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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10년간 20배 불어나 ... "전세보증비율 낮춰야"
전세대출 10년간 20배 불어나 ... "전세보증비율 낮춰야"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3.04.26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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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부평구 십정동 인천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찾은 피해자 등이 상담을 받고 있다.
인천광역시 부평구 십정동 인천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찾은 피해자 등이 상담을 받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 재발을 구조적으로 막기 위해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느슨한 규제로 급증한 전세대출이 '무자본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에 악용되면서 이번 전세사기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는 지적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전세대출 잔액은 170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말 8조6000억원 수준이었으나, 10년만에 무려 20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약 2배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10배나 빠르다.

이처럼 전세대출이 단기간 급증한 것은 전셋값이 오른 이유도 있으나, 전세대출이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을 덜 받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현재 전세대출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보증기관에서 최대 100% 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90%, 주택도시보증기금(HUG)과 서울보증보험(SGI)은 각각 100%의 보증을 제공한다. 임차인이 전세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 전액을 은행에 갚아준다는 의미다.

은행들은 전세대출의 경우 책임질 리스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전세보증금의 최대 90%까지 손쉽게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대출이자 부담도 주담대나 신용대출에 비해 저렴하다.

또한 전세대출은 실수요 대출로 분류되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강화된 소득기준 대출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적용받지 않는다. 현재 주담대나 신용대출 등의 경우 연간 원리금상환총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을 경우 추가 대출이 막히게 된다. 그러나 전세대출은 이 규제에서 벗어나 임대인 또는 임차인의 소득과 상관없이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로인해 최근 2~3년 전셋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전세 수요와 전세대출 수요가 감소하기보다는 오히려 크게 증가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 금융권과 부동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20년 7월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오르기 시작하자, 그해 1월 101조원이었던 은행권의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까지 170조원대로 단숨에 70% 급증하면서 전셋값 상승세에 더욱 불을 붙였다. 같은 기간 주담대 증가율(20%)의 3배가 넘는다.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줄어들자 돈 한푼 없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무자본 갭투자'가 횡행하게 됐고, 결국 조직적인 전세사기로까지 번지게 됐다는 것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대출은 임차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지만, 현 사태에선 임대인의 갭투자에 자금을 조달하는 꼴이 돼 버렸다"며 "전세보증비율을 낮추면 돈을 빌려주는 은행과 돈을 빌리는 임차인 모두 대출에 신중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보증기관이 보증비율을 낮추면 대출 위험 부담이 은행으로 전가되기 때문에 대출한도와 금리, 심사기준 등이 더욱 까다로워질 수 밖에 없고, 임차인도 대출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또한 전세대출에 DSR을 적용하면 무분별한 대출에 제동을 걸어 전셋값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전세 제도의 거시경제적 위험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전세대출 보증은 임차인의 전세자금 마련을 도와준다는 취지와 달리 실질적으로는 임대인의 대출 상환 위험에 대한 보증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금융사가 검증한 바 없는 임대인에 대한 대출, 즉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제 적용이 불분명한 대출에 보증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세대출에 대한 보증 비율을 점진적으로 낮춰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도 '전세자금대출 증가에 따른 시장 변화 점검' 보고서에서 전세대출이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미쳐 갭투자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해결책으로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일정 수준(70% 또는 80%)인 경우 전세대출 제한 △전세대출 원리금 상환 유도 △전세대출 DSR 산정에 포함 등을 제시한 바 있다.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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