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체인 현대자동차가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택시업계와 손을 잡고 지자체 협약을 진행하는 등 자체 플랫폼 '셔클'의 몸집을 키우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선점한 모빌리티 플랫폼 시장에서 현대차의 도전이 성공을 거둘지 관심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자체와 셔클 확대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셔클은 현대차가 2021년 선보인 국내 첫 인공지능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DRT)다.
DRT는 콜택시에 빗대 이른바 '콜버스'로 불리는 승차 서비스다. 택시처럼 승객의 호출에 따라 자유롭게 승하차하지만 이동 과정에서 여러명의 승객을 태운다는 점에서 버스의 성격이 가미됐다. 현재 세종시와 경기도 파주에서 시범 운행 중으로 누적 승객이 약 105만명에 달한다.
최대 장점은 호출이 가능함에도 버스만큼 저렴한 비용이다. 성인기준으로 세종이 1800원, 파주는 1450원이다. 거리와 상관없이 기본요금만 부과된다.
사용방법은 택시 호출앱과 비슷하다. 셔클 앱을 깔고 신용카드를 등록한 후 셔클을 호출하면 된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지정하면 도착 예정 시간과 비용이 나온다.
현대차는 최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협약을 체결하며 셔클의 편의성을 키웠다. 기존에는 앱을 통해 전동 킥보드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PM)의 환승만 가능했는데 택시 호출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예를 들어 A지점에서 B지점까지는 킥보드를 타고, B지점에서 C지점까지는 셔클, C지점에서 D지점은 택시로 갈아타는 과정이 한가지 앱에서 모두 가능해진다.
이를 여러 모빌리티 서비스를 한 바구니에 담는다는 의미에서 MaaS(Mobility as a Service)라고 한다. 장기적으로 자사의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이동수단을 연결하는 것이 현대차의 목표다.
그간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스마트 모빌리티'를 강조한 만큼 플랫폼 사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소비자의 삶 전반에 현대차가 활용되도록 해 다른 서비스로 넘어가지 않도록 유도하는 잠금(Lock-in)효과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다.
정부가 DRT를 미래 모빌리티의 중심축으로 보고 있어 관련 규제도 사라지는 추세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여객자동차법을 개정해 현재 농어촌 지역으로 제한된 서비스 범위를 신도시와 심야시간대 등으로 확대한다. 현재는 교통 서비스가 낙후된 지역에서만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는데 규제가 풀리면 수도권에서도 운행이 가능하다.
관건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자리 잡은 시장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다. 이번 택시업계와의 협력 역시 부족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DRT 서비스는 실시간으로 승하차 수요를 분석해 승객을 태우기에 유리한 경로를 골라 다녀야 사업성이 커진다. 낭비되는 동선없이 최대한 많은 승객을 태우는 것이 DRT 서비스의 핵심 기술이다. 경쟁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다년간 택시 플랫폼 카카오T를 운영하며 모빌리티 관련 데이터를 확보해 왔다.
근본적인 단점도 있다. 다양한 출발지의 승객이 매치되면 변수가 늘어 이동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출퇴근 시간에 치명적이다. 생소한 서비스인 만큼 정식 운영단계에서 기본요금이 달라지면 승객이 얼마나 탑승할지도 의문이다.
김현명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현대차는 자체적으로 생산한 차량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플랫폼 업체에 비해 DRT 사업에서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국토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