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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기업 차입금 의존도 28.2%, 역대 최고 '근접' … 수익성·안정성 지표도 악화
작년 기업 차입금 의존도 28.2%, 역대 최고 '근접' … 수익성·안정성 지표도 악화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3.06.13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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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 기업의 차입금 의존도가 역대 최고치에 육박하고 영업이익률은 코로나19 확산 직후 수준인 5%대 초반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글로벌 경영 한파에도 '선방'했다고 평가했으나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시름에 빚으로 겨우 버텼다는 해석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은이 13일 발표한 '2022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감대상 법인기업의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지표는 1년 전보다 거의 모든 면에서 악화했다.

그중에서도 수익성과 안정성 지표가 나빠졌다.

수익성 지표의 경우, 대표적으로 매출액영업이익률이 전년(6.8%)에 비해 1.5%포인트(p) 급락한 5.3%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에 기업 경기가 빠르게 침체됐던 2020년(5.1%)보다 약간 높지만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이자보상비율이 455.4%로, 전년(654.0%) 대비 200%p가량 크게 하락했다. 지난 2020년(422.7%)보다는 다소 높다.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돌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 못 하는 기업 비중은 35.1%로, 1년 전(34.1%)보다 1%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성 지표도 눈에 띄게 나빠졌다. 지난해 부채 총액을 자본 총액으로 나눈 값인 부채비율은 102.4%로 전년(101.0%) 대비 1.4%p 올랐다.

부채비율 102.4%는 2014년(106.5%)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기업이 조달한 전체 자본 중에서 이자를 지급하는 차입금 비중이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차입금의존도는 1년 전(27.6%)에 비해 0.6%p 악화된 28.2%를 기록했다.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운전자금 수요가 늘자 외부 차입이 증가한 결과로 풀이됐다.

지난해 차입금의존도는 역대 최고치인 2019년 28.3%를 불과 0.1%p 차이로 따라붙었다.

기업 성장성을 보여주는 매출액 증가율의 경우 지난해 16.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전년(17.7%)보다는 약간 낮아졌으나 지난 10여년간 추세에 비해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총자산증가율(10.8%→7.8%)은 매출액 증가세 둔화 등에 유동자산증가율(14.8%→8.5%)이 감소한 여파로 상승 폭이 축소됐다.

우리 기업 수익성을 떨어뜨린 주범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경기 냉각으로 지목됐다.

특히 원재료 값이 오르면서 제조원가가 증가해 영업이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기업 영업이익률은 제조업(7.8%→6.3%)과 비제조업(5.7%→4.2%)에서 일제히 내렸는데, 제조업은 전기‧영상‧통신장비와 화학물질‧제품 제조업을 중심으로, 비제조업은 전기가스업을 중심으로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전자‧영상‧통신장비업의 영업이익률은 13.9%에서 10.2%로 떨어졌으며 이는 제품 가격 하락으로 인한 재고자산평가손실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전기가스업은 -3.0%에서 -15.0%로 영업손실이 더욱 확대됐으며 이는 비용 상승이 가격 상승을 크게 상회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제조업에서는 반도체 가격 하락 등에 따른 악영향이 컸으며 비제조업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한은은 기업 경영이 대부분 지표에서 전년비 악화했음에도 우리 기업이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극심했던 대외 변동에 따른 결과로 수익성, 안정성 악화는 막을 수 없었으나 특히 몇몇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성 만큼은 방어에 성공했다는 판단이다.

대표적으로 매출 증가율의 경우 석유정제·코크스(48.4%→66.9%), 자동차(11.8%→15.2%) 등 주력 제조업과 전기가스업(13.2%→46.8%)에서 높은 증가세가 관찰됐다. 이들 산업은 견조한 수요와 제품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성환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2022년 기업경영분석 결과는 의외로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매출액 증가율이 2021년도에 17%가 넘는 정도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는데 2022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매출액 증가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매출 증가율의 원인은 전기가스업의 경우 가격 상승 요인이 있겠으며, 나머지 산업에서는 자동차와 조선업에서 업황 개선에 따른 물량 증대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2년 기업 경영은 우려보다는 좋은 수준"이라고 총평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한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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