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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 김영희의 차 이야기② '녹차' 싱그런 자연을 마신다
청명 김영희의 차 이야기② '녹차' 싱그런 자연을 마신다
  • 김영희
  • 승인 2023.05.03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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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에 뻐꾸기 울고, 연보랏빛 오동 꽃이 피면 보성·하동 등 남녁 차 고장에서는 뾰족뾰족 차순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 본격적인 찻잎 따기가 시작된다. 이때쯤이면 외지에 나가 살던 딸과 며느리들이 고향집으로 돌아오는 차의 철이기도 하다. 새벽에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가는 길을 따라 걸어가면 골목마다 차향이 서려 있고 차를 고르는 가족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아들과 딸 그리고 며느리와 손자, 손녀들까지 단란하게 둘러앉아 차를 고르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살청, 유념, 건조로 가장 자연에 가까운 차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차의 대부분이 녹차(綠茶, green tea)다. 차나무의 어린 싹과 여린 잎을 원료로 살청, 유념(비비기), 건조의 공정을 거친, 자연 상태의 찻잎과 가장 가까운 차로, 우린 찻잎이 녹색이고, 찻물 색은 연녹색 혹은 연두색 계열로 신선하고 향긋하며 단맛이 난다.

녹차는 한중일 삼국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차로 각 나라의 차 생산량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지만 제조방법이 달라 서로 다른 모양과 향과 맛을 지닌다.

찻잎은 따는 순간부터 찻잎 속의 효소가 산소와 결합하여 붉게 변하는 발효작용(엄밀한 의미로는 산화작용)이 일어난다. 그 작용을 막는 방법으로 뜨거운 솥에 덖거나 증기로 찌거나 뜨거운 물에 데쳐서 효소의 활성을 잠재운 차가 녹차이다.

중국에서는 찻잎을 솥에 덖어 발효를 막는 부초법을 이용하는데, 찻잎의 풋내가 적고 구수한 맛이 난다. 그리고 건조시키는 방법에 따라 솥에서 건조하면 초청녹차, 햇볕에 쬐여 건조하면 쇄청녹차, 홍건기계를 사용하거나 밀폐된 방에 불을 때어 건조시키면 홍청녹차, 열증기 살청 방식으로 건조시키면 증청녹차가 된다. 용정, 벽라춘, 황산모봉, 태평후괴, 우화차, 안길백차, 육안과편차 등 유명한 차가 많다.

일본의 녹차는 찻잎을 증기로 쪄서 익히는 증제법을 주로 사용한다. 증제법으로 만든 차는 덖음차보다 빛깔이 곱고 산뜻하다. 증제차는 전차, 옥로차, 번차, 연차, 호우지차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덖음차와 증제차를 모두 생산하지만 증제차롤 만들다 마지막에 솥에 덖는 증제 옥록차가 대중화되고 있다. 전통방식의 덖음차는 주로 사찰의 스님들을 통해 전수되어왔다.
이밖에 찻잎을 뜨거운 물에 데친 후 물기를 제거하고 뜨거운 방에 서 말리거나 여러 번 덖어서 완성하는 자비법과 달군 차 솥에 물과 찻잎을 넣고 뚜껑을 닫았다가 열어 찻잎을 뒤집어 가며 익힌 다음, 뜨거운 방에 창호지를 깔고 찻잎을 널어 식히고 다시 여러 번 덖어 완상하는 차도 있다.

최근에는 현미녹차, 고급 잎차 티백 등이 출시되고 있다. 하동차, 보성차, 김해장군차 등이 유명하다.

우리 녹차의 경우 찻잎의 채취 시기에 따라 우전차(곡우 4월 20일 전에 딴 차), 곡우차, 입하차(5월 5일경), 하차(여름차), 추차(가을차) 등이 있고, 순우리말로 그 해 처음 딴 찻잎으로 만든 첫물차(곡우차), 두 번째 찻잎으로 딴 두물차(입하차), 5월에서 6월 사이에 딴 세물차(하차), 끝물차(하차, 추차) 등이 있다. 찻잎의 크기에 따라 가장 어린잎으로 만든 세작, 중작, 대작으로 나누기도 한다.
 

