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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의 자녀교육] 청희당(淸喜堂 )에 깃든 효도 정신
[명가의 자녀교육] 청희당(淸喜堂 )에 깃든 효도 정신
  • 목남희
  • 승인 2023.10.1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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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희당 앞에 선 어머니

 

경남 하동군 북천면 이명골에는 조그마한 기와집 청희당(淸喜堂)이 있다. 어머니의 불명 ‘청정심'과 아버지의 호 '희당'에서 따온 이름이다. 조부모님이 거처하던 곳이고 아버지의 유년기 시절을 보낸 곳이며 내가 태어난 곳이다. 청희당 맞은쪽에는 대하소설 <지리산>의 저자 이병주문학관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봄에는 양귀비 축제로, 가을에는 진주 개천 예술제와 북천 코스모스 축제로 지리산 아랫자락을 알록달록 물들이는 곳이다.

생전 아버지는 당신의 무덤 장소를 정하고 내려오면서 오랫동안 품어 온 본가 복원을 건축사인 둘째 아들에게 맡겼다. 오랫동안 비어있던 추억의 집을 헐고 과거 조부모님이 좋아하던 기와집을 짓기로 했다 조부모님께 . 충분히 못 해 드린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달래고 싶은 심정이었다 또. 후손들이 삶에 재충전이 필요하고 아버지가 그리울 때면 언제든지 올 수 있도록 마련했다. 청희당이. 완공된 지 보름, 아버지는,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그렇게 아끼고 사랑한 자식과 배우자를 위해 영혼이 되어서라도 보살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을 우리는 안다.

청희당 건물은 현대식이지만 어쩐지 신성한 기분을 들게 한다. 집 뒷벽을 분홍색 벽돌로 둘러싸고, 뒷마당에, 두 분의 흉상을 세운 뒤 조명을 설치해 ‘궁극(窮極)’의 간間이라는 현판을 달았다. 흉상은. 마주 보이는 산봉우리 끝자락에 있는 아버지 무덤을 향하며 지붕 없이 하늘의 기운을 그대로 받을 수 있게 했다. 내부는 일반 집과 같이 누구든 살 수 있게 방 세 개를 넣었다.

회자정리(會者定離) 

인간의 천성이나 기질은 짧은 시간 내에 바뀌지 않는다. 현재의. 행복은 기질로 좌지우지될 수 있지만,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선택은 오랜 시간에 걸친 인내와 경험에서 나온다. 구순이 갓 넘은 어머니는 여기저기 몸이 아파 걱정하며 병원에 다니느라 바빴다. 95세가 된 지금은 하늘이 부를 때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모든 준비를 끝냈다고 하신다. 마지막이 언제일지는 모르나 오늘이 남아 있는 시간 중 가장 젊은 순간이라며 말이다.

공자(孔子)에게 백어(白魚)라는 아들도 그 자질이 아버지에게 한참 미치지 못했다. 성리학의 완성자인 주자(朱子)에게도 아들이 셋이나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 세 아들 역시 아버지에게 한참 미치지 못하는 자식들이었다. 퇴계. 이황 역시 아들 학업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이처럼 자식을 뜻대로 키우는 것은 성인들에게도 어렵기만 한 일이었다.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볼 수 있다. 왜냐면 '본질적인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라는 생텍쥐페리의 말처럼 자녀야말로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볼 수 있다. 부모님은 정말 그 어려운 아버지, 어머니 노릇을 너무나 훌륭하게 잘 해내셨다.

부모님의 그 깊은 사랑을 우리가 갚을 길은 오직 열심히 공부해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는 길뿐이라고 다짐했다. 힘든 일이 생겼을 때도 부모님을 위해 불행하면 안 된다고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했다. 이러한 자아 단련은 그 어떤 훈련보다 효도 정신에서 뿌리내린 강한 의지에서 나올 수 있다. 부모님은 자식의 마음을 이해하려 애쓰고, 언제나 자식 편이었다. 자식을 귀하게 생각하고, 늘 우리의 뜻을 존중했다. 교육열이 높았지만 자식에게 공부를 강요하지는 않았다. 언제나 사랑하는 자식과 함께 있기를 즐겨 하셨다.

가야금 명인으로 유명한 황병기 선생과 한말숙 소설가 부부의 자녀교육법은 자녀를 '사랑으로 키우되 예의를 엄격하게 가르쳐야 한다’ 이다. 부모님의 교육법도 이에 어긋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빈국에서 오늘 같은 선진국이 된 데에는 얼마나 많은 국민이 피와 땀을 흘렸겠는가? 인간은 ‘일을 통해 자기 존재를 완성한다' 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어린 나이에 빈손으로 만난 두 분은 가난과 전쟁을 눈앞에 두고 삶과 죽음의 순간을 경험해야 했던 참혹한 시대를 거쳤다. 그리고 효도 정신은 인간이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소양(素養)이고, 결국 스스로 깨치는 것보다 더 큰 교육적 효과는 없다는 이 단순한 진리를 보여줌으로써 7명의 자식과 16명의 손주에게 소중한 유산을 남겼다.

글·사진 목남희(전 단국대 교수)
 

 

목남희는…
<평범한 가정의 특별한 자녀교육 의> 저자로 지난 10년간 단국대학교 상경대 경영학부 교수로
몸담았다. 의사, 판사, 교수, 변호사, 서울대, 하버드대 외 콜롬비아 대학 졸업생 5명을 배출하
고 일곱 자녀 중 5명이 박사인 부모님의 교육 비결로 부유한 환경, 부모님의 좋은 학벌, 재능
이 아닌 부모님이 몸소 보여준 ‘효의 실천’을 꼽는다. 성적보다 인간성, 출세보다 행복을 강조
한 그녀 부모의 이야기는 현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 널리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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