보름에 먹는 풍습은 삼국시대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까마귀로 인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신라의 왕이 은혜를 갚고자 음력 보름에 귀한 곡식과 재료들을 고루 넣어 지은 밥으로 까마귀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제를 올린 것이 오곡밥으로 전해지게 되었다고. 오곡밥 또한 부럼처럼 뭔가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는데 농사가 주 생업이었던 만큼 풍년을 기원하고 있다.
종합영양제 같은 건강 밥
오곡밥은 여러 곡식을 재료로 한 만큼 일반 쌀밥과는 달리 매우 뛰어난 영양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어 건강식으로도 손색없다. 성질이 따뜻한 찹쌀은 소화가 잘 될뿐더러 영양 성분 또한 많이 함유했다. 토코페롤 성분의 비타민E를 다량 함유, 항산화 효과를 내고 비타민D 성분 또한 풍부해 근골격계 건강에 도움 된다. 검은콩은 이소플라빈과 안토시아닌 성분을 함유, 콜레스테롤 밸런스를 조절하고 항산화 작용을 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건강을 도모한다.
[부럼]
부스럼 없는 일 년은 부럼 깨기로
정월 대보름 의식의 한 가지라고도 할 수 있는 부럼 깨기는 딱딱한 견과류를 치아로 깨면서 한 해의 건강을 비는 풍습이다. 이때 먹는 견과류들은 호두, 껍질 땅콩, 잣 등인데 전통적으로 정월 대보름 새벽에 부럼 견과류를 깨물곤 했다. 부럼 깨기에는 어금니로 단단한 견과류의 껍질을 깨면 치아 건강을 도모할 수 있다는 믿음과 함께 피부 부스럼 없이 한 해를 보내고자 하는 소망을 담았다.
콜레스테롤 조절과 혈관에 좋은 부럼
부럼용 견과류의 영양학적 특징은 불포화 지방산 함유량이 높다는 점이다. 인체에 유익한 콜레스테롤 HDL 수치를 올리는 데 도움 되고 유해한 콜레스테롤인 LDL 수치를 저하시키는 등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 특히 콜레스테롤이 염려되는 경우 호두를 권하는데 리놀렌산이 많아 콜레스테롤을 끌어내리는 데 효과적이고 항산화 효과를 낸다. 또 부럼으로 가장 많이 먹는 껍질 땅콩의 경우 폐·기관지 등 호흡기 건강을 돕고 비타민 E, 베타카로틴 성분도 많아 정혈 작용에 의한 혈관 건강도 기대할 수 있다.
칼로리가 걱정되면 날밤으로 대신
부럼 견과류로는 흔히 땅콩과 호두를 많이 쓰는 편이지만 꼭 두 가지 견과류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유분이 많은 견과류가 꺼려진다면 밤과 같은 껍질은 딱딱하면서 유분은 적은 열매류를 활용해도 된다. 부럼으로 쓸 때는 삶거나 구운 밤이 아닌 날밤으로 쓰면 된다. 밤은 지방 대신 탄수화물과 단백질, 비타민까지 다양한 영양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묵나물]
한 해 더위를 면해주는 건나물
재료들을 말려두었다가 먹는다 해서 건나물, 묵은 재료들로 만든다고 해서 묵나물로 불리는 보름나물들은 감칠맛과 담백함으로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좋은 건강식이다. 보름나물 풍습은 보름에 묵은 나물을 먹으면 그해에는 더위를 타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실제로 건나물을 통해 비타민, 무기질을 풍부히 섭취하게 되는데 이는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몸을 튼튼히 하여 더위에 강한 대응력을 길러 주었을 수도 있다.
말린 재료가 주는 깊은 풍미
보름에 먹는 나물의 종류는 약 8~9가지 정도로 매우 다양한 편인데 대표적인 종류는 호박고지, 고사리, 토란 줄기, 가지, 시래기, 고구마 줄기 등의 채소에 취나물, 곤드레와 같은 산나물 말린 것들이다. 이들은 재료 자체에서 주는 향이 있으며 말린 재료로 조리했을 때 더욱 깊은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불면증에 좋은 토란 줄기&사포닌 함유한 취나물
재료들은 보통 햇빛을 이용해 자연 건조로 말려 비타민D를 공통적으로 함유했으며 비타민A와 비타민C를 비롯한 각종 비타민을 폭넓게 함유했다. 토란 줄기는 예민한 신경을 진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천연 멜라토닌 성분으로 불면증 해소에 효과를 보인다. 대표 메뉴인 호박고지는 부기를 빼주고 천식 완화에도 도움 준다. 인삼의 주요 성분인 사포닌을 함유한 취나물은 면역력을 증진시키는데 취나물을 무칠 때 사용하는 참기름의 리그닌 성분과 협력, 염증 해소 작용도 돕게 된다.
[Queen 최하나 기자] 사진 퀸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