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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호, 호시절이 꽃피는 계절
장민호, 호시절이 꽃피는 계절
  • 장은진
  • 승인 2023.04.19 09: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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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미스터 트롯>의 맏형으로 전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TOP 7의 리더로서 열심히 달려온 4년간의 시간. 트로트 가수 데뷔 12주년을 맞은 장민호의 시간이 무르익고 있다. 진짜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것. 그리고 숙성된 와인처럼 멋진 남자의 향기를 내뿜으며 장민호의 네 번째 봄이 다가오고 있다.

<미스터 트롯>2의 마지막 경연날

손에 땀을 쥐고 모두가 긴장된 모습으로 자신의 마지막 모든 것을 다 쏟아 붓던 순간. 유독 그들을 애타는 심정으로 바라보며 응원하고 있는 한 남자. 애틋하고도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마주치자 무대 위 서있는 일곱 명 경연자들의 얼굴은 한결 편안해진다. 보이지 않는 무언의 메시지로 그들을 응원하는 선배 가수이자 조언을 아끼지 않는 심사위원으로, 그렇게 장민호는 또 한번 새로운 출발선상에 선 그들을 향해 격려의 시그널을 보내고 있었다.

 

 

호시절(好時節) 출발 : 희망열차를 타고 풍악을 울려라

호시절 앵콜 콘서트가 열리던 3월 4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 사이좋은 모녀 팬, 엄마, 딸, 손자까지 온 가족이 하얀색 티셔츠에 민트색 포인트 의상을 갖춰 입고 출동했다. <미스터 트롯> 전속 계약이 끝난 2021년 가을부터 장민호는 바쁜 예능 프로그램 스케줄 속에서도 가장 먼저 공연을 시작했고 꾸준히 팬들과 만났다. 2021년 올림픽홀 단독 콘서트 <드라마> 이후 이듬해 이찬원과 함께 5월부터 8월까지 ‘민원만족’ 콘서트를 열었고 작년 ‘Eternal’ 앨범 발표 이후 호시절 콘서트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노래에 대한 열정, 팬들을 향한 감사한 마음이 없다면 힘들었을 강행군이지만 장민호는 노래로 무대에서 희열을 얻고 팬들과의 소통을 통해 에너지를 주고받았다. 콘서트에서 만나는 장민호만의 매력을 꼽자면 ‘사랑 너였니’ 같은 발라드부터 ‘희망열차’처럼 신나는 댄스 트로트, ‘쑥대머리’처럼 깊은 한의 정서를 담은 국악 트로트, 그리고 걸그룹 댄스메들리도 가능한 멀티풀한 매력을 마음껏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콘서트 사이사이 토크 시간에 특유의 입담으로 위트있게 진행하며 솔직담백한 웃음을 던진다.

이번 호시절 콘서트는 과거의 공연에 비해 한층 더 다양하고 업그레이드 된 선곡으로 팬들을 만족시켰고 장민호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2021년 드라마 콘서트 때 게스트로 섰던 권인하와 후배 트로트 가수들까지 장민호의 콘서트에는 그가 달려온 26년간의 세월이 그대로 녹아있다. 전국 공연에 이어 앵콜 콘서트까지 무사히 마친 장민호, 지금 가수 인생 최고의 하이라이트 호시절이 펼쳐지고 있다.

장민호가 그린 26페이지 인생 스케치북

1997년 그룹 유비스로 가요계 데뷔. 장민호 프로필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가수로서의 첫 발걸음은 그렇게 대한민국이 IMF의 소용돌이에 접어들기 직전 시작됐다. 유비스의 ‘별의 전설’은 이제 장민호 콘서트의 깜짝 선물 레퍼토리가 됐지만 데뷔 당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한 1세대 아이돌 그룹에 밀려 큰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잊혀졌다.

유비스 2집 활동을 마무리한 장민호는 포기하지 않고 2004년 발라드 그룹 ‘바람’으로 남성 듀오 활동을 계속 하며 단국대학교 대학원 공연예술학과 석사과정에서 뮤지컬과 공연 공부를 하면서 가수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걸어왔다.

그리고 2013년 KBS의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에 출연해 다시 한 번 절치부심 끝에 1위를 수상하며 주목받긴 하지만 커다란 반향 없이 앨범도 내지 못한 채 인기는 다시 잦아들었고 다시 트로트 가수의 길을 걷게 된다.

