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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의 자녀교육] 만복을 이루는 매뉴얼
[명가의 자녀교육] 만복을 이루는 매뉴얼
  • 목남희
  • 승인 2023.12.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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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의 저녁에 이르면 우리는 다른 사람을 얼마나 사랑했는가를 놓고 심판받을 것이다." -알베르 카뮈(1913-1960)

카뮈의 명언처럼 어머니는 누구에게나 진솔한 사랑으로 대하신다. 기념식이나 축하연 같은 특별한 날에는 그 순간을 함께 하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다. “좋은 날 함께하면 기쁨은 두 배로 더 커지고, 슬픈 날 함께하면 슬픔은 세 배로 줄어든단다.”

몇 주 전, 어머니의 95번째 생신을 진주 본가랑 가까운 통영에서 보냈다. 토요일 점심때까지 7형제 부부 14명과 조카 대표로 부산에서 근무하고 있는 오빠 집 둘째 아들이 참석했다. 모두 어머니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진주와 남해, 부산, 서울에서 각각 KTX, 고속버스, 자동차를 타고 와서 모였다.

그렇게 다 함께 맛있는 점심을 먹은 뒤 충렬사로 향했다. 요트를 타고 30분을 들어가야 하는데, 반 시간 남짓 걸린 시간 동안 요트 선원은 이순신 장군의 업적과 행보를 간단하게 설명하며 중간중간 음악도 틀어 주었다. 우리는 끝없이 펼쳐진 남해의 푸른 물결 위 작은 섬들의 한려수도를 바라보며 더없이 행복해했다.

한려수도를 한 바퀴 돌며

이번 행사 장소로 통영을 선택한 사람은 어머니셨다. 어머니는 우리와 함께 한려수도를 한 바퀴 돌고 싶어 하셨다. 이미 몇 번 관광한 적도 있는 데다 휠체어를 타고 움직이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어머니는 잠깐이나마 과감한 ‘일상 탈출’을 꿈꾸었다. 충렬사와 한산섬을 돌아볼 때는 남자 형제들이 서로 번갈아 가며 어머니를 보살폈다. 요트를 타고 내릴 때는 제일 젊은 조카와 남동생들이 부축했는데, 칠순이 넘은 오빠와 사위들도 매 순간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었다. 주로 나이가 적은 순서대로 장골 두 명은 어머니 어깨를 부여안고 다른 두 명은 엉덩이를 받쳐 들어 올렸다. 그때마다 그들의 얼굴은 뿌듯하면서도 연민의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호랑이만큼이나 무서웠던 건강한 어머니, 할머니가 이제 그들이 한 수족이 되어야만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마냥 기쁘지는 않았으나 무엇이라도 해 드릴 수 있다는 데 고마움을 느꼈다.

“어머니는 천복(天福)을 탔어요! 95번째 맞는 생신에 모든 자식이 부부로 참석하고 요트까지 탔으니까요!”
저녁 만찬에서 필자가 감탄하듯 말하자 동생들이 되박았다. “언니, 천복 가지고 이렇게 못 누려, 만복(萬福)이야!” 

“맞아요, 어머니가 ‘요트 탈 수 있어!’라고 옆에서 거들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냥 육지에서만 다니고 말았을 거예요!” 올케가 설명했다.

“우리가 엄마 덕택에 한려수도를 상세히 돌았네요.” 그러자 어머니는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너희들 아니면 누가 이 노인을 안아서 올리고 내리고 하겠나?”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시작점, 효

어머니의 휠체어 속도에 맞춰 역사 해설사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순신 장군의 용맹성과 전략의 귀재뿐 아니라 어머니에 대한 효성까지 알게 되었다.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사람이 타인을 존경할 수 있을까?

나도 이런 행복을 가질 수 있을까? 부축할 자식이 충분한가? 정말 어머니는 만복을 타고 나셨을까? 만복이란 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룬 노력의 보답이다.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끊임없는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지니게 되었으니 천복 정도는 이뤄내신 것이다. 그러나 만복은 그 고생이 헛되지 않게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스스로 <만복을 이루는 매뉴얼>을 터득하게 한다. 그들은 알고 있다. 인간으로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도리가 무엇인지와 그것은 아래로 흐른다는 것을.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시작점, 바로 효(孝) 정신이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목표를 가지고 나오는 게 아니라 살면서 목표를 설정하고 수시로 수정하며 한평생을 살아간다. 우리나라는 항상 자유와 재력 그리고 기적을 꿈꾸며 다 함께 땀과 피눈물을 흘리며 살아왔다. 이제 대한민국은 잘사는 나라다. 필자는 한국이 계속 ‘살고 싶은 나라’이길 기도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손을 ‘제대로’ 키워야 한다. 다행히 ‘한국의 효’ 정신이 아직은 잊히지 않았다. 다만 쇠퇴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필자는 ‘K-Culture wave’에 흐르는 한국인의 긍지와 자존감으로 ‘한국의 효(孝)’ 정신을 세계에 알리고 싶은 커다란 목표와 희망을 품고 있다.

글·사진 목남희(전 단국대 교수)

 

목남희는...

지난 10년간 단국대학교 상경대 경영학부 교수로 몸담았다. 의사, 회계사, 교수, 박사, 서울대 법대생만 여럿 키워낸 명가 출신으로 목 교수는 그 비결로 부유한 환경, 부모님의 좋은 학벌, 재능이 아닌 부모님이 몸소 보여준 ‘효의 실천’을 꼽는다. 성적보다 인간성, 출세보다 행복을 강조했다는 그녀 부모의 이야기는 현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 널리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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