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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 김영희의 차 이야기④] 여름차의 대명사, 백차
[청명 김영희의 차 이야기④] 여름차의 대명사, 백차
  • 김영희
  • 승인 2023.06.0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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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백차다원

 

은색의 도톰한 몸체가 뜨거운 탕수 속에서 아래 위로 춤추듯 천천히 오르내리고, 이윽고 뿜어내는 그윽한 꽃향, 여름차의 매명사로 불리는 백호은침은 사람들을 황홀하게 만드는 마법의 차이다. “덥다고 차 마시기를 게을리 하지 마라”는 속담이 말하듯 더운 여름날이라도 따뜻한 백차로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이열치열하는 지혜를 발휘해 무더운 여름을 상쾌하게 이겨 보자.

찻자리의 새로운 강자, 백차

 

백차 긴압차
백차 긴압차

 

백차(白茶, White Tea)는 최근 찻자리마다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차이다. ‘백차는 1년에는 차, 3년이면 약, 7년이면 보물’이라는 멋진 말이 전해지면서 세계적인 붐이 일어나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전통적인 백차 생산지인 복건성에는 대규모 다원과 생산시설 증축뙤고 기타 지역에서도 활발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화엄백차 등 다양한 백차가 출현하고 있다.

차 시장에서 ‘백차(白茶)’라고 불리는 것에는 두 종류가 있다. 녹차나 홍차 등과 같이 6대 기번 차류 중의 하나인 백차가 진짜 백차이다. 그러나 잎이 하얗게 보이는 백엽차(白葉茶)나무의 잎을 가공한 차를 백차라고 부른다. 백화현상이 잘 일어나는 시기에 채엽하여 녹차 제다법으로 가공되는. 절강성 안길현의 안길백차(安吉白茶)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막 차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혼란을 주기도 한다.
 

정화백차 제다 과정
정화백차 제다 과정

 

백차는 특정 차나무 품종의 생엽을 원료로 하여, 위조(萎凋)와 건조(乾燥) 등의 가공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여기서 ‘특정’ 차나무 품종은 백차 가공에 적합한 차나무 품종을 가리키며 복정대백차(福鼎大白茶), 복정대호차(福鼎大毫茶), 복안대백차(福安大白茶), 정화대백차(政和大白茶), 복건수선(福建水仙), 복운(福雲 6호 등이 대표적이다.

백차의 가공은 크게 위조와 건조로 나눈다. 백차 가공과정은 6대 기본 차류 중 가장 간단해 보이지만 가공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변수가 차의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어느 차보다도 만들기 까다롭다. 특히 자연 위조, 열풍가온 위조 등의 방법으로 진행되는 위조는 백차의 품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과정이다.

백차는 차나무 품종과 가공 원료에 따라 백호은침, 백모란, 공미 등 3종으로 분류하며 일반적으로는 아차와 엽차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백호은침은 아차에, 백모란과 공미는 엽차에 속한다. 또 채엽 시기에 따라 봄차, 여름차, 가을차로 분류하기도 한다.

전통백차와 신공예백차 개념의 탄생

백차 가공과정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덖음이나 유념을 하지 않는 것(不炒不柔)’이 특징이다. 그러나 신공예백차(新工藝白茶, White Tea By New Processing Method, 줄여서 신백차로 부르기도 함)의 등장으로 기존의 백차, 즉 백호은침, 백모란, 공미를 만들 때 사용하는 가공방법을 전통가공방법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에 따라 백호은침, 백모란, 공미는 자연스럽게 ‘전통백차’로 부른다.

신공예백차는 중국차업공사 등 복정의 관련 제다창이 홍콩과 유럽시장의 수요에 맞춰 1968년 개발한 다엽형 백차이다. 가공방법은 전통백차 가공방법을 기초로 하되 시장의 수요에 맞춰 변화를 주었다. 생엽은 공미와 같이 주로 1창 1기~3기를 사용하고 싹이 없는 찻잎을 섞기도 하며 여름차와 가을차를 많이 이용한다.

신공예백차는 경위조-경발효-경유념-건조의 가공과정을 거친다는 점이 특이하다. ‘경위조’는 전통백차의 ‘위조’에 대한 상대적 개념이며, ‘경발효’와 ‘경유념’ 역시 가공과정에서 발효나 유념을 하는 다른 차류와 비교해 압력과 시간 등이 상대적으로 적음을 뜻한다.

경유념은 전통백차와 신공예백차의 풍미를 구별 짓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신공예백차 특유의 맛의 농도가 결정된다. 마지막으로 100~130℃에서 홍배를 하면 신공예백차 특유의 풍미가 완성된다.

