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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세계의 명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스파르타쿠스 1부’
[EBS 세계의 명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스파르타쿠스 1부’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3.03.04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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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EBS 세계의 명화  
사진 = EBS 세계의 명화  

오늘(3월 4일, 토요일) EBS1TV <세계의 명화>에서는 ‘스파르타쿠스 1부’가 방송된다. 

BC 1년, 리비아 광산의 노예 스파르타쿠스(커크 더글라스 분)는 쓰러진 동료를 구하려다 이를 제지하는 로마군 병사와 싸움을 벌여 부상을 입힌다. 이미 여러 차례 말썽을 일으킨 전력이 있는 스파르타쿠스는 사형당할 위험에 처하지만 때마침 광산을 찾은 검투사 양성소의 주인 바티아투스(피터 유스티노브 분)의 눈에 띄어 죽을 위기를 모면한다. 몇몇 동료들과 함께 검투사 후보생으로 팔려온 스파르타쿠스는 본격적인 검투사 수업을 받는다. 하지만 검투사가 된다는 것은 귀족들의 노리개가 되어 언제 죽음을 맞을지 모르는 비참한 삶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훈련교관은 스파르타쿠스의 반항적인 태도를 예의주시하게 된다. 하루하루 실전을 방불케 하는 고된 훈련이 이어지는 가운데 후보생들에게 하룻밤 지낼 여자노예들이 주어진다. 스파르타쿠스는 여기서 만난 바리니아(진 시몬스 분)와 사랑에 빠지지만, 이를 눈치 챈 훈련교관은 바리니아를 일부러 다른 후보생의 방으로 들여보내는 잔인한 짓을 한다. 어느 날, 로마 최고의 권력가라 일컬어지는 크라수스(로렌스 올리비에)는 일행과 함께 양성소를 방문, 스파르타쿠스를 비롯한 4명의 후보생을 골라 검투시합을 시킨다. 동료의 목숨을 자기 손으로 끊거나, 자기 목숨이 끊기는 절박한 상황. 스파르타쿠스는 비장한 각오로 싸움에 임하지만 동료의 손에 목숨을 잃을 처지가 된다. 위에서 지켜보는 귀족들은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지만 동료는 그를 죽이는 대신 무기를 들고 귀족들에게 달려들다 비장한 최후를 맞는다. 뿐만 아니라 바리니아는 크라수스에게 팔려가는 신세가 되고, 훈련교관은 더욱 집요하게 스파르타쿠스를 괴롭힌다. 결국 분을 참지 못한 스파르타쿠스가 교관을 살해하면서 노예들의 반란이 시작된다. 스파르타쿠스를 중심으로 군대를 이룬 이들은 이탈리아 남부를 장악하고 해적들과 규합해서 그들의 배로 탈출한다는 계획을 세우는데...

<스파르타쿠스>는 로마 제국을 뒤흔든 노예 반란 사건을 다룬 제작비 1200만 달러의 스펙타클 고전 명작으로 초호화 배역진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자유를 향한 인간의 갈망과 뜨거운 사랑이 서사 영웅담으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인 영웅담 안에 패배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1950년대 할리우드는 그 스스로의 부피와 무게로 사멸 직전에 이른 공룡이 돼갔다. 규모의 경제학만이 이곳을 지배하는 유일한 지침이었으며, 공룡이 제국의 비유가 된다면 제국은 다시 할리우드의 비유가 됐다. 할리우드가 사로잡힌 것은 크기의 강박관념이었다. 그때 그곳에서 모두가 ‘시대극’을 찍기 위해 한결 같이 모여들었던 것은 정말 우연이 아니다. 할리우드 황금시대의 절정기에, 뉴 프런티어 정신의 낙관주의가 시작하는 그곳에 도착한 스파르타쿠스는 패배를 향해 달려간다. 그는 비록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결코 멈출 수 없다. 큐브릭은 한 번도 낙관적이었던 적이 없다. <스파르타쿠스>는 역설적으로 큐브릭이 진보적 자유주의자의 낙관주의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증명하는 영화다.

스탠리 큐브릭은 개인적으로 <스파르타쿠스>를 자기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만큼 스튜디오의 호된 간섭 하에서 제작됐고 그 자신의 생각을 마음대로 펼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제작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제작 통제와 장면 삭제가 결정적이었다. 매카시즘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스파르타쿠스>의 시나리오 작가 달턴 트럼보에 따르면 당시 유니버설 사장 에드워드 뮬은 이 영화가 스펙터클이 아니라 제작비 3-400만 달러의 역사물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원로원 안의 갈등을 현실 정치에 빗대 표현하는데 관심이 많았고, 결과적으로 <스파르타쿠스>에 1,200만 달러나 쏟아 부을 줄 몰랐던 것이다. 주연 배우이자 기획자였던 커크 더글라스의 생각은 또 달랐다. 그는 로맨스와 노예 반란이 절반씩 들어간 영웅담을 원했다. 이런 환경에서 스탠리 큐브릭은 로마 제국을 무너뜨릴 수도 있던 노예 반란군의 역사를 제대로 그릴 수 없었고, 로마군과의 전투 장면이 대폭 줄어들었다. 영화 연구자 던컨 L. 쿠퍼는 <시네아스트>에서 이 영화의 감독판은 스파르타쿠스의 노예 군대가 승리하는 전쟁 장면들을 새로 찍어 넣어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나마 202분 분량의 <스파르타쿠스> 마지막 시사본은 1975년 유니버설에 의해 폐품 처리됐고 198분 버전이 남아있는 가장 긴 편집본이 됐다. 1960년 당시 이 영화의 상영시간은 184분, 7년 뒤 영화는 161분으로 더 줄었다. 그리고 1991년 로버트 A 해리스가 컬러와 사운드를 보완한 198분 편집본을 부활시켰다. 해리스의 편집본에는 로렌스 올리비에가 토니 커티스의 시중을 받으며 목욕하는 유명한 장면이 되살아났다. 이 장면은 제작 당시 동성애를 암시한다는 이유로 삭제됐던 것. 올리비에가 “난 굴(여자)과 달팽이(남자) 양쪽 다 즐기지”라고 말하는 이 장면은 그의 사후에 복구된 탓에 앤서니 홉킨스가 목소리 연기를 대신했다. 우여곡절이 많지만 <스파르타쿠스>는 후대에 새로운 평가를 받았다.

엄선한 추억의 명화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EBS1 ‘세계의 명화’는 매주 토요일 밤 10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EBS 세계의 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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