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07:10 (일)
 실시간뉴스
[여성과 법] 이혼과 재산분할
[여성과 법] 이혼과 재산분할
  • 전현정
  • 승인 2023.05.27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산분할은 재산을 나눈다는 것이다. 재산을 같이 가지고 있던 두 사람이 더 이상 물건을 같이 쓰는 게 어려워지면 재산을 나눠가지는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의 의사가 합치되어 재산을 평화롭게 나눈다면 다툴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 의사가 대립되어 재산을 부득이 나누어야 한다면 재산을 어떻게 나누어야 할지를 놓고 심각한 분쟁이 생긴다. 공동으로 소유하던 재산을 그 몫에 맞게 정확하게 나누기가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어느 한쪽은 종전보다 손해를 볼 수도 있고, 양쪽 모두 자기가 양보를 강요당했다고 느낄 수도 있다. 재산분할은 그 자체에서 갈등의 소지가 있는 셈이다.

부부가 가족공동체를 이루고 있을 때는 재산 전체를 공동으로 사용한다. “내 재산은 내 재산이고, 네 재산도 내 재산이다.”라고 생각한다. 이혼을 한다면 그 재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공동으로 소유하던 재산이라면 당연히 나눠가져야 한다. 1958년 민법을 제정할 당시에는 이혼 시 재산분할에 관한 규정이 없었다. 1990년 민법을 개정할 때 제839조의 2를 신설하여 재산분할 제도를 도입하였다.

재산분할은 이혼을 할 때 위자료와 함께 가장 큰 분쟁의 대상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래 매년 10만 건을 웃돌던 이혼율이 지난해 처음으로 10만 건 아래로 떨어졌다는 보도를 보았다. 전체적인 혼인율이 줄어든 데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부동산 경기불황으로 두 몫으로 쪼개어진 재산으로는 도저히 혼자 살아가기가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재산분할은 이혼에 따른 부수적 재판이라는 관념이 있었지만, 재산분할이 이혼 여부나 그 시기를 저울질할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재산분할에 관해서는 당사자가 합의하여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불가능하면, 가정법원에서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 법원은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 액수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하여 재산분할에 대해 판단한다. 재산분할 사건에서는 주로 두 가지가 문제된다. 하나는 재산분할의 대상이고 다른 하나는 그 비율이다.

재산분할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부부가 결혼기간 중에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다. 남편이나 부인이 따로 상속받은 재산이나 결혼 전에 취득한 재산도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지 문제된다. 민법 제830조 제1항에서는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유재산은 혼인기간 중에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아니다. 특유재산을 유지하는 데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가 문제된다. 특유재산의 감소를 방지하거나 증식에 협력한 경우에는 분할의 대상으로 된다. 부부가 혼인기간 중 공동으로 형성한 다른 재산이 충분하다면 특유재산은 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그러나 혼인기간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 있더라도 그 액수나 비중이 적을 때에는 혼인기간 중 경제생활의 기여도, 혼인기간 등을 반영하여 특유재산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재산분할의 비율은 공동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정해진다.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에 대해 남편이나 아내가 얼마나 기여했는가 하는 문제이다. 부부 공유재산에 대해 재산분할의 비율을 어떻게 정할지는 법조문만으로는 알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법원 실무가 중요하다. 법원은 혼인기간과 혼인생활의 실체, 재산형성과 유지에 기여한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혼인기간 중 직업 없이 가사노동에만 종사했더라도 혼인기간이 길고 충실한 혼인생활을 해왔다면 상당한 정도의 기여도를 인정받을 수 있다.

부부라면 자기 집안의 재산에 대해 당연히 잘 알 거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수입을 한 사람이 도맡아 관리하는 경우도 많고, 가정경제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도 상대방이 가진 다른 재산을 세세하게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이혼재판을 시작하기 전에 재산내역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재산분할소송이 자신에게 유리할지 불리할지 판단하기 쉽다.

이혼율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이혼 건수는 아시아에서 1위, OECD 회원국 가운데에서는 9위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3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한 사람이 이혼하는 비중은 계속 늘고 있다. 그로 인해 평균 이혼연령이 남자 50.1세, 여자 46.8세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2021년 기준). 혼인기간이 길어질수록 이혼 당사자에게 재산분할은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는 법률 규정이나 판례만으로는 재산분할에 관한 기준이나 방법을 명확히 알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재산분할에 관한 사건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독일은 결혼 이후에 획득한 재산에 대해서는 각자 명의로 된 재산이라도 절반씩 나눠 가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재산분할 비율을 정하기 때문에, 재산분할소송이 많고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자신들이 가진 재산과 그 형성과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소송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장차 재산분할의 기준이나 방법을 좀 더 간명하게 규율하여 재산분할에 관한 예측가능성을 높여 관련 소송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글 전현정 변호사(법무법인 케이씨엘 파트너 변호사)
 

 

전현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3년간 판사로 일하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2016년 법원을 떠났다. 현재는 법무법인 KCL 파트너 변호사다. 한국여성
변호사회 부회장,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