신공예백차 특급의 품질은 ▲유념을 했기 때문에 잎은 50% 내외로 말려있고 ▲청갈색을 띠며 ▲차를 우려보았을 때 풋내가 나지 않고 ▲떫은맛이 없으면서 ▲비교적 농후한 맛을 낸다는 특징이 있다.

백차의 새바람 노백차와 백차 긴압차, 화향 백차

 

노백차와 전통백차
노백차와 전통백차

 

‘1년 차,3년 약,7년 보(一年茶 三年藥 七年寶)’. 첫해에는 차로 마시고, 3년이 지난 것은 약으로 마셔도 될 만큼 건강에 이로우며 7년이 지난 것은 보배라 할 만하다는 말이다. 요즘 백차 홍보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글귀다. .

오래전부터 노백차老白茶를 약처럼 마시고 있는 복정지역 차 농가를 중심으로 전해지던 이 말이 최근 몇 년간 차 시장에서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는데 이는 노백차 시장의 확대와 관련이 깊다. 흑차에서 시작된 투자성 구매를 백차에서도 기대하는 상인들의 상술이라지만, 노백차만의 풍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방향이기도 하다.

노백차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3년 이상 된 백차(긴압차 포함)를 노백차로 부르고 있다. 물론 차 품질 변화의 주요 원인인 온·습도, 공기, 광선, 이미 등이 잘조절된 곳에서 보관한 것이어야 한다.

노백차의 품질 특징은 차를 우렸을 때 옅은 한약 냄새가 나며, 깔끔하면서 진한 맛이 나고 단맛을 지니고 있다. 찻물색은 햇차에 비해 좀 더 짙은 살구색을 띠고 여러 번 우릴 수 있다. 개완이나 다호를 이용할 경우 10~20회까지 우리고, 다시 끓여 마시기도 하기 때문에 찻자리의 흥미를 더해 준다.

민간에서 백차 햇차는 그 맛이 맑고 담담하며 차가운 성질을 지니고 있어 열을 내리고 해독을 하는 데 많이 쓰이며 이러한 백차의 성질은 진화과정에서 점차 서늘하거나 따뜻한 성질로 변화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노백차는 ‘약’ 또는 ‘보배’라 불릴 만큼 특별한 기능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것일까?. 연구에 의하면 백차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티폴리페놀이 끊임없이 산화하면서 플라본 등의 성분으로 전환된다. 특히 노백차에는 다량의 플라본이 함유되어 있다. 플라본은 혈중지질 농도를 낮추고 혈압을 낮춰주며 항노화 등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노백차가 이러한 성분이 많다고 하여 백차 햇차 또는 다른 차류보다 좋다고 할 수는 없고, 플라본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고 해서 노백차가 특정 병의 치료에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옳지 않다.

차는 약이 아닌 인체에 유익한 기호음료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몇몇 학자들은 대부분의 백차가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그 건강기능성 성분은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그러나 노백차는 건강기능적인 부분 외에도 풍미의 변화, 문화적인 가치, 희소성 등의 이유로 시장에서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차시장에서의 노백차의 수요 증가는 백차 긴압차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백차를 긴압차로 만들었을 때 무엇보다도 부피가 크게 줄어들어 운반과 보관이 편리하다. 특히 백차는 다른 차류에 비해 부피가 크기 때문에 긴압차로 만들었을 때 그 부피는 1/10 이하로 줄일 수 있어 장기 보관이 용이하다. 또한 증압과 건조 과정에서 쇤 잎의 쓰고 떫은맛을 줄이고 향기를 좋게 할 수도 있다.

그밖에 백차 모차를 이용해 긴압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햇수를 속이나 간단한 가공과정을 거쳐 햇차를 노백차처럼 보이게 하는 수법으로 가격을 올리는 일부 눈속임이나 지나친 가격 상승이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한 향이 높은 오룡차 품종의 생엽을 백차 가공방법으로 만든 화향형花香型 백차는 공부工夫 백차가 새로이 등장하였는데 백차이지만 품종 특유의 천연 꽃향을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화향형 백차는 주로 1창1기~1창2기 잎으로 30분 이상 탄방을 한 후 위조하고, 5~10분 약하게 유념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두 차례에 걸쳐 홍배를 하고 나면 화향형 백차 모차毛茶가 완성된다.

**이 글의 내용은 차인지 2015 3월와 5월호 신소희 박사의 <백차의 새로운 이해> 내용을 축약하였습니다.
 

글 김영희(한국차인연합회 부회장 겸 편집주간, 청명헌차회 회장) 사진 신소희

 

 

김영희는…

한국차인연합회 부회장 겸 편집주간.
동국대미래융합교육원 차명상지도자과정 주임교수 역임.
46년 전 여연스님께 차 입문하여 최고의 차선생님들께 사사. 
청명헌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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