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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 김영희의 차 이야기③ 자연의 정취를 즐기는, 감사와 보은의 찻자리
청명 김영희의 차 이야기③ 자연의 정취를 즐기는, 감사와 보은의 찻자리
  • 김영희
  • 승인 2023.05.05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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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례경연대회 입선_차향이있는고택(하동군)

 

5월은 차실마다 햇차 향기가 익어가는 달이다. 이즈음 차고장에서는 상품용 차를 만드는 일은 거의 끝나가고, 일반 사람들이 제다체험을 할 수 있는 때이다. 특히 올해 5월은 하동세계차엑스포와 보성세계차엑스포가 열리고, 문경 찻사발 축제가 열리는 등 대한민국이 차로 들썩이는 그야말로 차의 시즌이다.


찻자리의 기본은 청결과 환대

차를 한잔 마시려면 준비가 필요한데 찻자리의 기본 인테리어는 청결이다. 최소한의 꼭 필요한 기물만 두고, 테이블이나 찻상 등 찻자리를 깨끗이 정리한다. 그리고 이 계절에 피는 꽃 한두 송이를 꽂아 자연의 생기를 돋우고, 향을 즐기는 분이라면 손님들이 오기 1시간 전에 향을 피워 주변을 정화하고 문을 열어 환기를 한다.

 

 

우전녹차의 경우 향이 순수하므로 하얀 백자나 분청 다기를 뜨거운 물에 삶아 정갈하게 준비한다. 그리고 물도 차에 맞는 가급적 새 물로 마련한다. 우전차에 맞게 향이 적고 담백한 다식을 페어링 하되 봄맞이 시절 다식으로 제비꽃 등 화전을 부쳐도 좋다.

문 안쪽 상석에 손님 자리를 배석하고 단정하고 안정된 마음으로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손님을 맞이한다. 미소 띤 얼굴로 인사를 하고 가볍게 목례한 후 손짓하거나 앞서서 자리로 안내한다.

차를 우릴 전용의 다기가 없는 경우 머그잔이나 유리잔에 일인당 3그램 정도를 넣고 식힌 탕수 80그램을 붓고 2분 후 마시는데 1/3 정도를 남기고 물을 다시 부어 마시면 쓰고 떫지 않게 마실 수 있다.

전용의 다기가 있는 경우에는 먼저 다관에 탕수를 부어 찻잔에 따라 찻잔을 예열한 후, 바로 퇴수기에 버리거나, 몸과 마음을 적시고 씻어내는 의미로 그 물을 마시기도 한다. 이때 마시는 따뜻한 물을 세심수(洗心水)라 한다.

그리고 다관에 차를 넣고 식힌 탕수를 한두 방울 넣어 새봄의 정기를 머금은 차의 엑기스를 우려낸 ‘이슬차(甘露茶)’를 마신다. 약 2분 정도 부드럽게 우러난 감칠맛이 차의 다섯 가지 차맛을 보여준다 하여 ‘오미향차(五味香茶)’라 하며 차의 여운이 오래 머문다.

두 번째 차는 숙우에 식힌 물을 다관에 넣고 50초 정도 우린 후 찻잔에 따라 마신다. 차의 성분이 푸근히 우러나 ‘약차藥茶’라 부른다. 두번째 차를 마신 후 다식을 먹는다.

세 번째 차는 다관에 뜨거운 물을 부어 바로 마신다. 이때쯤 쓰고 떫은 맛이 우러나지만 뜨겁게 마셔서 그 맛을 모르고 넘기게 되고 조금 있으면 목에서 차향이 우러나는 특별함이 있어 묘한 맛이라 하여 ‘묘차妙茶’라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우린 차를 간장과 통깨를 넣어 무쳐도 먹고, 밀가루와 소금을 넣어 가볍게 전을 부쳐도 쫄깃하고 특별히 향긋하여 마치 봄을 먹는 느낌이다. 날이 더우면 페트병에 적당량의 차를 넣어 하루 전에 냉장고에 넣어두면 연초록의 향긋한 차가 우러나 시원하게 즐길 수도 있다.
 

