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전남 고흥에서 발생한 휘발유 방화 사건을 파헤친다.
평온한 고흥 어촌에서 Y 노인이 실종된다. 열흘이 넘어 병원에서 발견된 Y노인은 심한 화상으로 위중한 상태였다.
증증 화상에서 회복되지 못한 채 4개월여 만에 끝내 사망한 Y노인. 당시 그와 함께 있던 일행 등은 윷놀이 중 Y 노인의 실수로 화상을 입었다고 진술하는데...
실화인가, 방화인가! 오늘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고흥 휘발유 방화’ 미스터리 진실을 추적한다.
# ‘태진아’로 불리던 Y 노인의 실종
전남 고흥의 평화로운 한 바다마을.
어선 수리를 업으로 하며 훤칠한 키에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인기가 많았던
Y 노인은 트로트 가수를 닮아 ’태진아‘라 불렸다고 한다.
이따금 식당에서 외상을 달고 막걸리 마시는 걸 좋아했다는 Y 노인. 그런데 늦어도 다음날이면 외상값을 갚던 Y 노인이 어느 날 마을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집도 비어 있고, 그의 오토바이는 밭고랑에 버려진 채 발견됐으며,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에게도 열흘이 넘게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실종된 지 13일이 되던 날에야 Y 노인의 행방이 확인됐는데, 그는 뜻밖에도 광주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그 피가 뻘뻘 시트가 다 젖어요.
머리를 끌어 안아주면 이를 뿌득뿌득 갈고...
가슴이 터지려 하고 마음이 아파...“
- Y 노인의 아내
Y 노인은 당시 얼굴과 가슴, 양팔 등 온몸에 30% 가량의 위중한 화상을 입어 미라처럼 온몸을 붕대로 감은 채 누워 있었다.
Y 노인의 병실에는 ‘도토리’ 라 불리는 다른 동네주민 J 씨가 있었는데... ‘도토리’ J 씨는 자초지종을 묻는 가족에게 ‘윷놀이’ 를 하던 중 Y 노인의 친한 동생인 H 씨가 실수로 난로를 넘어뜨렸고, Y 노인의 몸에 불이 붙었다’라고 설명했다.
H 씨와 함께 불을 끄려고 노력했지만, 불운한 사고로 어쩔 수 없었다는 J 씨. 가족을 찾아온 H 씨 또한 난로를 넘어뜨린 잘못을 인정하고, 간병비를 포함한 치료비용을 부담하겠다며 가족에게 용서를 구했다고 한다.
중증화상으로 투병하다가 사고 발생 136일 만인 지난 3월 20일 안타깝게 사망한 Y 노인. 그런데 장례가 한창이던 그때, 경찰이 H 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 실화(失火)인가, 방화(放火)인가?
H 씨가 입원 중이던 지난 1월, 경찰에 익명의 첩보가 접수됐다.
사건이 발생했던 지난해 11월 4일 돈을 걸고 하는 내기 윷놀이가 벌어졌는데, 연달아 돈을 잃어 화가 난 H 씨가 실수로 난로를 넘어뜨린 게 아니라 Y 노인을 향해 석유통을 던졌다는 내용이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H 씨는 내기 윷놀이를 했던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던 거라며 말을 바꿨다. 돈을 딴 Y 노인이 자신에게 욕을 하자 기분이 나빠 석유통을 던진 것은 맞지만, 빈 석유통인 줄 알고 던졌을 뿐 휘발유가 튀었을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후 자신은 그저 담뱃불을 붙이기 위해 라이터를 켰을 뿐인데, 30cm 정도 거리에 있던 Y 노인의 몸에 불이 붙은 것이라며 억울해한 H 씨. 경찰은 H 씨를 방화 살인 혐의로 체포했지만,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황 씨는 풀려났다.
# 남은 목격자 S 씨의 목격담, 그날의 진실은?
마을 사랑방으로 불렸던 컨테이너 안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 CCTV 및 별다른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남아있는 건 그날 컨테이너에 있었던 사람들의 진술뿐이다. Y 노인과 H 씨를 제외하면 ‘도토리’ J 씨를 포함한 4명이 전부다.
그런데 우리가 만난 세 사람은 H 씨의 말이 사실이라거나 화재 당시 정확한 상황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주장했고, 몇몇은 ‘그것이 알고싶다’ 취재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남은 목격자는 ‘버버리’ 라 불린다는 S 씨.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그날 이후 자취를 감췄다는 농아인(聾啞人) S 씨를 수소문 끝에 만나게 됐는데, 수어통역사를 대동해 만난 그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화가 나 빈 석유통을 던졌고 우연히 담뱃불에 불이 옮겨 붙었다는 H 씨의 주장과 달리,
H 씨가 Y 노인의 머리에 기름을 두르듯 직접 뿌렸다고 ‘버버리’ S 씨는 주장했다.
게다가 S 씨는 H 씨가 30cm 거리에서 담뱃불을 붙인 게 아니라 유 노인의 몸에 라이터 불을 갖다 대는 걸 목격했다고 한다.
“밤에 오토바이를 타러 가는 Y 노인을 황 씨가 붙잡아 데리고 왔어요.
데리고 와서 머리에 기름을 부었어요.”
- S 씨
만약 S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나머지 세 명의 목격자는 왜 거짓을 얘기하는 걸까?
오늘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에서는 사건이 있었던 컨테이너 현장을 그대로 재현하고, H 씨의 주장대로 빈 석유통에서 튄 휘발유에 라이터 불이 붙을 수 있는지 실험을 통해 검증해본다.
상반된 주장 속 진실을 말하는 이는 과연 누구일까?
오늘밤 11시 10분 ‘그것이 알고싶다’ ‘윷잡이와 설계자 - 고흥 휘발유 방화 미스터리’ 편에서는 유 노인의 몸에 남은 화상 흔적과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실화(失火)와 방화(放火) 사이 진실을 추적한다. 연출 위상현, 글·구성 김주희.
박소이 기자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