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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4억 제시 속초의료원 응급실, '3명 지원' ... 만성적자 정상화 여부 주목
연봉 4억 제시 속초의료원 응급실, '3명 지원' ... 만성적자 정상화 여부 주목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3.02.21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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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료진 공백으로 응급실이 단축운영되고 있는 강원 속초의료원 응급의료센터 정문에 단축운영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최근 의료진 공백으로 응급실이 단축운영되고 있는 강원 속초의료원 응급의료센터 정문에 단축운영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최근 인력난으로 응급실을 축소 운영하는 등 파행을 빚고 있는 속초의료원이 국내 의료원 최고 수준인 '연봉 4억원'대를 제시하고서야 최소 필수인력인 3명이 지원, 이들의 채용과 응급실 정상화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의료원이 임금 대폭 인상이라는 '초강수'를 둔 끝에 지원자가 나타났으나, 이는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지방 의료원의 현실에서 깨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이 나온다. 이에 인근 지자체와 강원도의 예산 지원을 통해 임금을 보전하자는 의견이 논의되고 있지만 교육 인프라 등 정주여건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선 결국 언젠가 다시 벌어질 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원도 등에 따르면 21일 오전 마감된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2차 채용 원서 접수 결과 총 3명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현재 단축 운영 중인 의료원 응급실 정상화를 위한 최소 필수 인력 수와 같다. 속초의료원 응급실은 최근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 중 3명이 퇴사하는 등 의료진 공백으로 지난 1일부터 목요일부터 금·토·일까지 일주일에 4일만 운영되고 있다.

물론 이들이 모두 채용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만일 이들 3명이 모두 채용된다면 응급실 파행 운영은 가까스로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원자는 국내 의료원 임금 최고 수준인 '4억2000만원'을 제시하고서야 가능했다. 의료원은 연초 응급전문의들의 잇딴 퇴사로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자 지난달 의료진 채용 절차를 진행했지만 지원자가 전무했다.

강원도와 의료원은 대안으로 △인근 시·군 공중보건의 순번제 파견 △도내 타 의료원 응급 전문의 파견 등을 고려했지만, 이 또한 물거품으로 돌아가면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이에 의료원은 최근 이사회를 통해 응급전문의 연봉 상한선을 국내 최고수준인 4억2000만원으로 대폭 인상하는 '초강수'를 뒀다. 결국 임금 수준에 때문에 의사들이 떠나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속초의료원이 응급실 '의사선생님'을 모시기 위해 제시한 연봉 4억원대는 국내 의료원 최고 수준이다.

보건복지부 지역거점 공공병원 알리미에 공시된 2021년 기준 지방의료원 봉직의 평균 연봉은 약 2억3783만원이다.

같은 기간 속초의료원 봉직의 평균연봉은 2억7274만원으로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의사들이 떠나가자 결국 의료원은 2배 가까운 임금 인상을 제시한 것이다.

물론 의료원이 돈이 남아돌아서 이 같은 파격대우를 한 것이 아니다. 속초의료원 역시 다른 지방의료원과 같이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일반 내원 환자가 줄면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의료원 봉직의 최고 임금을 제시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시급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영리목적을 띤 병원이 아닌 지방의료원이 이 같은 임금을 계속 보전해 줄 수 있겠냐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강원도는 속초를 비롯한 설악권 4개 시·군(속초·고성·양양·인제)과 예산 매칭을 통한 의료진 임금 보전안을 논의하고 있다.

윤승기 강원도 보건체육국장은 "속초의료원 경영이 계속 적자인데 응급의료체계 유지를 위해 인건비를 올렸기 때문에 재정적 어려움은 불보듯 뻔하다"며 "강원도와 설악권 4개 시군 예산 매칭을 통해 해당 의료원 응급의료진 임금을 보전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 역시 1년 안팎의 한시적 지원 형식으로 논의되고 있어 근원적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결국 '서울 의사'를 '시골 의사'로 만들기 위해선 교육 인프라 등 정주여건 개선이 답이라는 것이 의료계와 지역사회의 진단이다.

이날 수도권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A씨(30대)에게 '초고연봉을 준다면 속초에 와서 살 수 있겠나'라고 물었더니 "격무와 도심을 벗어나 바다를 바라보고 한적한 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러면서도 A씨는 "가족과 모두 이주를 하기엔 해당 지역의 교육 인프라 등 정주여건이 너무 좋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결정은 할 것 같진 않다"며 "혼자 내려가 일을 해볼 순 있겠지만, 언젠가는 또 떠날 것 같다"고 말했다.

속초는 오는 2027년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으로 서울(용산)과 '99분대'로 묶이게 된다. 또 해당 철도 사업 착공식과 함께 지난해 육성형 투자선도지구로 선정, 역세권 개발이 시작될 예정으로 예전에 알던 속초와는 '천지개벽' 수준으로 변신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의료인을 비롯한 전문직이 이주를 꺼리는 것은 교육 문제가 크기 때문에, 수도권 주민을 정주시키기 위해서는 국제학교나 명문사립학교를 유치해야 의견도 지역사회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신정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은 "최근 의료진 공백 문제가 있었던 경남 산청군 의료원 케이스도 있었지만, (의료진이 떠나는 이유로)정주여건 부분도 크게 작용한다고 본다"며 "의료진의 세대가 젊어지면서 가족이랑 떨어져 있는 등 삶의 질 문제를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속초의료원 이날 응급의학과 봉직의에 지원한 3명에 대한 서류전형을 거쳐 23일 면접 심사 후 오는 24일 합격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Queen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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