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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의 자녀교육] 진정한 삶의 멘토, 아버지
[명가의 자녀교육] 진정한 삶의 멘토, 아버지
  • 목남희
  • 승인 2023.09.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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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첫 임신 전 아버지와 어머니.

 

7명의 자식과 16명의 손주가 한결같이 부모 조부모를, 극진히 모시며 사회에서도 열심히 제 몫을 다 하고 있다면 누구나 그 비결이 궁금할 것이다. 필자 역시 자녀 조카들이 부모 못지않게 조부모를 사랑하는 이유를 추적하고 싶었다. 가진 것, 배운 것 없이 오로지 근면 성실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생활 태도 더불어, 잘 살 수 있다는 삶의 가치를 몸소 실천함으로써 자손들에게 끊임없는 존경을 받는 우리 부모님의 아름다운 인생 스토리를 공유한다.

영국 명문가 출신의 시인이며 철학자인 에드워드 허버트(Edward Herbert, 1583~1648)는 “ 아버지 한 사람이 스승 백 명보다 낫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필자 아버지야말로 스승 수백 명의 역할을 했다. 부모님은 제사를 지내기 위해 적어도 열흘 전부터 하나씩 준비하며 정성을 다했다. 그러면서도 일곱 자식과 그 배우자의 생일을 챙기는 일까지 놓치지 않았다. 입학식, 졸업식, 취임식 등 기념식에 참석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던 부모님. 특히‘초지장도 맞들면 가벼워진다’ 는 말을 인용하며 혼자서는 힘들어도 함께하면 그 속에서 답이 나온다고 말씀하시던 아버지. 아버지는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꾸며 실제로 그 삶을 우리에게 보여줬으며 동시에, 형제 우애를 강조했다.

효성과 신뢰

“식탁에 어떤 음식이 차려져 있느냐보다 식탁 의자에 누가 앉아있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늘 북적거리는 우리 집 식탁을 떠올리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가족의 힘으로 헤쳐나가지 못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가난했던 부모님이 평생 일궈온 것은 7남매와 그 가족들의 화평과 행복만이 아니다. 효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직과 긍정적인 삶의 정신. 대대손손 부모님의 정신을 어떻게 이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은 없다. 그건 우리 부모님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미국에 살 때 방학 때 한국 와서 성묘하는모습
미국에 살 때 방학 중 한국 와서 성묘 모습

 

훌륭한 인내심, 경청의 능력

13년 전에 작고한 아버지는 매우 인자하고 다정하며 인내심이 강해 한평생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또한 누구보다 경청 능력이 뛰어났다. 자식은 물론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며 적절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잘 들어 주시니 소통이 잘 되고 소통이 잘 되니 주위에 따르는 분이 많았다. 그렇게 많은 정보를 공유하다 보니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더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칭찬의 물결

아버지는 누구에게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머니에게도 늘 자식 앞에서 “명석하고 사리 판단이 분명하다“ 고 칭찬하며 집안일뿐 아니라 사업에 관한 모든 일을 상의했다. 이에 자식들은 어머니를 항상 높이 평가했다. 손주들까지도 할머니를 존중하게 된 이유다.

하루는 오빠 아들이 첫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서 할머니 선물 살 시간이 없어 평소 제일 비싸다고 들었던 샤넬 NO.5 향수를 부랴부랴 구입했다. 올케한테는 다음 급 브랜드의 로션을 사다 준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오자마자 할머니한테 선물을 드렸는데 확인해 보니 빈 병이었다. 평생 말로만 듣던 향수를 보고 호기심에 살짝 열어봤는데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아 한 티스푼도 안 되는 내용물이 흘러 버린 것이었다. 손자 녀석의 속상함을 달래주느라 할머니가 안간힘을 쓰던 광경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 인생의 비타민이다.

무엇이 손자가 할머니에게 더 비싼 선물을 하게 했을까? 일곱 자식에게 야단 한 번 안 치고 언제나 우리 편이 되어 줬던 다정한 아버지와 엄격한 훈육 교사 역할을 담당했던 어머니가 서로 적절한 균형과 조화를 이뤘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글·사진 목남희(전 단국대 교수)
 

 

목남희는...

“평범한 가정의 특별한 자녀교육”의 저자로 지난 10년간 단국대학교 상경대 경영학부 교수로 몸담았다. 의사, 회계사, 교수, 박사, 서울대 법대생, 하버드생 외 콜롬비아 졸업생 5명을 배출한 부모님의 교육비결은 부유한 환경, 부모님의 좋은 학벌, 재능이 아닌 부모님이 몸소 보여준 ‘효의 실천’으로 꼽는다. 성적보다 인간성, 출세보다 행복을 강조했다는 그녀 부모의 이야기는 현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 널리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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