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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 세대' 품은 김은중 감독 ... "스테프 모두 후배를 가르쳐 주려는 진심이 있었다"
'골짜기 세대' 품은 김은중 감독 ... "스테프 모두 후배를 가르쳐 주려는 진심이 있었다"
  • 김원근 기자
  • 승인 2023.06.12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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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 한국 대표팀 감독이 1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아르헨티나 2023' 3·4위 결정전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를 마치고 1대3 패배를 아쉬워하는 선수들을 다독이고 있다. 2023.6.12
김은중 한국 대표팀 감독이 1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아르헨티나 2023' 3·4위 결정전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를 마치고 1대3 패배를 아쉬워하는 선수들을 다독이고 있다. 2023.6.12

김은중(44) 20세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자들만 생각했다. 2023 아르헨티나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값진 4강 진출의 성과를 낸 김 감독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따뜻한 리더십으로 흔히 '골짜기 세대'라고 불리는 선수들을 품었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2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의 라플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스라엘과의 3·4위 결정전에서 1-3으로 패배, 아쉽게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유명 스타플레이어가 없어 대회 전까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한국은 예상을 깨고 아시아 국가 최초로 2연속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이탈리아와의 준결승과 이스라엘과의 3위 결정전에서 석패했으나 U20 월드컵 4위에 올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성과였다.

젊은 태극전사들이 4강 신화를 쓰기까지는 김은중 감독의 특별한 리더십이 있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김 감독은 2014년 친정 팀이었던 대전에서 플레잉코치로 지도자를 시작했다. 올해가 지도자에 입문한지 10년째 되는 해이다.

그는 은퇴 후 벨기에의 투비즈 구단에서 코치, 감독대행을 지내며 역량을 쌓았다. 이후 국내로 돌아와 연령별 대표팀 코치를 지냈다. 김학범 감독을 도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0 도쿄 올림픽 8강 진출을 함께했다.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2021년 12월 U20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쉽지는 않았다. 2019년 폴란드 대회 당시 이강인(마요르카)라는 걸출한 스타가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 U20 대표팀은 흔히 말하는 '스타'가 없었다. 각 팀에서 주전급으로 경기에 뛰는 선수는 배준호(대전)와 김지수(성남), 강성진(서울) 뿐이었다.

그로 인해 U20 대표팀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U20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하고도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 8강전에서 한국이 연장 전반 최석현(단국대)의 결승 헤더골로 승리한 뒤 눈물을 보였다. 그는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했던 선수들이 월드컵에 나간다고 해도 관심을 못 받아서 서운했을 텐데 너무 잘해준 우리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진심을 전했다.

스타가 없었음에도 선수들을 하나로 묶은 것은 김 감독 특유의 리더십이었다.

그는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현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스태프 전체가 선생님이나 지도자가 아닌 선배가 후배를 대하듯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는 진심이 있다"며 "선수들도 그 마음을 알기 때문에 100% 이상을 노력해서 해냈다. 모든 것을 쏟아 내준 우리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했다.

훈련장에서의 일화는 그의 성품을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밝은 표정으로 회복 훈련하던 제자들을 보던 김 감독은 "여기서는 저들이 중심이기 때문에 좋은 대우를 받지만 소속 팀에 돌아가게 되면 현실을 깨닫고 좌절할 수 있다"며 "그때부터는 진짜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잘 이겨내는 것은 선수들의 몫이다. 잘 해내야 할 텐데…"라고 말했다.

대회를 마친 뒤에도 이번 대회의 경험을 토대로 제자들이 성장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는 "감독으로서 첫 제자들인데 1년 6개월동안 성장한 모습을 봤다"며 "우리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한 단계 성장했고 본인들의 가치를 증명했다는 것이 지도자로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앞으로 준비하는 어린 선수들이 일단 소속 팀에서 경쟁에서 이겨서 많은 경기를 출전해야 한다. 그래야 세계 무대에 나와서도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더 발전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리더십 뿐 아니라 많은 대회를 치르며 쌓인 김 감독의 경험과 역량도 U20 월드컵 무대에서 빛났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특유의 역습 전략과 준비된 세트플레이로 프랑스, 에콰도르, 나이지리아 등 강팀들을 잡아냈다.

대회 중 공격수 박승호(인천)가 발목 골절로 부상으로 귀국해 활용 자원이 줄어들었으나 이 또한 좌절하지 않고 기회로 삼았다.

한국은 철저한 선수비 후역습의 카운터 전략으로 승리를 따냈다. FIFA도 김은중호를 조명하며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의 완성도가 이번 대회에 출전한 모든 팀들 중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고비마다 터진 팔색조 세트피스 전술은 '백미'였다. 김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준비된 패턴 플레이에 익숙할 수 있도록 A4 용지에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 지 등을 꼼꼼하게 정리해서 선수들 라커마다 붙여 놨다. KFA 관계자는 "김은중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굉장히 디테일하게 준비했던 것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도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는데 계속 골을 넣다 보니 '이게 진짜 되네요'라는 말을 하더라. 결국 우리 선수들이 해준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차분하지만 디테일하면서도 온화한 성품의 김은중 감독은 사령탑으로 처음 나섰던 FIFA 주관 대회에서 4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내며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Queen 김원근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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