트로트 가수 데뷔곡 ‘사랑해 누나’는 별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2013년 ‘어머나’ 작곡가 윤명선이 작사한 ‘남자는 말합니다’가 알려지며 서서히 인기를 얻기 되고 전국의 지역행사, 축제에 인기 트로트 가수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게 된다. 지역 축제나 노래교실에 장민호가 떴다 하면 팬들은 우르르 몰려가고 슬로건을 든 응원부대를 몰고 다닐 만큼 장민호의 인기는 치솟았다. 장민호 스스로도 고백한 바 있지만 2019년 가을 <미스터 트롯>1이 제작될 때 자신이 여기에 출연해 경연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이미 장민호는 전국 팬클럽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가수였기에 굳이 출연하지 않아도 부족함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 하고 후회하느니 한번 도전해보자 결심했고 얻을 게 더 많다고 판단한 그는 절친한 후배 영탁과 임영웅이 잘 되면 배가 아플 것 같다고 우스개를 던지며 경연자 중 최고령 출연자라는 타이틀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경연에 임했다. 그 당시 모습을 떠올려보면 양조위가 떠오르는 말쑥하게 수트를 차려입은 신사의 모습은 단연코 군계일학이었다. 장민호라는 출연자가 대중에게 각인된 것은 팀 미션인 ‘댄싱퀸’에서 무릎이 다치는 부상에도 온 몸을 던져 보여준 댄스 실력과 무대 매너 그리고 스툴 의자에 앉아 준결승곡 ‘상사화’ 부르던 모습이었을 것이다. 전통 소리에 한의 정서를 묵직하게 담아내어 가슴 저린 한의 트로트를 들려준 대머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청년이 된 정동원과의 ‘파트너’ 무대는 장민호에게 호시절을 안겨준 신호탄이었고 아무리 다시 봐도 장민호와 정동원의 찰떡 호흡 파트너를 능가하는 무대를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트너의 호흡은 완벽했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돋보이게 해준 장민호의 전략은 승부에서 패했어도 그를 편안한 리더이자, 국민적 사랑을 받게 만든 매력적인 캐릭터를 부여했다. 젠틀하고 나이스한 장민호의 이미지에 편안하고 부드러운 가창력, 상대를 배려하는 유창한 언변, 그러면서도 톡톡 쏘는 티키타카 예능감까지 장민호만의 매력은 그렇게 5060 중년의 팬덤 세대들을 매료시켰다.

오랜 시간 속에 담긴 ‘진정성’ 이란 앨범 ‘Eternal’

2020년 이후 대중에게 어필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진정성이다. 수년 전 예능 프로그램들의 트렌드가 솔직함을 내세운 폭로, 민낯 노출, 비방과 독설로 인한 욕구 배출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다면 코로나 장기화 이후 대중은 서로를 흠집 내는 피로감 대신 위로와 힐링, 진정성이 담긴 인물 군상에 더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상처를 파헤치는 것보다 상처를 치유하는 것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5년 만의 정규앨범 ‘Eternal’은 긴 시간 속에 자신이 지켜온 진정성을 노래한다. 앨범을 들여다보다 익숙한 이름에 눈길이 갔다.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 김종찬의 ‘사랑이 저만치 가네’와 최진희의 ‘천상재회’의 작곡가이자 드라마 콘서트 때 게스트로 출연했던 천둥 호랑이 권인하와 80년대 ‘우리(We)’라는 그룹에서 Base로 활동했던 중견 뮤지션 김정욱. 가수라면 누구라도 ‘바람의 노래’처럼 자기성찰이 담겨있는 인생 명곡을 꼭 한번 만나고 싶을 것이다. ‘Eternal’은 그런 가요계의 대선배 김정욱이 작곡해준 ‘사랑 너였니’와 ‘가슴이 울어’로 한층 더 진하고 깊어진 감성이 더해진다.

‘Eternal’ 앨범을 함께 만든 작곡자 면면을 살펴보니 김정욱을 포함해 영탁의 ‘갈색우산’과 ‘아내’를 작곡한 홍정수의 ‘와인 한잔해요’, 임영웅의 무지개를 작곡한 멧돼지와 늑대의 ‘희망열차’, 트로트 작곡, 작사가로도 활동하는 임창정이 준 ‘미워야 연인이라 했나요’도 눈에 띈다. ‘내 이름 아시죠’를 통해 떠나간 아버지를 생각하며 마음을 울리는 가사를 직접 쓴 장민호는 이번에도 ‘노래하고 싶어’란 곡을 직접 작사, 작곡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성찰하고 대화하듯 가수로서의 삶을 이야기한다.

