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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총선 겨냥, 제3지대 창당 쏘아올린 금태섭·양향자 “돌풍? 찻잔속 미풍?”
내년 4월 총선 겨냥, 제3지대 창당 쏘아올린 금태섭·양향자 “돌풍? 찻잔속 미풍?”
  • 오수연
  • 승인 2023.07.0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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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이슈
금태섭 전 의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분위기다. 국민의힘-민주당에 실망하는 무당층이 늘어나면서 양당제 틈을 파고드는 중도층 쟁탈전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여야 대치가 극단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무당층의 존재는 제3지대의 활동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껏 제3지대가 성공한 사례가 없었던 만큼 신당이 출현해도 결국 거대 양당으로 수렴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인물 경쟁력에 따라 제3지대 신당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태섭·양향자 신당 깃발 올려

현재 창당 의사를 밝힌 정치인은 금태섭 전 의원과 양향자 의원이다. 금 전 의원은 지난 4월 국회에서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1차 토론회를 통해 올 추석 전 창당 계획을 알렸다. 그는 ‘정치 9단’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과 손을 잡고 무당층을 끌어안기 위한 정치적 모색을 진행 중이다. 지난 13일에도 국회에서 ‘복합위기 시대, 한국정치의 돌파구는’이란 제목으로 포럼의 2차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제3지대를 향한 동력을 모으고 있다.

양향자 의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의희망’이라는 당명을 밝혔다. 오는 6월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창당발기인대회를 열 계획이다. 창당발기인대회에서는 창당 선언과 비전 발표, 발기인 소개 등을 진행한다. 양 의원은 삼성전자 출신 반도체 전문가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인재 영입으로 정치권에 입문해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광주 서구을에 당선돼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지난 2021년 양 의원은 보좌진 성 비위 의혹과 관련돼 민주당에서 제명됐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고 민주당 복당을 신청했지만 지난 4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에 반대하며 복당 의사를 철회했다.

양 의원은 무소속 신분으로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아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본회의 통과까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양 의원은 언론을 통해 “익숙한 것과 완전히 결연해야 한다.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고 전진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새로움을 강조했다.

 

양향자 의원
양향자 의원

 

양 의원과 금 전 의원은 민주당 탈당 인사이자 윤석열 정부와 인연을 맺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 전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캠프에 합류했었다. 양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거대 양당 실망감…무당층 30% 넘어서

정치권에서는 총선 시계추가 빨라짐에 따라 향후 제3지대 움직임이 보다 활발해 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이 30%를 넘나드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거나 모른다는 응답이 35%로 집계됐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거대 양당의 비호감 정치에 중도층이 늘어나면서다. 중도층 증가는 여론조사 수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무당층은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 최근 30%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20~30대의 무당층 증가가 두드러진다.

중도층이 증가한 것은 거대 양당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민주당은 돈봉투 사건과 ‘김남국 코인’ 파문에 연이어 터지면서 중도층이 등을 돌렸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민주당은 그렇지 않아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내로남불’ 이미지, 입법 횡포 등 때문에 중도 표심에 상처를 내면서 30% 박스권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덕성 논란이 겹쳐 스윙 보터를 떠나게 했다”고 지적했다.

무당층이 많다는 것은 결국 제3지대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야가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중도층이 선택을 보류하고 관망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제3지대의 성공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 다수의 시각이다. 과거에도 제3지대가 출범했지만, 결과적으로 거대 양당에 귀속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

 

안철수(국민의힘) 의원이 창당한 ‘국민의당’의 경우 2016년 20대 총선에서 호남을 중심으로 38석을 확보했지만 이후 바른미래당 합당과 분당 등을 이어가다 지난 대선에서 안 의원과 윤석열 대통령의 단일화를 기점으로 사라졌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경우에도 지난 대선에서 ‘새로운물결’을 창당했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단일화 이후 민주당에 흡수됐다.

반면 무당층이 높은 만큼 교섭단체 이상의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는 유능한 인사들이 결집해야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거대 양당 중심 대결정치에 대한 피로감으로 무당층이 두터워진 데다 정치 불신 탓에 중립지대에 머물며 제3지대를 찾는 이들도 없지 않다. 내년 공천 과정에서 현역 물갈이와 컷오프 등 변수도 많아 신당 창당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하지만 신당 창당 자체가 대선주자급 인물이나 지역 기반 확보가 없는 한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다만 현재 국민들이 양당의 극한 대립으로 피로감이 커지는 만큼 제3지대에 대한 정치적 수요가 상존한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신당 수도권서 30석 가능”

그럼 이쯤에서 왜 신당 창당이 가시화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일단 금 전 의원의 말을 들어보자. “한미동맹이란 보수가치를 추구하면서 복지를 확대하는 진보가치를 실현하는 정당을 찾고 싶지만 지금 한국정당은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민들께 선택지를 넓혀드리고 승자독식과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착화시킨 87년 체제를 허물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기 위해 신당을 창당키로 했습니다.”

