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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홍준표 갈등 "22대 총선 1년 앞두고 ‘전광훈 리스크’ 강타"  
국민의힘 김기현- 홍준표 갈등 "22대 총선 1년 앞두고 ‘전광훈 리스크’ 강타"  
  • 오수연
  • 승인 2023.05.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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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 이슈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홍준표 전격 해촉…당 갈등 뇌관으로

김기현 대표가 지난 4월 13일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하면서 갈등이 점화됐다. 김 대표는 홍 시장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관련 당 지도부 비판이 선을 넘었다는 이유에서다. 홍 시장은 지난달 김재원 최고위원의 전 목사 관련 실언들이 터진 후 연일 김 대표를 비판해왔다. 지난달 3월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 대표가 카리스마가 없고 미지근하다”,“총선을 앞두고 비대위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살피고 엿보다가 끝나는 판사식 정치를 하고 있다” 는 등 김 대표를 공격했다. 홍 시장은 한술 더 떠 “전 목사에 약점이 잡혔나” 등 연일 전 목사와의 단절과 김 최고위원 징계를 주장하며 김 대표를 비난해 왔다

김 대표는 이에 “당과 당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체의 언행에 대해 당대표로서 엄중히 경고한다”고 홍 시장에게 공개 경고장을 날린 후 지난 4월 13일 상임고문직 박탈이란 칼을 뽑아들었다. ‘중앙정치에 관여할 권한’을 뺏은 것이다. 이날 최고위 공개발언에서 홍 시장을 겨냥한 듯 “수차례 자중을 촉구했음에도 당 내외에서 이를 증폭시키는 듯한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전광훈 리스크’를 쏘아올린 장본인은 김재원 최고위원이다. 3·8 전당대회 이후 ‘친윤(친윤석열) 당직 인선’ 등으로 불거진 당 지지율 하락세를 더 부채질하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 달 12일 전광훈 목사가 주관한 한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이어 같은 달 25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의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발언까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는 최근 당 지지율 하락을 가속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고, 김 최고위원은 공개 활동을 하지 않겠다며 자숙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홍 시장은 ‘전광훈 손절’ 뿐 아니라 김 최고위원 중징계를 주장해왔다. 특히 김 대표에게 ‘강단 있는 리더십’을 주문했으며, 이는 김재원 최고위원을 징계하지 않는 김 대표에 대한 비판으로 읽혔다.

전대 한 달 여 만에 ‘김기현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됐고, 결국 김 대표는 이날 전격적으로 ‘상임고문 해촉’이라는 카드를 통해 ‘김기현 흔들기’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당내에선 김 대표가 홍 시장 해촉에 그치지 않고 김 최고위원에 대한 공식적인 징계까지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당시 나왔다. 전 목사 리스크를 일으킨 장본인인 김 최고위원에 대한 조처가 없으면 홍 시장 해촉과 균형을 맞추기도 어렵다는 논리다.

국민의 힘은 지난 5월 10일 윤리위를 열고 김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직은 유지되지만 최고위원 회의 참석 등 실질적인 활동은 할 수 없으며, 내년 4월 총선 공천 기회도 막혔다.

윤리위는 김 최고위원이 지난 3월 미국에서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고 한 데 대해 “국민들과 당원들에게 마치 당이 특정 종교인의 영향권하에 있다거나 그의 과도한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당원들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줬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이 지난달 라디오 인터뷰에서 “4·3 기념일은 격이 낮다”고 한 데 대해서도 “4·3 희생자 유족 및 유족회 관련 단체 등에게 상당한 모욕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국민 통합을 저해했다”고 말했다. 윤리위는 이런 행위는 ‘당원은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윤리위 규정 제4조 1항 등을 위반한 것이라며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를 결의했다.

20년 호형호제 김기현-홍준표 결별

여권에선 김 대표가 실질적 효과도 없으면서 당내 분란만 키울 상임고문 해촉 카드를 꺼낸 데는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 시장이 지난 4월 9일 MBC <100분 토론 1000회 특집>에서 윤 대통령의 정치력을 비판한 것 등이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홍 시장은 당시 “노련한 정치력이 있는 사람을 다 제치고 정치력 없는 대통령을 뽑았다. 그렇게 뽑아놓고 왜 탓을 하나”라며 “정치력 없고 초보인 대통령을 뽑아놓고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정치와 같은 대화와 타협을 해달라는 건 난센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윤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홍 시장을 전력 해촉하면서 당내 분란을 수습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었지만’ 결론적으로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모양새가 됐다.

여권 내부에선 이번 사태로 김 대표와 홍 시장가 20여년 쌓아 온 우호적 관계가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와 홍 시장의 정치적·인간적 관계를 비교적 소상하게 알고 있는 여권의 한 인사는 이날 “지난 20여년 세월동안 김기현 대표와 홍준표 시장은 어려울 때마다 서로 관심을 갖고 돕는 사이였다”고 회고했다. 정치 생명이 걸린 상황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원 가입 운동·공천권 폐지 던진 전광훈

 

전광훈 목사

 

논란의 한 복판에 서 있는 전 목사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지난 4월 17일 서울 성북구의 교회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에 공천권 폐지와 당원 중심의 후보 경선을 요구했다. 애초 전 목사가 이날 국민의힘과 결별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이런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다.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는 회견문을 통해 “위기에 빠진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방도를 제시하려고 한다”며 “전국민적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과 공천권 폐지, 당원 중심의 후보 경선이 그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문 발표가 끝나고 단상에 오른 전 목사는 “이것을 수용하면 새로운 정당 창당을 잠시 보류하겠다”고 연설했다.

