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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국민의 관심과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국민의 관심과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3.02.22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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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밖 문화재를 고국의 품으로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국민의 관심과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세계 속 우리 문화재를 찾고 알리고 지키고 있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 2012년에 설립돼 올해로 10주년이 되었지만 아직 우리 국민들에겐 생소한 이름이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있는 곳이라면 세계 어디라도 찾아가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어떤 곳인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김정희이사장을 만나 보았다.


국외소재문화재의 환수·활용을 위해 설립

가끔 매체를 통해 우리의 귀한 문화재가 외국에 나가 있다는 사실을 들을 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안타까움을 느낄 것이다. 그런 문화재들을 해외에 방치할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나서서 적극 우리의 품으로 반환해야 하는데 그런 일을 맡고 있는 곳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다.

“문화재라고 하면 우리나라에 있는 것만 생각하기 쉬운데요. 사실 오랜 기간에 걸쳐 문화재가 외국으로 유출이 되거나 어떤 경우는 무역으로 나가기도 했지요. 그렇게 외국에 있는 문화재의 현황을 파악하고 그것을 조사, 연구하고 한편으로는 환수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우리나라에 있어야 할 중요한 문화재라고 생각이 되면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환수하고 환수가 어려우면 외국에서 활용하는 방법도 마련하는 등 우리문화재에 관한 여러 가지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맡아 하는 재단입니다.”

김 이사장은 불법적으로 반출된 문화재를 다시 우리 품으로 가져오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적법하게 반출된 우리 문화재를 현지에서 연구하고 활용하며 홍보하는 일도 굉장히 중요한 일임을 강조한다.
 

재단 설립 후 가치 높은 문화재 다수 환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설립되고 난 후 현재까지 그동안 6개국에서 862점의 문화재를 환수해왔다. 그 중엔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높은 것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모든 문화재가 다 각각의 의미가 있겠지만 그 중 몇 가지를 꼽는다면 환수 후 문화재로 지정된 ‘분청사기상감 경태5년명 이선제 묘지’를 들 수 있다. 이선제는 조선 세종 때 집현전 학자 출신으로 형조참의, 병조참의를 지낸 관료이다,

“묘지는 죽고 나서 그 사람의 업적을 적어 도자기로 구워 무덤 안에 넣는 건데 대개는 직사각형의 형태예요. 그런데 이선제 묘지는 형태도 특이하고 15세기에 만들어졌는데 그 시기의 변화하는 상장의례나 분청사기 도자 기술, 서체 연구를 위한 중요한 편년작으로서 학술적·예술적 가치가 높아 그 가치를 인정받았죠.”
 

해시계 '앙부일구
해시계 '앙부일구

 

이선제 묘지는 1998년 일본으로 밀반출되었다가 2017년 일본인 소장가의 기증으로 환수되어 2018년 6월 보물로 지정됐고 현재는 국립광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2020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미국 경매에서 매입해 환수한 ‘앙부일구’도 보물로 지정되었다. 일명 해시계라 불리는 앙부일구는 18세기에서 19세기 초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름 24.1㎝, 높이 11.7㎝, 약 4.5㎏의 무게를 지닌 금속제 유물이다. 정확한 시간과 계절을 측정할 수 있기에 조선의 우수한 과학 수준을 보여주며, 정밀한 주조기법과 섬세한 은입사 기법, 다리의 용과 거북머리 등의 뛰어난 장식요소 등은 예술성도 드러낸다.

“입사기법이라고 해서 금속에 문양을 넣으려면 홈을 파서 거기에 은을 집어넣어야 하는데. 은을 실처럼 넣는다 해서 입사라고 하죠. 이런 기법은 정교하고 섬세한 기법으로 고도로 숙련된 장인만이 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작품입니다.”

그리고 고종을 수렴청정한 조대비로 알려진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도 빼놓을 수 없다. 조선 왕실에서는 왕세자나 왕세자빈을 책봉할 때 대나무로 만든 죽책을 수여했는데 책문에는 책봉의 배경, 대상자의 인적 사항과 칭송하는 내용, 책봉 선언, 착한 일은 권하고 나쁜 일은 금하는 등의 당부 내용을 담는다. 이 죽책은 원래 강화도 외규장각에 보관돼 있었는데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해군이 강화 외규장각에서 의궤 등 화려해 보이는 유물들을 약탈하고 건물과 남은 것들을 모두 불태웠다. 그들이 남긴 보고서와 프랑스국립도서관의 소장품 목록에 이 죽책은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소실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죽책이 2017년 프랑스의 경매시장에 나와 있다는 사실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파악하고 즉각 검토와 대응에 들어가 2018년 1월 환수한 것이다.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이렇듯 세계 각국에 흩어져 숨어 있는 우리 문화재 하나하나를 찾아내기 위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노력의 결과로 소중한 문화재를 환수해 올 때마다 느끼는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이제는 국민들의 응원과 동참이 필요

이렇듯 우리 문화재를 찾아내고 알리고 지키는 큰 의미 있는 일을 해 온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그동안의 10주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2023년 새로운 10년을 맞이하면서 더 큰 각오를 다지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재 현황 파악을 위한 조사는 꾸준히 진행할 것이며 불법 반출되거나 문화재적 가치가 큰 국외문화재는 꾸준히 환수할 계획입니다, 국외문화재의 보존처리 지원 등으로 국외 현지 기관과 형성된 신뢰 관계를 토대로 소통과 협력을 더욱 확대해 한국 문화재의 가치를 더욱 알릴 예정입니다. 또한 연구 사업을 보다 심화 발전시켜나갈 것이며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우리 문화재를 함께 즐기도록 할 것입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큰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선 우리 국민들의 적극적인 응원과 동참이 필요하다. 특히 올해부터 문화재보호법 개정을 통해 민간기부금을 접수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 민간기부금을 통해 환수, 보존복원 지원 등의 예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의 RM은 우리 문화재의 환수를 위해 2021~22년도에 총 2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개인, 단체, 기업 등 누구나 기부금 접수를 통한 후원은 가능하며 재단은 기부자 예우 등 프로그램도 마련해 국외문화재 분야 기부문화를 활성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자문위원, 평가위원으로 일해오다 올해 이사장으로 중책을 맡고 보니 정말 우리가 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구나 더욱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도에 비해 우리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쉬움이 큰데요. 다가 올 새해부터는 우리 국민들과 기업, 언론에서도 함께 국외에 나가 있는 우리 문화재에 큰 관심을 가지고 환수하는 데에 힘을 합쳐 주시면 좋겠습니다.”


취재 김은정 기자 | 사진 김현천·국외소재문화재단 제공
 

 

김정희 이사장은…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 졸업,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한국미술사 석·박사 취득 후 원광대학교 인문대학 역사문화학부 교수, 서울특별시 문화재 위원, 한국미술사학회 회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문화재청 무형문화재 위원,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 소장, 원광대학교 명예교수,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으로 역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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