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뒤 자수성가한 사업가 A씨는 어느 날 심한 복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족을 꾸리지 못했던 A씨는 후배들이 생활고 없이 공부에 전념하였으면 하는 마음에 모든 재산을 모교에 기부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가 사망한 직후 A의 부모가 나타나 학교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는데 …
유언집행의 어려움
위 내용은 드라마 같지만 실제로 자주 발생한다. 배움에 목마른 김밥집 할머니는 대학교에 전재산을 기부하지만 사망 후 자녀들이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부모를 돌보지 않던 자식, 또는 자녀를 버린 부모가 갑자기 나타나서 자신의 재산권을 주장하기도 한다. 대법원에서 발행하는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0년 한해 동안 상속관련 분쟁은 약 4만 건이 발생하였는데, 법률적 지식이 상식화 되어감에 따라 이러한 분쟁은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이 모은 재산을 자신의 뜻에 따라 상속하고 싶어도 우리 민법은 ‘유류분’을 인정하기 때문에 그 처분에는 제한이 따른다. 따라서 이러한 분쟁을 대비하여 유언장을 쓰기도 하지만, 유언장은 엄격한 구성요건을 갖춰야만 인정되며, 그 집행에도 상당 시간이 소요되고, (통상적으로) 그 과정에서 피상속인은 분쟁에 휘말리는 등 상속에 관하여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이슈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최근 각 금융기관이 본격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유언대용신탁’ 이란 무엇인가
‘유언대용신탁’이란 생전에 금융기관과 신탁계약을 통하여 재산상속이 가능하도록 수익자를 지정하고 재산을 수탁하였다가, 가입고객이 사망하면 금융기관이 사전에 약정한 수익자에게 해당 재산을 지급해 주는 상품이다. 19세 이상의 성년이면 가입이 가능하고, 대상재산도 부동산, 증권, 금전채권 등으로 다양하다(주1). 또한 수익자가 미성년자나 장애우인 경우는 재산의 지급방법을 사전에 정할 수 있고(주2), 장애우에 대하여는 비과세해택도 제공한다.
가입기간 중 발생한 이자는 가입고객에게 귀속되므로 고객은 생전에 추가적인 재산상 이익을 취할 수도 있고, 가입고객은 (수익자의 동의 없이) 언제라도 수익자와 상속재산의 규모를 마음대로 변경하거나 해지할 수 있어 본의 아니게 ‘자녀들로부터 효도를 받게 되는’ 부수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의 유의사항
만능 유언장의 역할을 할 것 같은 유언대용신탁도 주의할 사항이 있다. 우리 법원은 2020년 3월에 유언대용신탁 대상재산은 신탁재산임을 이유로 (원고가 주장하는) 유류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이 판결 이후 여러 금융기관은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당한 상속인임을 주장하는 자들(일반적으로 자녀 및 친인척)이 가입 당시 고객이 치매임을 주장하거나, 숨겨진 유언장을 찾아냈다고 주장하며 악의적인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신한은행의 경우는 유언대용신탁 가입 시 병원에서 발행한 ‘인지능력검사진단서’를 첨부하며, 유언대용신탁 계약서 상에 “신탁계약이 유언의 내용에 우선한다”는 특약을 자서하여 위와 같은 분쟁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가족간 우애가 깊다면 필요 없는 상품일 것이다. 하지만 작은 계기로 변화하는 것이 사람인 만큼, 자신이 떠나기 전 확실하게 재산을 정리하여 남겨진 가족들 간 불필요한 분쟁을 막아줄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듯 하다.
(주1) 보험상품은 대상재산에 포함할 수 없다.
(주2) ‘성년이 될 때까지 월 250만원을 지급한다.’와 같이 특약으로 제어가 가능하다.
글 고제헌(신한PWM 압구정센터 PB팀장)
고제헌팀장은...
현 신한PWM 압구정센터 PB팀장(부지점장),
전 신한은행 개인고객부, 상품개발부, 투자상품부, 신한PWM 목동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