당 일각에선 ‘김기현 지도부’가 극우 보수 세력과의 빠른 손절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광훈 목사와 같은 극우 세력의 당내 영향력 강화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원 투표 100%’ 룰 변경을 하면서 이미 예견됐다는 관측이 많다.

전광훈 목사는 2000년대 중반부터 기독교 내부에서 존재감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탄핵 반대, 석방 시위 등을 주도하면서 현 여당 쪽과 결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대한민국에서 그렇게 많은 인원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치, 사회, 문화 다 합쳐서 몇 명 안 된다. 전 목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당원 수는 최소 10만명이 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당원 가입 추천인에 전 목사 이름을 넣고 가입한 당원이 수만 명은 된다고 들었다”며 “김재원 최고위원도 실체가 있으니 공을 들이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커져가는 결별 목소리

당 안팎에서 ‘전광훈 목사와 결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전 목사의 사랑제일교회가 운영하는 유튜브 ‘너알아TV’가 슈퍼챗(생방송 중 후원할 수 있는 기능)으로 지난 4년간 12억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여 국내 유튜브 중 4위를 기록했다. 전 목사는 유튜브를 통해 수시로 “자기 세력이 지지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일부 여권에서 ‘손절’ 움직임이 이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는 평가다. 정치학계 및 평론가들 사이에선 “김기현 대표가 보다 강력한 절연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유튜브 채널 데이터 집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너알아TV’가 슈퍼챗으로 벌어들인 액수는 총 12억421만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차트에서 4위 수준이다. 현재 해당 채널 구독자 수는 46만명을 웃돌고 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9년 1억323만원이었던 그의 슈퍼챗 금액은 2020년 3억4258만원으로 껑충 뛰어오르더니, 2021년에는 연간 4억2171만원까지 상승했다. 지난해는 3억969만원으로 다소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이에 그의 4년간 슈퍼챗 금액은 평균 3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정치권에선 그의 영향력이 절대 무시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1일 YTN ‘뉴스 LIVE’ 인터뷰에서 “나라가 어려울 때 기독교인이 구국의 일선에 나서는 것은 정당하다고 보고 있다”고 옹호할 정도다.

전 목사는 ‘손절’ 하려는 여권에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연일 “광화문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리가 대국운동(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을 안 했으면 윤석열 대통령 됐겠나. 불가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권교체 시켜놓고 윤석열 대통령 만들어놨더니, 이제 와서 광화문 세력, 특별히 기독교 필요 없다고 나온다”고 비판한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22대 총선 앞두고 악재로 작용

내년 4월에 치러질 22대 총선은 윤석열 정부 3년 차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가 ‘정권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총선 공천이 계파 갈등으로 비화하는 상황을 경계한다. 전신인 새누리당의 ‘2016년 공천 파동’에 대한 트라우마다. 내부 경쟁이 치열한 여당의 경우 야당보다 공천 파동을 겪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해석이 많다. 퇴임 후를 대비하는 대통령과 ‘차기 권력’을 노리는 세력 사이 공천 헤게모니를 둘러싼 쟁탈전이 가열될 것이란 관측이다.

정치권에서는 벌써 대통령실 출신과 내각 차출 인사들이 대거 공천장을 받아 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의정활동 경험이 없는 윤 대통령이 총선을 계기로 ‘여의도 지분 확대’를 모색할 것이라면서, 정부 요직에 이어 입법부에도 ‘친윤(친윤석열) 검사군단’을 포진시킬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에서 윤 대통령 국정 지지도 자체가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천 시기에 맞춰 지지율이 상승세라면 출마자들은 ‘윤 대통령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 특히 국민의힘 취약 지역인 수도권·중원 벨트에서도 당선 기대치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도권 121석 중 국민의힘 의석수는 19석에 불과하다. ‘정치 신인’ 투입에 따르는 부담이 적다.

반대로 윤 정부의 국정 지지도가 낮다면 당선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서울 강남권과 영남 등 ‘텃밭’ 지역구를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다. ‘현역 물갈이’로 비화하며 갈등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당은 또다시 공천 파동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지지율이 높다면 전략공천을 바라는 지역구가 있을 수도 있는데, 지지율이 낮아서 (영입 인사를) 강세 지역으로 보내려 한다면 현역과의 충돌이 반드시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계파 간 내홍으로 심화할 경우 ‘진박(진짜 친박) 감별’ 파동을 일으키며 총선에서 대패했던 2016년의 악몽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친윤 색채가 짙은 현 지도부 체제에서는 공천에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될 공간이 충분하다.

비윤계의 경우 구심점도 없고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를 내세우기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설사 공천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세를 규합한 뒤 분당 등으로 이어지는 정계 개편으로 치닫기는 어려운 환경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여당에 실망한 표심이 대거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친윤계와 극심한 불협화음을 빚은 이준석 전 대표의 공천 여부도 관심이다. 현재는 당원권 정지 상태로, 내년 총선 공천을 하려면 징계 해제 조치가 필요하다. MZ세대 지지를 기반으로 ‘외연 확장 카드’가 될 수 있지만, 원내 진입 시 비윤(비윤석열)계 세력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윤계는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글 오수연(자유기고가)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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