정자에서 5월의 싱그러움과 함께하는 찻자리(사진 최송자)

 

자연의 정취를 즐기는 오월의 들차회

5월은 산과 들로 나가 꽃과 신록을 즐기는 들차회의 계절이다. 마음이 맞는 벗들과 삼삼오오 모임을 지어 날짜를 정하고 장소를 정한 뒤, 그날의 드레스 코드를 정하여 볕은 있으나 따갑지 않은 곳에 다포를 펴거나 작은 테이블을 놓는다. 각자 마련한 차를 우리며 주변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과 신록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나누는 정겨운 다담!!

싱그런 자연 속에서 차향은 더 진하게 우러나오고 웃음꽃은 만발하며 즐거움은 배로 커진다. 정자에 시원한 좌식 찻자리를 펼쳐 꽃과 나비와 나뭇가지로 꾸며도 좋고, 찻잔마다 꽃잎을 띄워 작은 시냇물에 띄워도 보고, 나무 둥치에 기대앉아 새들의 노래 소리에 귀 기울이다 콧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햇녹차를 중심으로 청차, 홍차 등 서너 가지의 차를 준비하고 그에 맞는 다기를 챙기고, 피크닉 가방이나 대바구니에 끓인 물을 보온병에 담고, 김밥이나 주먹밥, 샌드위치와 바케트, 과일 등 피크닉에 어울리는 가벼운 식사거리를 함께 즐기면 좋다.

한편으로 대만의 무아차회처럼 각자의 찻자리를 마련하여 규칙을 정하고, 묵언으로 고요히 차를 나누는 명상 찻자리도 권하고 싶다. 오월의 정취 가득한 자연 속에서 차를 통해서 나를 관조하는 힐링의 시간!!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시간이 될 것이다.

 

 

차로 예를 표하는 감사의 찻자리

예(禮)는 조심성, 삼감, 그리고 마음을 다하는 것이다. 중국의 철학자 순자(荀子)는 ‘예’란 길면 자르고, 짧으면 이어주며, 남으면 덜어내고, 모자라면 채워주면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방법을 키우고, 올바른 행동의 아름다움을 한 단계 씩 완성시키는 것이라 했다.

‘예’는 인간이 꿈꾸는 올바름의 수준을 한 단계씩 점진적으로 끌어올려 완성하려는 노력으로, 차야말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여 내보일 수 있는 것이다.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차의 날 등 유난히 감사와 보은의 날이 많다. 그때마다 예를 갖춘 정성을 다한 아름다운 찻자리를 마련한다면 평생 잊지 못할 기념일이 될 것이다.

‘건강하게 잘 자라라’는 소원을 담은 어린이를 위한 예쁜 과자 찻자리, 길러주시고 가르쳐주신 부모님을 위한 감사의 카네이션꽃 찻자리, 스승의 가르침에 대한 보은의 찻자리, 성년이 되는 청소년을 위한 덕담을 담은 찻자리, 남편과 아내 서로의 인연에 감사하는 사랑의 찻자리, 차의 날 아름다운 차 세상을 기념하는 차인들의 다양한 찻자리 등등.

5월은 세상 모든 관계의 인연들께 감사하는, 무엇보다 나와 너, 우리의 관계를 향기로운 차 한 잔에 담아 의미를 더할 수 있는 최고의 시즌이다.

글 김영희(한국차인연합회 부회장 겸 편집주간, 청명헌차회 회장) 사진 보성군 하동군 최송자 청명헌
 

 


김영희는…

한국차인연합회 부회장 겸 편집주간.
동국대미래융합교육원 차명상지도자과정 주임교수 역임.
46년 전 여연스님께 차 입문하여 최고의 차선생님들께 사사. 
청명헌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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