그는 지난 6월 9일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박병원) 세미나에 ‘한국정치의 구조적 문제점과 신당의 역할’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내년 4월 10일에 치러지는 22대 총선에 현재의 양당 어느 한쪽이 승리한다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새로운 정치질서 구축에 교두보를 놓겠다는 각오로 신당을 창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정치의 문제점에 대해 “상대방을 악마화 하는 편가르기 정치로 의제발굴이나 타협과 해결책 제시의 실종 등 정치기능이 상실됐다”며 “신당을 통해 변화하는 국제환경이나 저출산문제, 공동체의식 회복을 통한 국민통합 등 산적한 이슈들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중심 30석 신당을 만들어 정치 지형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오는 9월 공식으로 창당 절차를 밟은 뒤 연말까지 최종적으로 신당을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중도층 결집에 승부수

선거의 승리는 고정 지지층을 가지면서 중도층을 누가 더 끌어들이느냐가 관건이다. 이 중도 표심을 보통 ‘스윙 보터(swing voter)’라고 부른다. 선거 때마다 판세는 이 ‘스윙 보터’에 좌우된다.

스윙 보터들은 좌·우, 진보·보수라는 이념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그때그때의 정치 상황이나 이슈, 특정 정당 또는 정치인의 행태 등에 따라 선택한다. 실용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의미다.

양당 체제가 굳건한 우리 정치 지형으로 보면 스윙 보터의 선택에 따라 선거판이 좌우될 때가 많다.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킨 것도, 이명박 정권을 출범시킨 것도,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고 문재인 정권을 만든 것도 중도층의 선택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총재가 3당 합당을 한 것도,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을 한 것도 중도층을 잡기 위해서였다.

역대 3지대 신당 성공 못해

우리 정치사에서 양강 구도를 헤집고 중도층 결집을 노린 시도도 적지 않았다. 총선’대선 등 선거철만 되면 제3지대·제3후보가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럼에도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정도의 정치 거물을 제외하고 대선에 성공한 예는 드물다. 기존 양당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기반으로 등장해 중도를 노렸지만 번번이 실패한 것이다.

과거 사례를 보자. 민자당-민주당 양당 구조였던 1992년 대선을 보자. 현대그룹 총수였던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가 돌풍을 일으켰지만 16.3% 득표에 그쳤다. 당시 김영삼 민자당 후보와 김대중 민주당 후보에게 뒤졌다. 박찬종 신정치개혁당 후보 역시 찻잔 속 미풍에 그쳤다. 1997년 대선 때 신한국당 경선에서 패배하자 탈당해 국민신당을 만들어 출마한 이인제 후보는 19.2%밖에 득표하지 못했다. 그의 출마는 결과적으로 보수표를 분산시켜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게 39만여 표(1.6%)차로 승리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2년 대선 때는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가 제3후보로 나섰지만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경선에서 패했다. 고건 전 국무총리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유력한 제3후보로 떠올랐지만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고 전 총리 기용은 실패한 인사”라고 한 뒤 지지율이 하락했고 이듬해 1월 뜻을 접었다. 유한킴벌리 사장을 지낸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도 제3후보로 나섰지만 득표율 5.8%에 머물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제3지대 운만 띄웠다가 중도 포기했다. 안철수 현 국민의힘 의원도 중도를 파고들었다가 실패, 결국 양강 정당을 오갔다.

이들이 만든 정당도 거대 양당 벽을 허무는 데까지 가지는 못했다. 18대 국회에선 창조한국당(3석), 자유선진당(18석), 친박연대(14석)가, 20대 국회에선 국민의당(38석)이 선전했지만 결국 일회성 정당으로 끝났다.

한 정치 평론가는 “‘개딸’과 같은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당의 여론을 좌지우지하고 당 지도부도 무기력하게 이들에게 끌려다니면서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때 민주당을 지지했던 중도층을 떠나게 하고 있다”며 “특히 2030세대 이탈은 민주당으로선 뼈아픈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참신한 인물·명확한 비전 제시해야

양당 체제가 불신 받는다고 해서 제3세력이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관건은 중도층을 흡인할 수 있는 걸출한 리더와 그를 떠받치는 참신한 인물들이 있느냐다. 역대 총선에서 정주영·문국현·안철수 등 대선 주자급 쟁쟁한 인물들이 선전한 바 있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이들조차 거대 양당을 깨는 데는 역부족이었고 대선 고지를 오르는 데도 실패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양당에서 밀려난 인물들로서는 신당의 동력이 되기 힘들다. 특히 양당에서 떨어져 나온 2030세대를 잡기 위해선 기존 정치판 언저리에 있던 기성 정치인들보다 바람을 일으킬 신진 세력 발굴이 중요하다. 기존 정치에 때묻지 않은,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들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금 전 의원이 신당의 운을 띄운 만큼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비주류가 가세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 정도만으로는 양당 체제를 깨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많다. 여야 공천 과정에서 밀려난 낙천자 등 정치낭인들이 가세할 경우 민심이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거대 양당과는 차별화된 목표와 가치를 제시해야 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뚜렷한 방안이 필요하다. 양당에서 떨어져 나온 2030 세대를 잡기 위해선 이들의 앞길을 진정으로 열어줄 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선동적인 포퓰리즘이 아니라 대안 세력으로서 명확한 비전을 보여줄 때 표심을 잡을 수 있다.

글 오수연(자유기고가)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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