 

세계의 녹차 명차

● 용정차(龍井茶, Longjing tea) : 용정차는 중국의 대표적인 차로 중국 절강성에서 생산되는 초청녹차이다. 서호를 중심으로 생산되는 서호용정, 그 외의 지역의 절강용정으로 한다. 찻잎이 평평하고 여린 녹색에 윤기가 나며 중량감이 있고, 매우 정갈하고 균일하다. 여린 녹색의 탕색에 맑은 향이 오래 지속되고 맛은 신선하고 순후하며 달고 상쾌하다.

● 벽라춘차(碧螺春茶, Biluochun tea) : 중국 강소성 소주시 태호의 동정산 일대에서 생산되며 초청녹차다. 춘분 전후 곡우 사이에 채엽하여 만들며 가벼운 마찰로 솜털이 살아나도록 낮은 온도에서 건조한다. 나선형의 모양에 여리고 간결하며 솜털이 조밀하고 은녹색에 취록색의 윤기가 있다. 여린 녹색 탕색에 여리고 맑은 향이 나며 신선하고 순후한 단맛이 있다.

● 안길백차(安吉白茶, Anji bai tea) : 중국 절강성 안길현에서 생산하는 녹차, 새잎이 나올 때 백화현상이 일어나므로 백차라 불린다. 아미노산 함량이 일반 녹차의 3-4배로 높으며 곧고 평평하며 끝이 날카롭다. 여린 녹색에 옥색이 보이며 윤기가 난다. 찻물색도 여린 녹색이며 여린 향이 오래 지속되고 신선하고 순후하며 상쾌하다.

● 황산모봉 (황산모봉, Huangshan maofeng tea) : 중국 안휘성 황산시에서 생산되는 홍청녹차다. 화형으로 싹이 튼실하며 은백색 솜털이 뚜렷하며 작은 잎이 붙어있다. 탕색이 여린 녹색에 밝고 여린 향이 오래 가며 신선하고 순후하며 상쾌한 맛이 난다. 회감이 있다.

● 태평후괴차 (太平 魁茶, Taiping houkui tea) : 중국 안휘성 황산시 홍청녹차로 살청한 찻잎을 2장의 철망 안에 넣고 나무 롤러로 천천히 밀어서 차의 표면에 철망 자국이 남게 된다. 탕색이 맑고 향기는 높고 신선하며 난꽃 향이 오래 간다. 신선하고 순후하고 상쾌한 맛이 나며 입안에 남는 회감과 목 안에서 향이 올라오는 듯한 후운이 있다.

● 지리산덖음차 : 지리산 일대에서 가공된 녹차로 초기에는 살청과 유념 후 온돌방과 덖음솥을 이용한 건조방식으로 찻물색은 녹황색 또는 황색을 띠며 대체로 구수하면서 감칠맛이 강하다. 현재는 초청녹차 외에도 형태와 풍미가 다양한 녹차가 생산되고 있다.

● 김해장군차(녹차) : 경상남도 김해시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김해지역에서 자라나는 차나무의 잎을 이용해 만든 차이다. 장군차란 이름은 고려 충렬왕 때의 차나무가 장군 같다는 기록에 의한 것이다. 약간 말린 형태로 밝은 신록 또는 취록색에 윤기가 있으며 탕색은 여린 녹색이다. 익힌 밤 향이 나며 순후하고 감칠맛과 회감이 있다.

● 한국 증제 옥로차 : 전남 보성, 하동, 사천, 제주 등에서 생산되는 증제녹차. 증제 옥로차는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비교적 많이 생산되는 차로 국내 녹차 생산량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대부분 일본의 자동 시스템을 도입하여 대량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마지막 단계에 가마솥에서 덖어주어 덖음향을 더하기도 한다.

● 일본 전차 : 일본 시지오카 등에서 나는 증제 녹차로 침형의 가공차이다. 전차는 대부분 제다기계로 가공되고 있으며, 침처럼 뾰족하고 말림이 둥글고 곧다. 가늘고 간결하며 선명한 진녹색에 윤기가 있다. 여리고 신선한 향과 비교적 짙은 황녹색 탕색에 단맛, 쓴맛, 떫은맛, 감칠맛이 조화롭고 상쾌하다.

글 김영희(한국차인연합회 부회장 겸 편집주간, 청명헌차회 회장) | 사진 보성군
 

 


김영희는…

한국차인연합회 부회장 겸 편집주간.
동국대미래융합교육원 차명상지도자과정 주임교수 역임.
46년 전 여연스님께 차 입문하여 최고의 차선생님들께 사사. 
청명헌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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