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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치매 할머니와 열두 살 준선이 ‘준선이의 등굣길’
[동행] 치매 할머니와 열두 살 준선이 ‘준선이의 등굣길’
  • 김경은 기자
  • 승인 2023.04.08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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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준선이의 등굣길’


오늘(8일) 저녁 6시 방송 KBS’동행‘ 398화에서는 ’준선이의 등굣길‘ 편이 방송된다.

 

√치매 할머니와 열두 살 준선이

12살 준선이에겐 한시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늘 마음을 조바심 나게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할머니. 준선이보다 70년 넘는 세월을 더 살아온 어른이지만, 작년부턴 준선이가 할머니를 돌보는 날들이 많아졌다.

할머닌 준선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부터 깜빡깜빡하는 일들이 늘어나더니, 작년엔 치매 질환인 알츠하이머병 진단까지 받았다. 어느 날은 말짱해 보이시다가도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할머니. 할머니가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것이 가슴 아픈 준선이는 밭일이며, 청소, 빨래까지 도맡아 하는 건 물론, 점점 요리하는 법도 잊고 끼니도 거르는 할머니의 식사를 챙겨드리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됐다.

어려운 살림에 군청에서 지원받는 즉석식품이 할머니와 준선이의 유일한 반찬이지만, 그마저도 할머니에게 양보하며 할머니의 건강을 염려하는 준선이. 할머니가 기억을 다 잃을까 봐 겁이 난다.

[동행]‘준선이의 등굣길’

√ ‘소이증’을 앓는 준선이

5년 전. 베트남에서 온 엄마가 집을 나간 후부터 할머니 손에서 자란 준선이.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할머니의 사랑 덕분에 옅어졌지만, 여전히 준선이를 주눅 들게 하는 건 남들과는 다른 생김새의 귀 때문이다. 소이증(귀가 정상보다 훨씬 작고 모양이 변형된 선천성 기형)으로 오른쪽 귓구멍이 없는 준선이. 다행히 청력은 어느 정도 살아있어 일상생활하는 데 문제는 덜하지만, 준선인 귀보다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이 더 아프다.

준선이의 귀 때문에 누구보다 마음 아픈 건, 아빠.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온 아빠는 한때 생활이 어려워져서 진 빚 때문에 집까지 경매에 넘기고,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 하지만, 자신의 무능함 때문에 점점 늦어지는 아들의 귀 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마음이 조급하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수술비에 앞이 막막하지만, 아들 준선이가 정상적인 귀를 갖고 당당하게 살아갈 날을 생각하면 시간도 돈도 허투루 쓸 수가 없다.

[동행]‘준선이의 등굣길’

√할머니와 준선이의 등굣길

아무리 머릿속이 고장 났다 한들, 할머니가 끝까지 붙들어 매는 기억이 있다. 바로 준선이가 등하교 하는 시간이다. 준선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준선이의 등하굣길을 함께 해온 할머니. 집에서 학교까지는 불과 걸어서 5분 거리지만, 엄마 없이 자란 가여운 손주가 혼자 오가는 길이 외롭지 않을까 안쓰러워서다. 그런 할머니의 마음을 아는 준선인 할머니의 치매 증상이 점점 안 좋아지면서부턴 등교 시간을 앞당겼다.

종일 혼자 집에 있을 할머니에게 봄꽃도 보여주고 싶고, 봄바람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다. 할머니와 손잡고 일부러 먼 길을 돌아 학교에 가는 준선이. 요즘 준선이의 등굣길이 더 숨 가빠졌다. 할머니가 학교 앞에서 준선이를 배웅하면 준선인 다시 할머니가 집까지 가는 길을 몰래 뒤따른다. 할머니가 길을 잃을까 봐 걱정돼서다. 준선인 언제까지고 할머니가 등굣길을 함께해 주면 좋겠다.

* 이후 399회 ‘수연이는 언니의 수호천사’ (2023년 3월 11일 방송) 후기가 방송된다.

 

 

KBS1TV ‘동행’은 우리 사회가 가진 공동체의 따뜻함이 불러오는 놀라운 변화를 통해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되짚어보는 프로그램이다.

[Queen 김경은 기자] 사진 KBS1TV’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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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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