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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암탉을 잘 키우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
[동행] 암탉을 잘 키우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
  • 김경은 기자
  • 승인 2023.02.11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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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정우와 암탉’


오늘(11일) 저녁 6시 방송 KBS ’동행‘ 395화에서는 ’정우와 암탉‘ 편이 방송된다.

 

√ 정우의 보물, 암탉

열세 살 정우가 매일 아침, 눈곱 뗄 새도 없이 내복 바람으로 달려가는 곳은 바로 집 앞에 있는 닭장. 닭장 속 다섯 마리 닭은 정우가 가장 애지중지하는 보물이다.

병아리 3마리로 시작해 닭이 되고, 그 닭이 알을 낳아 다시 닭으로 자랄 때까지 3년을 지극정성으로 길러온 정우. 그중 정우의 특별대우를 받는 닭은 한 마리뿐인 암탉이다. 도심에서 살았던 터라, 닭을 키우는 일을 누구에게도 배운 적 없지만, 알 낳는 모습을 보고 닭 키우는 재미에 폭 빠졌다.

그런데 요즘 정우에겐 고민이 생겼다. 바람만 겨우 막아준 허름한 닭장이며 제대로 사료도 못 먹인 탓인지 암탉이 알을 낳을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불리 잘 먹이고 싶지만, 영하 17도까지 내려간 매서운 한파에도 기름 살 여력이 없어 보일러 한 번을 못 틀고 전기난로에만 의지하며 지내오다 보니 닭 사료 사는 건 언감생심. 그래도 암탉을 잘 키우면 돈을 벌 수 있으니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동행]‘정우와 암탉’


√ 아빠와 할머니의 희망, 정우

서울에서 자동차 부품이며 열쇠 판매를 하다 경기 침체를 겪으며 자영업을 접은 아빠. 빚까지 짊어지고 살길이 막막했던 아빠는 새 출발을 위해 보금자리까지 옮겼지만, 직장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생활비조차 벌 수 없게 되자 정우가 4살 무렵 아내와 이혼했다. 아들의 이혼으로 엄마 손이 필요하게 된 정우를 지금껏 키워온 할머니.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관절 수술에 굽은 허리, 심장이 좋지 않아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찬다.

잘 키운다고 키웠건만, 늘 콩나물과 두부밖에 못 해줘서 정우가 또래보다 키도 작고 몸무게도 적게 나가는 건 아닌지 미안한 할머니. 사업 실패와 이혼 또 마땅한 돈벌이가 없어 속앓이하는 아들을 볼 때면 속이 탄다.

날로 쇠약해지는 어머니와 커가는 아들을 볼 때면 그간 해온 막일도 아쉬운 요즘. 그나마 2년 전부턴 골프장 관리 일을 시작했지만, 골프장이 쉬는 겨울이면 또 일을 찾아 헤매야 하는 상황이다. 신용불량에 당장 내일을 꿈꾸는 일조차 사치지만,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마음을 다잡는다.
 

[동행]‘정우와 암탉’


√ 정우의 눈물

잘생긴 얼굴에 똘망똘망한 눈빛, 인사성도 바른 정우. 할머니를 도와 집안 살림도 하고 닭 돌보는 일도 열심이지만, 유독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가장 괴롭다. 지금 정우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바로 공부. 지팡이도 보행 보조기도 없어 외출조차 힘든 할머니의 병을 고쳐드릴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지만, 문제집도 변변찮아 풀었던 책을 다시 보면서도 도통 진도가 나가지 않아 답답한 마음뿐이다.

작아서 꺾어 신고 다니는 자신의 운동화와 도무지 성한 곳이라곤 없는 아빠의 하나뿐인 신발을 볼 때면 아빠에게 미안해 학원에 다니고 싶다는 말조차도 못 하는 정우. 배움이 짧아 아들의 공부를 뒷받침해줄 수 없는 아빠도 미안하긴 마찬가지다.

한 지붕 아래 네 가구가 사는 오래된 연립주택. 그중 한집에 사는 정우네는 옆집과 연결된 보일러 배관 덕분에 옆집 할머니가 보일러를 틀 때만 따뜻한 물로 씻을 수 있지만, 훗날 따뜻한 집에서 가족과 오순도순 사는 것이 소원인 정우. 그날을 위해 보물 1호인 암탉에게 온 정성을 쏟아붓기로 했다.

 

KBS1TV ‘동행’은 우리 사회가 가진 공동체의 따뜻함이 불러오는 놀라운 변화를 통해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되짚어보는 프로그램이다.
 

[Queen 김경은 기자] 사진 KBS1TV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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