23년이 되어서야 대중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기나긴 무명의 시간을 좌절대신 담담하게 노래하는 가사는 ‘진정성’이란 키워드가 장민호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준다. ‘노래를 안 하기로 했다’ 라는 첫 마디의 반어법으로 지나간 힘든 시간들을 반추하며 존재의 이유를 노래하는 모습에 대중은 마음을 연다. 가슴 절절한 발라드 곡 ‘사랑 너였니’부터 희망을 전하는 ‘신발끈’과 ‘희망열차’까지... ‘희망 열차’는 듣는 순간 콘서트에서 무대를 누비며 팬들과 함께 소통하며 기차놀이하듯 뛰어다니는 신나는 무대를 상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앵콜 콘서트에서 ‘희망 열차’를 부르며 관객석을 누비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오늘밤, 와인 한잔 하고 싶은 남자

‘와인 한잔해요’는 장민호 보컬이 부드러운 벨벳처럼 폭신폭신 빛난다. 벨벳 재킷을 입은 남자의 옷깃에 기대어 야경을 바라보며 와인 한잔 하고픈 날.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고 무슨 얘기를 해도 다 들어줄 것 같은 그런 내 편인 남자와 함께.

마치 잘 익은 샤토 디켐처럼 몽환적이고 달콤하다. 꿀처럼 달달한 와인을 한잔 마시고 바라보는 이 남자의 눈은 모든 슬픔을 달래줄 정도로 따뜻하고 아늑하다. 예의 바르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유머를 건네는 장민호만의 매력이 가장 돋보이는 곡이 아닐까 싶다. 브로드웨이처럼 멋진 뮤지컬 무대나 도시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그런 곳에서 보타이를 맨 멋진 신사 장민호와 라라랜드의 한 장면처럼 달빛 아래에서 춤추고 싶어지는 노래다. 언젠가 장민호의 노래를 들으며 다음 앨범에는 꼭 그윽하면서도 진한 사랑의 감정을 담은 노래를 불러주었으면 했는데 바로 ‘와인 한잔해요’가 그런 느낌을 채워준다. 장민호의 매력을 5대 샤토에 비유해본다면 어느 와인일까. 배수가 잘 된 토양에서 자라 우아하고 섬세하면서도 조화로운 개성이 돋보이는 샤토 오브리옹이 떠오른다.

 

 

예능 치트키의 엉뚱한 매력 발산과 편안한 웃음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장민호는 한동안 화요일 밤의 아이콘이었다. 무르익은 진행 솜씨는 MC 붐과 함께 출연자들의 재능을 끄집어내주며 때론 무미건조하지 않게 살짝 양념도 치면서 영리하게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간다. 운동으로 다져진 몸과 스포츠 실력은 ‘골프왕’ 같은 스포츠 예능에서도 빛나고 몸을 쓰고 운동을 하는 순발력을 요하는 프로그램에서 장민호를 돋보이게 한다.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이미 검증된 진행 실력을 인정하고 탐낸다.

최근에는 웹예능 <나만 알기 아까워서>에 출연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장민호가 쏜다! 탕웨이>라는 채널의 독립 코너는 매번 좌충우돌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을 통해서 대중과 소통하는 장민호의 매력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최근 임영웅의 <영광극장>, 영탁의 <불쑥 TV>처럼 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콘텐츠가 각광 받고 있다. 신비주의는 이제 가방 속에 넣어두어야 하는 쓸모없는 뒷방 전략이 되었다.

소통과 공감 없이 어떻게 불특정 다수 콘텐츠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을 것인가.

장민호는 잘 생긴 얼굴로도 웃길 수 있다는 진리를 보여준다. 엉뚱한 모습과 다소 허당기 있는 매력 발산으로 전국의 시민들을 직접 만나서 대중과 소통하는 모습은 장민호를 한발 더 다가서기 쉬운 친근한 스타로 만들어주고 있다. <뽕숭아 학당>에서 깜짝 출연했던 사극 <바람과 구름과 비> 속 연기는 잘 다듬어진 연기자 장민호의 모습도 기대하게 만든다. 언젠가 장민호가 OTT 드라마에서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모습도 곧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민호 특공대의 특별한 민트빛 사랑

민트 칼라를 보면 박하사탕을 한입 깨물어 먹은 것처럼 가슴이 화해지면서 시원해지듯 민호 특공대는 그런 민트빛 사랑을 실천한다. ‘팬덤은 스타를 닮는다’는 말이 있듯이 민호 특공대의 장민호를 향한 사랑도 각별하다.

(중략)

글 장은진(방송작가. 대중문화평론가)│사진 장민호 인스타그램

장은진
부산 경성대학교 글로컬문화학부 조교수.
영상 콘텐츠와 대중문화, 팬덤을 연구하며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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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2023-04-19 11:53:29
가창력, 외모, 댄서, 훈훈한 외모 모든 걸 다 갖추고 인성 좋기로 소문 난 장민호!
데뷔 이후 이십여 년을 무명으로 지냈다는 게 믿기지 않는 만능엔터테이너 장민호. 이제는 탄탄한 꽃길만 걸어가기를 열심히 응원할게요. 승승장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