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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의 자녀 교육]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명가의 자녀 교육]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 목남희
  • 승인 2023.09.0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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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00년 동안 대한민국의 가장 귀감이 되는 교훈은 바로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의 열정과 헌신이다. ‘인생 교육’의 멘토 역할로 어떻게 처신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게 하는 게 매우 중요한 자녀교육. 자녀들을 학원이나 과외교사에게 맡기는 것은 그저 지식 교육에 불과하다. 진정한 자녀교육은 지식교육과 생활교육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완성된다.

생활교육이란 부모에게 효도(孝道)하고 형우제공의 정신으로 형제와 이웃을 사랑하며 사회를 위한 기부와 자선이 그 출발점이다. ‘자선’하기 위해서는 청렴과 근검절약이 선제 돼야 하며, 그 고귀한 정신은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져서 또 다른 ‘자선’이 이어지게 된다. 가족의 정신, 즉 부모가 남긴 가풍과 정신은 자식의 인생철학을 지배하고, 거친 바다에서 길을 안내하는 등대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청렴과 근검절약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일본의 한반도 물자 착취가 절정에 달했을 때 어머니는 친정에 가서 몰래 먹을 것을 얻어오곤 했다. 그렇게 궁색한 살림인데도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어머니 몰래 더 어렵게 사는 사람을 도와주다가 발각되어 원망을 듣기도 했다. 훗날 부모님이 이웃돕기에 앞장선 것도 할머니의 이러한 정신을 이은 것 같다.

집에 손님이 오면 정성을 다해 극진히 대접하지만 정작 당신의 옷이 해어지지 않는 한 새 옷을 사지 않은 아버지도 항상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했다. 아무도 모르게 고학생을 돕고, 노인당을 기부하고, 경영하던 국내 신문사 진주 지국을 임원에게 그냥 넘기고, 일가 친척의 자녀들에게 직업을 알선하며 한평생 멘토가 되었다. 이 외에도 진주 로타리클럽 20년 출석 100%의 영광을 가지고 지역발전을 위해 분주한 여생을 보낸 아버지다.

헬퍼스 하이(Helpers High)

직위에 따른 도덕적 의무(noblesse Oblige) 즉, 높으신 분, 많은 재산 등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다른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사회적 책무도 실천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 본인이 행복감을 느끼는 것. ‘친절과 행복의 상관관계’에서 선행을 하면 행복해진다는 것을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에서 입증했다.

아버지 역시 늘 “사람을 사귀거나 동업할 때는 네가 지고 밑져라. 그러면 인심을 얻고 나중에는 사람까지 얻게 된다. 자선은 우선 내가 손해 본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 손해는 이자와 함께 자존감으로 돌아온다”고 말씀하곤 했다.

이에 우리 형제들도 무슨 일이 생기면 되도록 지인들에게 먼저 기회를 준다. 처음엔 그분들이 좋은 기회라는 걸 모르기 때문에 마치 우리가 도움을 받는 위치인 것처럼 설득해야 할 때도 있다. 몇 달이 지나고 함께 일하다 보면 결국 그들도 알게 된다. 우리가 호의를 베풀었다는 것을.

한번은 우리가 관리하는 작은 농원 일을 도와주는 연세 많은 아저씨가 있는데, 그분도 처음에는 덥고 춥다는 이유로 거절하다가 우리의 부탁에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텃밭을 가꾸며 건강이 좋아졌다고 감사해한다.

이외에도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형제 이상으로 신뢰하고 의지하는 분들이 꽤 있다. 모두 서로의 행운을 기원하며 언제든지 도울 수 있는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생활 속에서 보고 자란 진리인 헬퍼스 하이(helpers high)의 뜻이 내게도 고스란히 새겨진 것이다.

등산객들에게 많이 인용되는 속담도 생각난다.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간다’. 당장의 행복은 주어진 좋은 환경에서 좌우 될 수 있지만,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행복은 결코 재력과 권력을 누리는 성공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친 열린 소통과 함께 희로애락을 공유할 수 있는 관계에서 이뤄진다.

글·사진 목남희(전 단국대 교수)
 

 

목남희는…

<평범한 가정의 특별한 자녀교육>의 저자로 지난 10년간 단국대학교 상경대 경영학부 교수로 몸담았다. 의사, 판사, 회계사, 교수, 변호사, 서울대 법대생, 하버드생 외 콜롬비아 졸업생 5명을 배출하고 일곱 자녀 중 5명이 박사인 부모님의 교육 비결로 부유한 환경, 부모님의 좋은 학벌, 재능이 아닌 부모님이 몸소 보여준 ‘효의 실천’을 꼽는다. 성적보다 인간성, 출세보다 행복을 강조한 그녀 부모의 이야기는 현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 널리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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